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그리스 비극 안에서 '여성의 힘'과 '정의'를 말하다

연극 '트로이의 여인들' 미리보기
글 입력 2017.07.3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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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참 좋아했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이야기에 푹 빠져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트로이’를 떠올리면 한 여자를 사랑했던 ‘파리스’보다도 먼저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전투에서 패배한 ‘헥토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왕실 사람들의 절망이 담긴 모습이다. 비록 패배했지만 끝까지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던 그 모습이 ‘존엄’을 의미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극단 떼아르뜨 봄날의 ‘그리스의 여인들’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자극하고 있다고 밝힌다. 목숨을 바치는 적극적인 투쟁은 아닐지라도 트로이 여성들이 보여준 정의와 힘을 다루는 데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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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한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도시에 시체들과 함께 남겨진 트로이의 여인들. 그들은 유린을 당한 채 노예로 전락한다. 트로이의 왕비 헤카베는 오디세우스의 종이 되고, 그녀의 딸 카산드라는 강간을 당한 채 아가멤논의 침실로 불려들어간다. 또 아킬레우스의 사랑을 받은 포리크세네는 무참히 살해되어 아킬레우스의 무덤에 버려지고,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원수 네오프톨레모스의 여자가 되어야 할 운명. 그녀의 갓난 아들은 그리스의 군에 의해 절벽에 던져진다. 참혹한 비극 속에 던져진 트로이의 여인들은 그럼에도, 그리스군의 잔학상을 비판하면서 인간다운 최후를 준비한다”

인간으로서 ‘인간다움’을 끝까지 고수했던 그녀들의 모습은 일본에 의해 잔인하게 학대당했던 조선의 소녀들을 연상시킨다. 많은 이들이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남은 이들은 거리 위에서, 한 폭의 그림으로, 정교한 손놀림으로 인간의 존엄을 드러내고 있다. 정의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보던 만화는 밝고 경쾌했다. 그땐 왜 기쁨과 슬픔은 공존한다는 걸 알지 못했을까? 전쟁엔 가해자와 피해자만 남을 뿐이란 당연한 사실마저 잊었던 것 같다. 원형적이고 자극적인 모티프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현대적 해석을 거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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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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