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맨다의 노란색 원피스 [문학]

'유리동물원'의 그녀가 갇힌 과거의 환상
글 입력 2017.07.2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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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글에는 작품의 중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The Glass Menagerie
유리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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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는 그의 작품 『유리동물원』(The Glass Menagerie, 1944)에서 윙필드 가족의 아픔을 두드러지게 다룬다. 그는 ‘정상이 아닌 집안’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비정상적인 사회 속에서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당시 사람들을 비춘다. 딸인 로라, 아들인 톰 모두 자신을 억압시키는 결함이 있고 이를 극복하는 것을 힘겨워하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은 어머니역의 어맨다 윙필드(Amanda Wingfield)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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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맨다 윙필드는 철저히 과거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그저 그녀가 경험했던 것만을 떠올린다. 블루 마운틴에서의 행복했던 날들을 가슴에 늘 품고 살면서, 딸인 로라에게 그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려고 더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그녀가 자식들에게 이 같은 노력이란 것을 하면 할수록 그녀의 퇴보적인 성향은 그들을 옭아맬 뿐이다. 어맨다가 자식들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철저히 결여된 이해심은 극 초반에 뚜렷이 나타난다. 2장에서 그녀는 로라가 실업 대학을 자퇴한 사실을 알고 분개하며 마구 쏘아붙인다. 자신의 딸이 그곳에서 소화불량에 걸리고 극도의 긴장으로 인해 구토한 사실은 안중에도 없다. 그저 그녀가 그렸던 그림이 틀어지니 자신을 ‘기만한다’라고 화를 내는 어맨다에게서 진정한 소통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3장에서 톰과의 말다툼에서도 드러나는데, 날마다 극장에 가는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라며 어떻게든 그를 (자신의 기준에 있어)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려는 그녀는 그 존재만으로도 톰을 숨 막히게 하는 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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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맨다의 노란색 원피스는 과거 안에서 살아가는 그녀를 보여주는 확실한 상징이다. 톰이 짐을 초대했다는 사실을 알자 그녀는 분주하게 집을 꾸미더니 노란 원피스에 청색 비단 장식의 띠를 두르고 수선화와 함께 등장한다. 중년의 어머니가 입기엔 지나치게 소녀스럽고 발랄한 옷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녀가 원피스를 과거의 행복이자 영광으로서 간직해왔으며 그녀 스스로가 아직 그 날의 소녀로 남아있음  눈치챌 수 있다. 그녀는 로라에게 자신의 과거를 끊임없이 입히려고 함으로써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만이 딸을 위하는 것이라고 굳건히 믿으며 고집스레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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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맨다가 어머니로서 보인 자기희생적인 면은 우리가 그녀를 보는 부정적인 시선에 제동을 건다. 자식들에게 드는 비용을 대고자 전화로 잡지 구독 요청을 하며 상대의 비위를 맞추는 그녀의 생기 있는 말투는 어쩐지 안쓰럽게 들린다. 그녀는 자식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여느 어머니와 다르지 않다. 다만 그 방식이 잘못되었으며 제대로 된 소통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에 그 관계가 계속 틀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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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끝에서 로라가 짐과 시간을 가지는 장면은 로라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 있어 희망적인 면을 보여 준다. 톰 역시 사실상 자신이 바라던 선원이 된 상태에서 해설을 진행했다. 그러나 어맨다만은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녀는 짐이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에 또다시 극성스러운 예민함을 유감없이 표출하며 톰에게 상처를 준다. 지난 일을 그저 추억으로서 간직하고 현실을 바라보기엔 그녀가 과거 속에서 꿈꾸며 살던 시간이 너무 길었고,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바꾸라고 말하는 것은 본인에게 큰 혼란일뿐더러 불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끝까지 고통의 원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가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굳은 신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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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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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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