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애원하는 남자, 기다리는 남자의 낯섦: SHINee의 음악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4.0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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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기에 앞서 고백하건데, 필자는 SHINee의 팬이다. 하지만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글은 그들의 음악 중에서도 정말 일부만을, 그 일부를 보는 필자의 느낌 중에서도 정말 작은 부분을 깊게 파고들어 본 것에서 시작되었다. 필자 스스로 그들의 아이돌로서의 활동이 아닌 음악만을 좋아한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 글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약간의 팬심이 가미된 것일 테다. 그리고 그 팬심이란 것도 사실, SHINee의 음악에 대해 단 한명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 혹은 왜 이런 노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까 싶은 답답함 내지는 안타까움에 더 가깝다.
  
 SHINee의 음악은 언제나 좋은 비평을 받아왔지만, 그게 꼭 대중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물론, 아이돌 시장이 심각한 레드오션이며 그 속에서 SHINee는 항상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놓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정도 연차가 된 아이돌 그룹 중에서는 드물만큼 단단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앨범 판매 추이라던지, 총 수입 같은 금전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그들의 '음악'에 대한 대중적인 '각인'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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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INee - Sherlock 앨범 아트 중 >

 
 개인적으로 SHINee가 데뷔 초 이후로 대중에게 가장 큰 어필을 했던 때는 아이돌 군무의 판도를 바꾸었다고 평가받는 노래 'Sherlock' 활동기가 아닌가 싶다. 1년 이상의, 일반적인 아이돌로서는 굉장히 긴 공백기를 깨고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었고, 2017년 지금까지도 SHINee가 예능이나 방송 출연을 하면 심심치않게 보여주는 춤이 바로 'Sherloc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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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굉장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Sherlock의 안무구성 >


 그러나 그 뒤로 SHINee가 보여주는 음악의 행보는 대중성과는 꽤나 거리가 있어 보였다. 'Dream girl', 'Why so serious', 그리고 'Everybody'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음악성은 비평가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았으나, 너무나 높은 난이도의 안무와 실력파로서의 입지 전적은 오히려 소위 말하는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춤'으로부터는 멀어지게 만들고 말았다.

 하지만, 필자는 그것이 단순히 SHINee의 실력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니고서는 한국 시장에서 '아이돌'로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서, 아이돌 그룹의 실력 우열을 가리는 일 자체는 이제 별 의미가 없다. 누가 조금 더 노래를 잘하거나 춤을 더 잘추거나 정도의 분화는 있겠으나 이미 그 정도의 구분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건 역시 어느 정도 애정이 있다는 표시일 것이기 때문이다.

 SHINee의 음악이 빅뱅의 음악처럼 남녀노소 세대 전체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이들이 'Contemporary band'를 컨셉으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남성상이라는 것이 동 시대의 젊은 남성층이 원하는 모습과는 무척이나 다르다는 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남성상은 필연적으로 남성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와 맡닿아 있게 된다. 대중 가요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바로 사랑 노래이기 때문이다.


 
You're my savior treasure but cruel
당신은 대체 어떤 존재인 거죠
그댄 여름
싱그러운 아침 햇살보다 눈부셔
그댄 독재자
당신 원한 모든 것
내게서 다 앗아가
-Savior 중

너만이 유일한 구원인 걸
-Rescue 중 

텅 빈 내 맘을 분해해
몰랐었던 감정들로 날 가득 채우고
투명한 그 두 눈빛으로
내 맘을 비추어
-Prism 중

신기한 아니 뭔가 이상한 일이야
혹시 병일지 몰라
-상사병




 SHINee의 노래에서 여성은 숭배의 대상이며, 남성을 구원하는 존재이다. 화자인 남성에게 있어서 그가 사랑하는 여성은 도통 알 수 없는 존재, 신비하지만 때로는 잔인한 존재로 그려진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SHINee의 노래 중 다수에서 여성은 신과 같은 절대자의 자리에 위치한 채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로 군림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래 가사 속 화자가 사랑에 빠지는 경험 속에는 본인의 자의란 없다. 물론 사랑이라는 감정이 원래 자의적으로 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화자가 남성이라는 점이 이 모든 상황을 한층 더 독특하게 만든다. 수동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고 마는' 남성의 이미지는 화자인 남성을 언제나 당황스럽게 하며, 상대적으로 작아지게 만든다. 현대 사회의 보통의 연애관계, 혹은 남녀관계와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이 마음이 너를 힘들게 했구나
조금은 물러설게 기다릴게
니가 편하도록 멀리 서 있을게
이리 애원하잖아
-혜야 중

