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로운 시각을 찍는 사진작가, Bernhard Lang [시각예술]

현실에서 비현실을 창조하는 시점의 변화
글 입력 2017.10.0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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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보다 더 사진 같고 때로는 그래픽 같기도 한 사진 작업을 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버나드 랭(Bernhard Lang)이다. 그는 하늘에서 내려다본 풍경을 찍는 사진작가로, 그를 한마디로 정의 내린다면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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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사진 작가 '버나드 랭(Bernhard Lang)'


  버나드 랭은 1970년에 태어났으며 주 활동지는 독일 뮌헨이다. 1993년부터 1996년까지는 뮌헨의 ‘Photo studio Anker’에 서 사진작가로 활동했으며 1996년부터 그 후로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스포츠팀과 뉴스의 사진을 찍던 그는 2010년부터 공중촬영 작업인 ‘에어리얼 뷰(Aerial Views)’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비행기에서 본 눈 덮인 풍경과 남아프리카행 비행기에서 본 거대한 사막에서 인상을 받고 마치 그림처럼 느껴지는 그 모습에서 항공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지만, 한번 그의 사진을 접하게 된다면 아마 많은 궁금증이 생기게 될 것이다. 강렬한 색감과 흔하지 않은 구도가 매력적인 그의 사진은 이것이 정말 그래픽 작업이 아니고 사진인지, 또 어떠한 촬영 기법을 사용한 것인지를 궁금케 한다. 하지만 필자가 처음 그의 사진을 접했을 때, 작가에 대한 정보와 사진 설명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아직 한국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기 때문에 영어와 독일어로만 그의 사진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있었다.

  그의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많은 에어리얼 뷰 시리즈 작품들을 찾을 수 있다. 오늘은 그 중 3가지의 시리즈를 소개하고자 한다. 색감이 매력적인 ’Adria’와 ‘Tulip Fields’ 그리고 독일의 환경 개발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Coal Min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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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ria'시리즈의 일부 


  첫 번째로 소개하는 작품 컬렉션은 비비드한 색감과 마치 미니어처 장난감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지중해 해변을 찍은 작품 ‘Adria’ 시리즈다. 버나드 랭이 시리즈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5년이며 이 기간 그가 찍은 사진은 무려 8만 7천 장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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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하학적으로 보이는 파라솔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봤던 파라솔이 아닌 새로운 풍경을 제시한다. 모든 것이 2차원으로 보이며 다채로운 색이 특징인 작품이다. 회화와 추상화의 중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이 시리즈의 매력은 바로 미니어처처럼 보이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 등등에 집중하면 ‘휴일’이라는 시간적 특성이 잘 보이며 그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 발견하는 재미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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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lip Fields'시리즈의 일부


  두 번째 시리즈는 튤립 필드(2016)다. 이 시리즈는 네덜란드 Keukenhof의 튤립 들판 사진을 찍은 것이다. 네덜란드는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튤립의 주요 생산국으로 연간 30억 송이가 넘는 튤립을 생산하고 주로 수출한다. 그 때문에 약 150개의 튤립 종류가 있으며 3000개의 다른 꽃 종류가 있다고 한다.

  이 시리즈가 특별한 이유는 버나드 랭이 자신의 시리즈 중 가장 힘들었던 촬영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700만 개의 튤립, 수선화과 히아신스는 연중 3-4주, 보통 4월과 5월 사이에만 만개한다고 하는데, 이때를 맞춰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시간상으로 많은 제약이 따랐다고 한다. 또한, 이곳 근처에는 유럽에서 가장 분주한 공항 중 하나인 스키폴(Schiphol)공항이 있어 버나드 랭은 비행기의 통행을 피해 사진을 찍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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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튤립은 자연물이지만, 인간의 손에 의해서 양식된다. 특히 튤립의 주요 수출국인 네덜란드는 마치 공장처럼 튤립을 생산한다. 그래서 아무리 자연물이어도 인공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사진처럼 각진 모습을 띤다. 이 시리즈들은 버나드 랭이 추구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들이기도 하다. 평소 보던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아 낯설게 만들기. 평소 우리는 튤립의 모습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공중에서 수직으로 관찰한, 틀에 갇힌 튤립들을 보니 우리가 알던 튤립인지 설명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만큼 낯설게 느껴진다. 또한, 우리는 역설적으로 이런 낯선 모습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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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l Mine'시리즈의 일부


