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문화전반] 당신 지금, ‘정말로’ 괜찮은가요?

'괜찮다'는 말이 익숙하진 당신께,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글 입력 2017.05.1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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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아가면서 ‘괜찮다’라는 말을 참 많이도 쓴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역사 때문인지, 유난히 남을 배려하고 예의를 갖추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오죽하면, 외국어를 배울 때도 ‘괜찮아요’라는 표현을 먼저 배우기까지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괜찮을까?’
 
 ‘괜찮다’라는 말은 어떤 탈이나 문제가 걱정이 되거나 꺼릴 것이 없음을 의미한다. 즉, 특정 행위나 사건이 나의 신체적, 정신적 괴로움을 크게 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괜찮다는 것은 역으로 내가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가?’를 표현하는 척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의 괜찮다는 한계점의 의미를 가진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 등 내가 얼마나 원만한 성격을 갖고 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괜찮다라고 하는 것이다. 아 물론, 괜찮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다만,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나는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나약한 사람이 되거나 예민한 사람이 될 뿐이다.
 
 그런데 당신은 정말 괜찮은가? 나를 함부로 대하는 친구, 괜찮은가? 내 사생활을 건드리며 내 인격이나 인성을 판가름하는 상사는? 내게 자신이 꿈꾸던 삶을 강요하는 부모님은? 괜찮다는 말의 기준을 오롯이 당신 스스로에게만 둔다면, 당신에겐 결코 괜찮지 않은 일들이 많을 것이다. 단지 우리는 괜찮은 ‘척’ 하는 데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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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드라마를 보면 괜찮지 않은 남녀가 나온다. 남자는 가정 폭력을 당했고, 아버지의 사망에 일조한 어머니의 방화를 목격하지만 묵인하고 죄를 형에게 덮어 씌운다. 자신의 잘못 때문이었다 생각하기에 형이 자신을 헤칠 때에도 그는 형을 탓하지 못한다. 그럴 만 하다고, 그래서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할 뿐이다. 결국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신분열에 시달리게 된다. 여자는 어릴 적 목격한 어머니의 외도로 남자와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강박에 시달린다. 정신과 레지던트임에도 불구하고, 강박증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모든 등장인물들이 다 크고 작은 정신병을 앓고있다.
 
 드라마 특유의 과장이라고? 아니다. 나는 어릴 적 완벽한 자식 교육을 추구하던 엄마 밑에서 자랐고 조그만 실수에도 크게 혼났다. 100점이 아니면 칭찬받지 못하던 그 때부터 나는 부모님이 어려웠다. 지금의 엄마는 전혀 그러지 않음에도, 나는 내 삶의 크고 사소한 문제들에 대해 부모님께 털어놓지를 못한다. 항상 완벽한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다. 주변의 어떤 이는 어릴 적부터 형제자매에게 비교를 당하며 살아, 자신이 그들보다 무언가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를 못한다.
 
 내가, 혹은 내 주변인이 소위 말하는 비정상일까? 아니다. 우리는 아주 평범하고 괜찮은 사람들 중 하나이다. 최소한 겉보기엔 말이다. 우리 가족은 매달 가족 행사를 하고, 함께 저녁을 먹으며,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주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딸인 척, 부모님을 의지하는 척 했던 건 괜찮아 보이고 싶어서였다. 실은, 괜찮지 않다.
 
 우리는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괜찮은 척을 한다. 그런데, 괜찮은 척의 끝엔 ‘괜찮지 않음’이 있다. 제 때 치료받지 못한 상처는 곪는다.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괜찮다, 괜찮다 하며 잘 참는 사람은 강한 게 아니다. 둔한 것이다.
 
 우린 조금 더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내 기분의 주인은 나고, 내 마음의 주인도 나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괜찮지 않은 일을 괜찮은 척 할 필요는 없다. 괜찮지 않을 때는 괜찮지 않음을 인정해야만 정말 괜찮아 질 수 있다. 우린 모두 어딘가 괜찮지 않다. 괜찮지 않음을 두려워하지 말자. 나를 위해 내뱉어 보자. “그건 괜찮지 않다”고.


[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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