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옥자는 끝내 무사할 수 있을까?

글 입력 2017.07.0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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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식량난, 유전자 변형 식품, 출처를 알 수 없는 가공육과 근거 없는 소비, 자본주의의 폐혜... . 단어만 들어도 꽤나 무거운 주제들이 영화 하나에 제대로 버무려졌다. 

영화 <옥자>는 참으로 놀라운 영화다. 
이 영화는 대개의 음식 다큐멘터리들이 갖는 '보다 보면 지루해지는' 단점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빠져들고, 몰입하여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물론 <옥자>의 장르가 다큐멘터리라는 것은 아니나, 워낙에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이토록 위트 넘치게 풀어냈음에 봉준호 감독의 재치와 반짝이는 아이디어, 비상함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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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옥자> 스틸컷


산골소녀 미자와 특수 돼지 옥자라는 연결고리.
감독은 돼지를 구하기 위해 스스럼없이 뉴욕까지 찾아가는 인물을 그려내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돼지와 산골에서 자매처럼 지내며 자란 '미자'라는 캐릭터를 설정했다. 감독이 의도한 것처럼 미자가 지내는 산골은 기계문명이 낳은 폐단이 난무하고, 사이코패스로 의심받는 사장이 있는 미국의 어느 회사와 대비되며 찬란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곳으로 비추어진다.

'편안함'이라는 세 글자를 가져다 대어보면, 이 단어가 첨단 문명이 발달한 미국 뉴욕의 중심가보다는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아도 아름답고 풍요로운 산골에 더 어울린다는 것. 영화를 보지 않아도 알 만한 정서다.

거기에 보태어 영화에 함께 등장하는 동물을 사랑했었을 수도 있겠으나, 현재는 그저 한물 간 방송인이라던가, 위기에 빠진 동물들을 구출해내는 단체, 과한 순수함으로 옥자와 미자를 위기로 빠뜨리는 문제의 발단이 되는 할아버지까지... . 충분히 풍부한 캐릭터와 돼지만으로도 아슬아슬한 전개는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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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옥자> 스틸 컷


이 영화를 본다고 해서 영원히 고기를 끊는다거나 일생일대의 변화가 찾아올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인간은 그렇게 쉽게 바뀌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돼지에 불어넣어진 영혼, 강아지를 키우듯 돼지를 키우는 소녀가 돼지에게서 갖는 감정, 울부짖는 돼지들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 속에서 잠시나마 영화를 본 후 미안함을 넘은 경건한 마음마저 들어오니... 이만하면 충분히 감독이 관객에게 기대하는 바를 채운 것이 아닐까. 

세상의 모든 음식은 곧 무언가의 영혼의 산물일 수 있다는 경건한 마음으로, 인간의 잔혹함이 부르는 참사에 대한 미안함으로, 영화에 대한 평을 마쳐본다.

 
[에이린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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