  마지막 작품은 ‘Coal Mine' 이다. 기존의 그의 작업과는 다르게, 이 시리즈들은 ‘포토 저널리즘’의 특성을 띠고 있다. 포토저널리즘(photojournalism)은 언론에서 사진이나 그림에 중점을 두어 보도하는 것을 말한다. 저널리즘의 한 분야로 글을 대신 사진 자체로 사건 자체를 보도하거나, 기사를 보충한다.

  독일인의 예술 작품에는 독일의 역사를 표현하는 것이 많다. 예를 들면 영화는 독일인의 역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미디어 중 하나이다. 버나드 랭은 그에 비해 독일의 모습이나 역사를 많이 표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작업한 시리즈 중 하나인 탄광(2015)은 독일의 현실을 보여주고 경고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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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사진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저 멋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큰 중장비들이 가득하고 땅은 괴상한 모양으로 파여 있다. 이 사진을 보고 필자는 기계적인 웅장함에 대한 약간의 불편함과 걱정을 느꼈다. 버나드 랭은 관람객의 이런 반응을 유도하고 이 작품을 찍었다.

  보통 그의 사진 시리즈에는 큰 설명들이 없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그의 사진 중 유일하게 그나마 긴 설명이 있는 시리즈이다. 그는 The Huffington Post와 했던 인터뷰에서 사진을 통해 광산의 질감뿐만 아니라 자원 고갈의 정도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가장 큰 광산은 현재 약 1200피트 깊이에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굴착기를 사용한다. 그것은 유럽에서 가장 큰 구멍 중 하나라는 모호한 영예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석탄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제거해야 하는 토양과 모래의 양이 매우 크다고 한다. 이러한 광산 개발은 거대한 토지를 황폐화할 뿐만 아니라 수원을 오염시키고 대기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버나드 랭은 이 시리즈를 통해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대체 솔루션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드론을 이용해 찍지 않을까 했던 사진 촬영 기법은, 작가 스스로가 직접 경비행기나 헬리콥터에 매달려 이루어진다. 그리고 작가인 버나드 랭이 원하는 고도에 도달했을 때, 상체를 구부려 완전한 수직 각도에서 찍는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먼 시야의 풍경 사진이 아닌 위에서 수직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식의 사진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높은 곳에서 비친 풍경은 마치 미니어처의 세계를 보는 듯 독특하고, 수직으로 찍은 색다른 시점으로 인해 정돈된 단순함과 특별함에서 오는 강렬한 느낌을 준다. 또한 반복적이고 정렬되어있는 사물을 통해 의도치 않은 패턴이나 대칭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자연스러운 풍경은 하나의 조형 언어로 바뀌고, 바뀐 조형 언어들은 다채로운 색감을 만나 보는 이들에게 그래픽 작업과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버나드 랭은 이미지를 바꾸거나 움직이는 편집은 제한한다고 한다. 이렇게 편집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그의 작업물을 더욱 신비롭고 감탄스럽게 바라보게 해준다.

  그가 이런 사진을 찍게 된 이유가 있다. 그는 기존 인공적인 사진들에서 회의를 느꼈고, 시점의 변화만으로도 피사체를 변형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사진을 통해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시점을 달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그의 사진들을 보면 우선 감탄이 나오는데, 너무나 비현실적인 풍경에 한 번 감탄하고 이러한 사진의 연출이 오직 시점의 변화로만 나온다는 것에 한 번 더 감탄하게 된다. 단순히 사진 작업일 뿐이지만,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무언가의 교훈을 주는 것 같다. 모든 게 참 인위적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요즘 세상이다. 그 속에서 직접 몸을 날려 사진을 찍고 단순히 시점의 변화를 통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는 점은 그의 작업의 강력한 장점으로 다가온다.

 

- 더 많은 버나드 랭의 작업물을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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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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