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길을 이끄는건 '어쩌면 로맨스' [공연]

글 입력 2017.10.11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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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에서 꾸준히 이름이 보이는 롱런 작품 ‘어쩌면 로맨스’를 보고 왔다. 나는 대학로에서 자주 보이는 이름들은 웬만하면 연극을 처음 보는 사람들도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주제와 편안한 흐름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로맨스’도 이름은 몇 번이고 많이 들어왔지만 실제로 관람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니 스토리의 전체적인 흐름보다는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로맨틱 코미디, 그 장르에서 세세한 부분들을 어떻게 설정했는지 궁금한 마음이 더 컸다.





  우선 프리뷰를 작성할 때에도 많이 궁금했던 부분이었던, 격투기선수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여자주인공이 보여주는 신들에 집중했다.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이 연극을 관람한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눈이 가는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크린 안이 아닌, 실제 눈 앞에서 생생하게 보여지는 팔다리의 움직임과 무술은 눈을 쉴 새 없이 휙휙 돌아가게 했다. 뮤지컬 배우는 연기와 노래, 춤까지 다재다능하게 해야 하기에 정말 어렵고 대단한 직업이라고 최근의 글에 내 생각을 적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 연극을 통해서 이 작품에 출연하는 여자 주인공 역시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다. 격투기까지 해야 한다니! 이렇게 한 마디로 표현하자니 별 거 아닌 이유 같지만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신들은 자연스럽게 이 생각이 들도록 것 같다.

  로맨틱 코미디인 연극인만큼 두 사람의 달달한 애정 전선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만, 나는 이연이라는 캐릭터 자체에 조금 더 중심을 두고 싶다. 아직까지 격투기라고 하면 여성보다는 남성이 하는 모습을 더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첫째로는 나와 다른 많은 관객들로 하여금 ‘여성이 격투기라는 무술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무게를 두고 싶고, 둘째로는 그녀가 늘 필요로 하는 힘이 결코 남녀 간의 사랑뿐만이 아니었다는 점에 박수를 주고 싶다. 그녀가 오로지 사랑의 힘으로 자신의 길을 나아갔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길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길을 이끄는 것은 어쩌면 사람에의, 그리고 길을 걸어가는 일 그 자체에, 그리고 혹은 길 자체에 느끼는 로맨스, 사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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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는 소극장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 곳에서 진행되는 연극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배우 수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복작복작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다양한 역할을 하는데도 찰떡같이 모든 역할을 소화해내는 멀티맨의 영향이 크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멀티맨은 남녀 주인공에 비해 조연으로 여기어지기 쉽다. 하지만 적어도 이 극에서는 멀티맨이 그 이상의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아서 새로웠다. 멀티맨이 플러스로 느껴지지 않는 연극이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

  나는 가벼운 내용의, 웃고 넘길 수 있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연극이 물론 당연히 필요하다고 느끼고 나도 가끔은 그러한 연극을 찾지만, 사실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연극이 그러한 경우가 물론 많지만, 그저 취향 차이인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또한 나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는 내가 선호하는 생각할 거리가 있는 연극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연극을 계기로 장르와 상관 없이 생각할 거리는 내가 찾아내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마냥 즐겁고 재밌기만 한 완벽한 연극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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