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외면하고 싶은 것에 대하여 - 연극 소나기마차

글 입력 2017.02.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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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외면을 받는 소나기마차 공연단의 이야기
두려운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쫓아내는 사람들.


프리뷰를 통해 소나기마차를 알게 되면서 끊임없이 '소나기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소나기 마차는 정말 소나기를 피하는 걸까?' 연극을 보기 직전까지도 '소나기마차'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있었다. 이것이 '소나기마차'의 매력인 것 같다. '소나기마차'를 접한 순간부터 계속해서 연극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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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시작되고 끝날때까지 배우들은 얼마나 달렸을까. 어떻게 저렇게 힘차게 패달을 밟고서도 내려서 바로 대사를 할 수 있을까. 아마 '소나기마차'를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일 것이다.

그들은 소나기를 피해 그들의 삶의 터전인 마차를 이끌고 이리저리 떠돌아 다닌다. 연극에서는 소나기를 중심으로 두 가지 부류의 무리를 볼 수 있다. 소나기를 피해 계속해서 움직이는 소나기마차 단원들과 소나기가 두려워 마을에서 떠나지 않는 마을 사람들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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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를 두려워만 하고 피해 볼 생각을 안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소나기마차 단원들은 연극을 통해 마을 사람들에게 소나기를 물리칠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다닌다. 그러나 나는 웃음을 통해서 소나기를 물리친다는 단장 퍼그의 방식에 대해 동의하지 못했다.

물론 공연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그들이었기에 웃음이 나오는 공연을 해야했지만 두려운 상황 속에서 단장이 소나기에 대한 무서움을 더 제대로 이야기하고 함께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는 연극을 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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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후반으로 갈수록 소나기를 피해 다니는 것에 지쳐버려 단원들은 마을 사람들을 더 불러 모을 '재미'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그와 동시에 단장 퍼그에 대한 불만도 점차 고조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나기마차는 더이상 소나기에 대한 공연을 이어나가지 않고 자극적인 이야기로 마을 사람들의 마을을 홀리게 된다.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사람이 지쳐버리면 또 그것에 대해 외면하고만 싶어하는 대중들이라면 결국 소나기에 의해서든 그 어떤 것에 의해서든 사회는 파멸해버릴 것이다. 그래서 연극은 누군가는 계속해서 외면하고 싶은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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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주제라 해서 사회의 화두를 외면한다면 결국 소나기와 같이 어둡고 무서운 존재에게 우리는 모두 잠식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소나기'가 가진 특성 아닐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천천히 어둠이 우리를, 대중을, 사회를 물들어 버리게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나기'는 계속해서 이야기 되어야 한다. 연극은 새로운 '소나기'에 대해 이야기가 시작될 것을 암시하면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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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너무나 어려운 연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봐야한다. 왜냐면 보기전부터 보고나서도 골똘히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인물들에게서 욕망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인 모습을 가감없이 무대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불편하다. 마치 내가 숨기고 싶은 부분을 들킨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다 닥쳐진 죽음 앞에서 발가벗겨진 인간의 모습을 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의 본성을 넘어서서 죽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는 소나기마차 단원들을 보면서 그 이야기가 무엇이든 진정한 이야기꾼들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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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정보※
장소: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기간: 2017년 2월 10일 ~ 26일
시간: 평일 8시 / 토요일 3시/ 일요일 4시
(월요일 공연없음)

※예매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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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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