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잃어버린 동심을 찾아서 '가디언즈' [시각예술]

네 명의 가디언즈와 정체성을 찾지 못한 예비(?) 가디언즈 한 명.
글 입력 2017.05.0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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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도 산타를 믿지 않았다. 

1년 내내 더운 나라에서 살았기 때문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또한 어렸을 때 부터 딱히 '기념일'에 무뎠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던 적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예전의 나는 기념일을 신경쓰기 보다 하루하루 커가기 바빴고, 기념일보다 재미있는 놀잇감이 많아서 보통 어린아이들이 믿는 것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기념일'에 대한 환상이 생겼고 되도록이면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어제는 5월 5일 어린이날이었다. 

모든 어린이들이 선물을 받거나 혹은 엄마, 아빠께 평소보다 더 예쁨을 받는 날이다. 나는 더이상 어린이에 해당되지 않고, 나에게는 특별하지 않은 날이 됐다. 하지만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고자 '가디언즈'라는 애니메이션을 봤다.

영화 내용을 설명하기에 앞서, 애니메이션은 아이들만을 위한 영화인가? 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애니메이션이라도 교훈이 있고 성인들이 봐도 충분히 감동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즈들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산타인 놀스, 부활절 토끼인 버니, 이빨요정 투스, 그리고 아이들에게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샌드맨 이렇게 네 명의 가디언즈가 존재한다. 세계의 아이들에게 행복함을 선물하며 평화롭던 어느 날, 악몽의 신 '피치'가 깨어나자 '달의 그분'은 또 한명의 가디언즈를 선택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가디언즈의 입장에서 보면 말썽꾸러기인 '잭 프로스트'가 선택됐고, 특히 버니는 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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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프로스트는 달의 그분에게 선택 돼 눈을 내릴 수 있고, 모든 것을 얼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는 특별한 능력을 갖기 전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고, 자신의 나이가 몇 살인지, 가족은 누구인지, 어디서 살았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달의 그분에게 항상 물음을 청하지만 그분은 대답해주시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로 특별한 능력만을 가지고 살아가며 정체성을 찾지 못한다. 그러던 와중에 가디언즈로 선택됐고 그도 처음에는 가디언즈 '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피치'가 나타남으로 인해 결국 가디언즈 다섯명이 뭉치게 된다.


지구본.jpg

 
산타의 작업장에는 큰 지구본이 하나 있는데 그 지구본에서는 나쁜 아이든 착한 아이든 가디언즈의 존재를 믿는다면 하나의 별처럼 반짝인다. 하지만 '피치'가 아이들에게 악몽을 심어주고 가디언즈들의 성에 쳐들어가 엉망을 만들고 아이들의 믿음을 앗아갔기 때문에 지구본의 불빛은 점점 사라진다. 

가디언즈는 아이들이 자신을 믿으면, 아이들에 눈에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믿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피치는 부활절 당일 버니의 달걀공장에 쳐들어가 달걀들을 모두 깨트려버렸고 결국 버니는 부활절 달걀을 나눠주지 못했다. 부활절 행사에 참석한 아이들은 달걀을 찾지 못하고 '부활절 토끼는 없어'라며 집으로 돌아간다. 이처럼 믿음을 져버린 버니는 가디언즈의 힘을 잃어 아이들에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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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본에 불빛이 열개도 채 남지 않았다. 세개쯤 남았을 무렵 피치가 다시 산타의 성으로 찾아와 얼마 남지 않은 불빛들을 하나하나 발로 짓밟는다. "셋, 둘, 하나." 그렇지만 마지막 남은 하나의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네명의 가디언즈를 자신의 눈으로 목격한 제이미였다. 제이미는 가디언즈의 존재를 믿었고, 그렇기에 부활절 토끼 인형을 바라보며 "너가 진짜라면, 조금이라도 바뀌는 모습을 보여줘"라며 마지막 남은 희망을 붙잡고 있었다. 

그렇지만 토끼는 바뀌지 않았고 그때 잭 프로스트가 찾아갔다. 잭은 창문에 토끼와 부활절 달걀 그림을 그린다. 제이미는 창문에 그려지는 그림을 보고 "잭 프로스트?"라며 그의 이름을 불러준다. 그러자 잭은 감격한 목소리로 자신을 아냐며 제이미에게 물어본다. 제이미의 눈에 잭도 보이게 됐고, 잭은 비로소 아이들의 눈에 보이게 됐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 것이다. 비로소 다섯명의 가디언즈로 그들은 '피치'와 싸우며 아이들의 동심 그리고 사라져가는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이야기는 해피앤딩으로 끝난다. 

잭은 제이미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되고 사람의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영화를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 믿음과 신뢰는 우리가 인간관계를 형성할 때 가장 밑바탕이 되는 감정이고 이를 통해 깊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요즘 대학생 즉, 청년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사람인지 모른채 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획일화된 직업군과 자신을 모르기 때문에 꿈과 희망이 없는 성인들. 나 또한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었는데, '정체성'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정말 중요한 발판이 된다. 모두가 자신에 대해 더 고민해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많은 아이들이 동심을 오랫동안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동심은, 그래도 오래 간직할 수록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동심을 지켜나가고 예쁜 마음을 간직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동심을 지킬 수 없는 환경과 조건에 속해 있는 현재 지구 반대편에서는 전쟁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하루 빨리 웃는 얼굴로 바뀔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도한다.


[김경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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