그대 맘에 닿고 싶은 날 말하지 못해
나 그댈 갖지 못해도
내 맘이 끝내 슬픈 인연의 벽 앞에 가로막혀도
-화살 중

나보다 잘나 보여 네 옆의 그 남자
-화장을 하고 중

걷잡을 수 없이 두근대는 날엔
이기적인 고백을 너에게 할 수도 있지만
근데 그 후에 우린 어쩌죠 
난 그게 두려워
-방백 중

참 예쁘고 아프고 사랑스러워
이런 마음이 날 작게 만들지만
사랑해선 안될 사람이 된 넌
날 보며 웃고 있네
-If you love her 중

다 못 본 걸로 그냥 눈 감아줄게 너도 못 본 걸로 해
난 알기 싫어 너의 선택 내 눈을 외면한다
그냥 없던 일로 하면 돼 어제처럼 내일 보면 돼
-1분만 중

난, 너무 두려워 우리의 추억이 깊게 배어 있는 곳에
완벽한 사람을 만난 널 보게 될까봐 
너 아니면 안되는 걸 이제야 알아버린 내가 너무 비참해
-너 아니면 안되는 걸 중

 

 이에 더해, SHINee의 노래 속에서 화자는 자진해서 스스로를 깎아 내린다. 사랑하는 여성에게 애원하고, 그 애원 속에서 그녀가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날까봐 두려워 한다. 전통적인 이성관계에서 이런 애원을 하는 것은 대부분 남성이 아니다. 마음을 말하지 못하거나, 스스로의 감정을 안으로만 삭히는 모습 역시도 대개 여성의 모습으로 그려져 왔다. 심지어 '1분만'이라는 노래에서는 바람을 피우는 연인을 못본 체 하려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 데뷔한 빅뱅의 태양이 발표한 솔로곡 '나만 바라봐'에서 '내가 바람펴도 너는 피지마'라는 직설적인 대사가 등장한 것과는 무척이나 대조적이다. 태양의 가사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실 많은 남자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차마 말로는 할 수 없지만, 노래라는 장르 속에서 솔직하게 표현해낸 것일수도 있다고 말이다.

 사실 SHINee의 노래 속 남자의 모습은 속된 말로 '찌질'하다. 찌질하고, 구차하고, 요즘 흔히들 말하는 SWAG라곤 전혀 없다. 오히려 정 반대다. 여리고, 불안해하고, 상처받는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사랑하려는 모습은 어떤 면에서는 정말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모습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데뷔 초의 노래부터 가장 최근의 노래까지 일관되게 이어져오다 보니, 노래를 듣다 보면 마치 어딘가에는 그런 사람이 정말로 있을 것 같은 확신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랑의 길 끝에는 
이별의 길이 펼쳐져 너는 없고
저 보이지도 않는 끝을
계속 난 걸어가 우리가 멀어져 가
-이별의 길 중

멎지 못할 이 비가 내리고
젖어 드는 이 그림 속에 번지는 그대
나보다 한 발 더 먼저
넌 어느새 첫발을 내딛고
멀어져 가 날 두고
-투명우산 중

너 없는 하루가 두려워 
애타게 붙잡아봐도 
아무런 약속 없이 넌 내 곁을 떠나
-Dream Girl 중

어떤 것도 예전 같지가 않은걸
너를 잃은 나만
멋대로 혼자서 아직 널 담고서 말도 없이 온 날 보며
미소 짓지 않고 아무 말 없지만 그래도 너여야만 해
-떠나지 못해 중

버리고 또 버려도 기억은 너를 다시 불러 놓고
내 앞에 앉아서 웃고 있는 너를
이 곳에 가두려 하는데
-In my room 중

기나긴 잠에 깨어 어스름이 짙은 길을 지나
깊은 생각에 잠겨 다시 널 그려
잔잔한 호수 돌멩이 하나를 던져 놓고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또 그리고
너를 그린다 너를 그린다 널 그린다 너를 그린다
-알람시계 중



 마지막으로, 이 모든 사랑의 경험 뒤에 남성 화자는 언제나 홀로 남는다. 남는다, 는 것은 한 쪽이 떠나가고 남게 되는 것일 테다. 그 기억 속에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것도 언제나 남자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성을 원망하거나 그녀의 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이유는 이별 그 자체에 있다.
 
 SHINee의 음악에서 정말 꾸준히 등장하는 기다리는 남자, 애원하는 남자의 목소리는 사실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달랐던 것이기에 낯설다. 그러나 필자는 이 낯섦이 단순히 한계가 아니라, 이들의 음악이 보여주는 독특한 특성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SHINee가 첫 데뷔를 해서 '누난 너무 예뻐'를 부를 때에만 해도, 연하남이나 명랑 소년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그룹은 없었다. SHINee는 항상 미지를 개척하는 존재였으며, 지금까지 그들의 음악도 그러했다.

 이들이 꾸준히 그려나가는,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확신으로 '괴로워도 슬퍼도' 결국 사랑하고 마는 화자의 모습은, 그들의 음악을 지금 당장은 대중의 중심에 두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개척하고 있는 방향이, 감히 이야기 하건데, 이 시대의 남자들이 사랑을 하면서 따라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판타지같은 사랑이지만, 요즘의 우리는 그걸 너무나 쉽게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해버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최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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