[Opinion] 누드, 야함이 아닌 예술성 [시각예술]

글 입력 2017.11.2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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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1시간이나 될까, 나체로 존재하는 시간이. 옷가지를 껴입고 있는 나머지 시간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샤워할 때를 제외한다면 알몸 상태로 있는 시간은 짧다. 누드가 야하다는 생각은 인식의 한편에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작품성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태초의 인류가 부끄러움이 아니라 보호의 인식으로 무언가를 껴입기 시작한 이래로 자신의 나체를 접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줄어드는 시간에 반비례하게 육체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몸을 가꾸는 일은 자기관리의 일부분으로 인식된 지 오래며, 몸을 가꾸지 못하면 자기관리를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사회에 팽배하다. 이런 시기에 육체에 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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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ma 미술관에서 영국 테이트미술관의 소장품을 전시했다. 테이트미술관은 영국을 대표하는 국립미술관이다. soma 미술관은 테이트 미술관의 소장품 중 19세기 후반부터 현대까지 “인간의 몸(Nude)”을 주제로 하여 회화, 조각, 드로잉, 사진 등을 총 120여 점을 전시했다. 역사적 누드, 사적인 누드, 모더니즘 누드,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 누드, 표현주의 누드, 에로틱 누드, 몸의 정치학, 연약한 몸이라는 총 8가지의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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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중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 몇 개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관의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와 ‘의협기사’, 2관의 ‘긴 의자 위의 누드’와 ‘몽파르나스 스튜디오’, 5관의 ‘이것은 아무 것도 모른다’와 ‘잠자는 비너스’가 그것이다. 초현실주의 및 현대미술에 관해 짧은 지식으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내가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앞선 작품들은 눈길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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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드레이퍼(Hebert James Draper)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The Lament for Icarus)>
1898년 전시 캔버스에 유채 182.9×155.6㎝
Tate: Presented by the Trustees of the Chantrey Bequest 1898
 

 특히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에 나오는 3명의 여인들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안타까워하는 그들의 눈썹의 모양과 눈빛, 이마에 잡힌 주름은 사람을 사로잡는 힘이 있었다. 이카루스를 알몸으로 안고 있는 그녀들은 마치 어머니의 사랑을 전해주는 존재였다. 그 그림을 보면서 여인의 나체가 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육체의 아름다움을 감탄하지만 한편으로 야하다는 생각은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다. 그러나 나는 이 이중적인 생각이 육체의 아름다움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시 작품 중 남성과 여성의 나체가 TV에 나오는 마른 모습은 아니다. 나체 그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이다. 이번 전시는 알몸 위에 무언가를 걸친 우리가 누드에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이종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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