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활짝 열린 보물상자 – ‘VOGUE LIKE A PAINTING 展’ [전시]

글 입력 2017.08.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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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첫사진22.jpg
 
 
 전시장은 붐볐다. 세계적인 패션지 ‘보그’의 명성에 맞게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주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시는 ‘초상화, 정물화, 로코코, 풍경화, 아방가르드에서 팝 아트까지’라는 5개의 섹션과 보그 코리아에서 마련한 특별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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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 존 싱어 서전트, '마담x' 우 : 파울로 로베르시, Carol>

 
 존 싱어 서전트의 ‘마담x’를 모티프로 한 사진이다. 파울로 로베르시라는 사람의 작품으로 흑백의 대비가 인상적인 사진이었다. 전시를 둘러보며 회화를 흠모하는 사진들에게 받았던 공통적 인상은 뚜렷한 대비였다. 명암의 대비나 색채의 대비 같은 것들이 뚜렷해서 정말 그림 같은 사진들로 보였던 것이다. ‘마담x’는 발표된 당시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화가의 가족은 물론 그림의 모델이 된 부인마저 곤경에 처하고, 그림 제목마저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마담x’로 바뀌게 된다. 사진 역시 모델의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블랙 드레스가 그림에서처럼 어떤 에로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같다.
 
 정물화 섹션에서는 전시 중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 있었다. 사진이 아니라 영상물인데 샘 테일러 존슨의 ‘Still Life’라는 작품이다. 과일이 썩어가는 과정을 촬영했는데 싱싱한 과일들 위에 곰팡이가 슬고 썩어가면서 과일은 처음의 상태를 완전히 잃는다. 옆에 놓인 볼펜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슨트를 진행한 선생님은 정물화의 본질이 만물의 덧없음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하셨다. 나는 이 영상이 그런 본질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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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테일러-존슨, Still Life, 왼쪽위-오른쪽위-왼쪽아래-오른쪽아래 시간순>

 
 로코코 섹션에서는 로코코 양식이 추구하는 파스텔 톤이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배경이 돋보이는 사진들이 많았다. 패션이 추구하는 영원한 젊음의 가치가 로코코 시대에도 담겨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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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오귀스트 툴무슈, In the Mirror, 우 : 파울로 로베르시, Frida and Jac>

 
 이탈리아판 보그에 실린 이 사진은 파울로 로베르시가 촬영한 사진으로 오귀스트 툴무슈의 ‘In the Mirror’를 모티프로 한 사진이다.
 
 풍경화 섹션에서는 이번 전시 홍보에 주로 쓰인 반가운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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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rt Alas & Marcus Piggot, Ophelia >
 
 
 Mert Alas & Marcus Piggot 팀(일명 M&M)의 사진은 티켓에서도 볼 수 있다. 이 팀은 패션계에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팀으로, 추구하는 사진의 아름다움이 환상적인 아름다움이어서 촬영 후 반드시 보정을 거친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나 패션 사진에서 보정을 쓰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가진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평가가 갈린다는 것이다. 오필리아를 모티프로 한 이 사진은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아방가르드에서 팝 아트까지 섹션에서는 20세기 들어 많은 예술사조가 등장하면서 나타난 많은 사진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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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실 비튼, Untitiled>
 

 세실 비튼의 사진 속 배경이 다른 그림인 것이 보이다. 1951년에 촬영된 사진의 배경은 잭슨 폴락의 그림인데 물감을 붓거나 흘리면서 그림을 그리는 ‘드리핑’ 기법을 둘러싼 논란을 짧게 소개하는 글과 함께 실렸다고 한다. 보그(VOGUE)가 당대 예술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기에 회화를 흠모하는 사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예술의 표현의 방식이라면 그 근원은 같을 것이다. 세계적인 패션지가 연 보물상자 속에는 예술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많은 포토그래퍼와 많은 모델, 그들이 표현할 수 있는 많은 가치와 많은 아름다움을 사랑한 것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전시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보그(VOGUE)의 활짝 열린 보물상자, 'VOGUE LIKE A PAINTING 展' 은 10월 7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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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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