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핼러윈 데이, 어떻게 즐겨야 할까요?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11.0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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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1일은 각 세대에게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기성세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이라는 가사를 떠올리며 추억에 젖어 들고, 젊은 세대는 불타는 할로윈 밤을 보낼 생각에 열기가 오른다. 이렇듯 최근 들어 외국의 여러 축제 문화들이 한국에 자리잡으면서, 여러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핼러윈 데이’만 하더라도, 이태원으로 대표되는 번화가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축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분장이나 코스프레를 하고, 모르는 옆 사람들과 사진을 찍거나 소리를 지르며 어울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축제는 젊은이들이 아니면 잘 알지 못하는 데다가, 젊은이들이라고 하더라도 그 유래나 전통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어설프고 애매한 축제가 되곤 한다. 최근의 기사와 인터넷 게시물에 따르면, 거리에 피를 흘리는 듯한 분장들을 목격한 시민들이 사고로 오인하여 신고를 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외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축제들은 세대 간의 간극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여기서 두 가지 우리가 생각할 거리가 있다.


    롯데월드.jpg     롯데 월드.jpg
(롯데월드에서 피를 흘리는 등의 분장으로 관객들을 놀래키고 있다.)


 먼저 외국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모호성을 띠게 되었다는 점이다. 원래 핼러윈 데이는 종교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켈트인은 ‘삼하인(죽음의 신) 축제’의 전날 밤에 죽은 영혼들이 방문한다고 여겨 그들을 맞이하였고, 이것이 근대를 거쳐 그리스도교와 결합하면서 10월 31일로 날짜가 고정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근간을 제대로 인식하고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이 별로 없으며, 우리와는 문화적 배경이 달라 이해하기도 어렵다. 물론 문화라는 것이 항상 원래의 모습과 의미를 보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문화가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여 토착 문화와 만나 이전에 없던 형태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핼러윈 데이는 그렇지 않다. 무서운 코스프레를 하고 술을 마시며 밤을 새는 문화가 과연 어떠한 한국적 의미를 지니는지 의문이다. 이것은 핼러윈 데이가 일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는 큰 이유가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 문화원형의 축제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왜 우리는 뜬금없이 외국 축제 문화를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이를 외래문화의 수입이라는 비판적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얼마나 국내에 문화 콘텐츠가 부족했는가’의 문제로 치환해볼 필요가 있다. 즐기고 싶은 우리들의 마음과 욕구는 가득한데 이를 충족시켜줄 것들이 없으니 그 자리에 외국의 문화들이 대신 들어온 것이 아닐까? 즉, 우리나라에는 즐길 것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에도 문화와 종교적 의미를 담은 여러 행사들이 있다. 하지만 이것들이 현대적 이미지에 맞게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당장 우리 문화를 잘 살린 축제를 몇 가지나 떠올릴 수 있는가? 또 그것이 형식적인 행사가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지자체의 주도로 몇몇 행사들이 명맥을 이어오고는 있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장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OO마을, OO테마파크, OO축제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막상 가보면 이름만 달리했을 뿐 비슷한 형태이다. 한번쯤 눈길을 끌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지속적인 방문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소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흥이 넘친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흥을 마음껏 분출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에 한국적인 의미를 부여한다면 더욱 뜻깊을 것이다.

 
[송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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