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기도의 목소리, ‘스타바트 마테르’ [공연]

글 입력 2017.03.3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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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정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드보르작’ 한 단어만 보고 무작정 보러가기로 했다. 웅장하고 오케스트라 편성 규모가 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드보르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드보르작다운 음악을 기대하며 공연장으로 향했다. 사실 나는 무교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기독교나 천주교, 불교를 꺼려하지는 않는 편이다. 오히려 서로 다른 종교를 보고 좋은 말씀, 마음에 새겨야 할 다짐을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스타바트 마테르’가 다루는 성경의 말씀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었기에 공연 보기에 앞서 이해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또한 종교음악은 조금 지루하고 졸리다는 편견을 갖고 있어 중간에 졸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걱정했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공연을 다 본 후에는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푸근한 마음으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관람 포인트



1. 합창

 합창공연을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전문성 있고 규모가 있는 합창단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실은 성악가들의 역량을 기대하며 곡들을 감상했으나 나를 반하게 한 것은 목소리로 여러 음악을 만들어내는 합창단의 노랫소리였다. 합창단은 성악 솔로리스트의 노래를 서포트해주며 곡의 분위기를 이어나가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여러 명의 목소리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공연장을 울리는 힘도 갖고 있다.

 이번 총 10곡의 ‘스타바트 마테르’ 공연에서 합창단이 유독 돋보인 곡은 제 3곡 ‘Eja mater, fons amoris (사랑의 근원이시여)'와 제 5곡 ’Tui nati vulnerati (내 모든 죄를 없애시고)‘ 그리고 제 10곡 ’Quando corpus morietur (내 육신은 쇠할지라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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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제 5곡의 경우 어느 한 부분에서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단이 참여하지 않고 오직 합창단의 목소리로 이어나갔는데 합창의 목소리가 마치 대중들의 기도소리로 들려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마지막 곡에서는 ’아멘‘ 가사를 성악가들과 합창단이 돌아가면서 부르게 되는데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음이 높아지고, 성량도 커지며, 곡의 분위기도 무르익는다. 다 같이 불렀기 때문에, 그리고 합창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아멘‘이란 단어가 기도문의 일부로 들리기 보다는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진 하나의 목소리로 들렸다.


2. 오케스트라 + 오르간
 
 대규모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있을 것 다 있는 편성의 오케스트라 음악은 공연 보는 내내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어떻게 보면 성악가들과 합창이 주를 이루고 오케스트라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케스트라가 있었기 때문에 평범할 수 있는 기도문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오케스트라가 가장 두드러졌던 부분은 제 1곡 ‘Stabat Mater dolorosa(애처러운 성모가 울며 십자가 앞에 서 있네)’의 도입부였는데 긴장감을 조성하며 비교적 암울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르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던 점인데 정말 자세히 듣다보면 깊고 낮은 음으로 전반적인 곡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오르간도 여느 악기와 같이 튀지 않으면서 다른 음악과 조화를 이루어 곡 흐름을 지탱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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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보르작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을 들으면 드는 생각이 있다. 이는 불완전한 멜로디의 반복이다. 같은 멜로디가 반복해서 등장하기 보다는 멜로디가 조금씩 변하면서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곡을 극대화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엄하고 웅장한 음악이 나오는데 섬세한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 큼직큼직한 곡의 흐름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번 ‘스타바트 마테르’도 드보르작의 스타일이 조금 나온 것 같은데 티파니를 활용하여 곡의 클라이맥스를 극대화시키는가 하며, 관악기와 현악기의 돌림 연주를 통해 점차적으로 곡의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들어 주었다.


3. 라틴어 가사

 ‘Stabat Mater' 라틴어로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 밑에서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모습’을 뜻한다. 이와 같이 총 10곡으로 이루어진 ‘스타바트 마테르’는 라틴어 가사로 적혀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요즘은 프로젝트 빔을 통해 번역된 가사를 보고 이해할 수 있지만 드보르작이 살았던 그 시대에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라틴어 가사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옛날로 돌아간 것처럼 나는 최대한 가사를 보지 않고 음악에만 집중을 했는데 가사를 이해하지 못해도 노래를 통해 예수의 부활을 믿는 사람들의 행복감, 경외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한 곡당 라틴어 가사가 짧아 노래 부를 때 같은 구절의 라틴어 가사가 자주 반복되었는데 이는 마치 빗소리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를 갖고 있었다. 라틴어를 잘 모르고, 심지어 라틴어 번역 속의 의미조차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홀로 조용히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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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 종교음악

 
 보통 음악을 감상할 때 나는 머릿속으로 음악과 어울리는 장면을 상상한다. 종교음악은 배경 지식이 없으면 상상하기 조금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가사와 함께 음악을 즐겨서 그런지 쉽게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모습,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도 다시 살아날 것이란 믿음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등이 그려졌다.

 종교음악은 사실 비종교인이라면 듣기 어려울 수 있으며 거부하는 사람들도 간혹 볼 수 있다. 이는 종교음악이 무조건 이 종교를 믿어야 부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맞는 얘기이다. 교회나 성당 예배를 가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하는가? 바로 찬송가나 노래를 부른다. 사람들은 종교노래를 통해 마음을 정화시키고 믿음이 커질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렇게 복잡하고 불안한 사회 속에서 살기 위해서는 비종교인 대중들도 종교노래가 간혹 필요하기도 하다. 엄숙하면서도 편안한 노래를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오히려 대중들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나오는 아이돌들, 정말 빅뱅, 소녀시대, 비스트 제외하고는 잘 모르겠다. 학생들 사이에서 혹은 대중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노래를 들으면 밝기는 하나 대부분 사랑 타령 얘기에 솔직히 공감되지 않는 노래가 대다수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지탱해주고 소망과 희망을 전달해주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현재 종교음악의 역할인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대중음악과 종교음악은 구분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갓스펠, 크리스마스 캐롤송 등 종교를 주제로 만든 작품이 있는 만큼 종교음악은 대중 속으로 많이 흡수가 되었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퍼진 종교 음악을 통해 위로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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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보기 전 마침 세월호에서 유골이 발견된 것 같다는 뉴스를 보고 공연을 관람했다. 발견했다던 유골은 돼지뼈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공연을 보는 내내 유골이 유실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세 아이를 한 번에 잃어버린 드보르작의 작품으로 설명되어 있어 곡들이 한없이 슬프고 어두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희망과 새로운 출발의 분위기를 담은 곡들이 공연장을 휩쓸었다. 우리사회에서도 이제 어두운 기운은 걷히고 밝은 시작이 있기를 이번 공연을 빌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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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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