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라이너스의 담요, 차가운 겨울에 찾게 된 포근한 봄의 음악 [공연예술]

글 입력 2017.02.0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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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디저트든 사람이든 혹은 그 무엇이든 달콤한 것을 보면 마음이 포근포근해지고 사르르 녹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밴드의 음악을 들을 때는 그런 기분이 매번 든다. 라이너스의 담요 (Linus's Blanket). 이름에서부터 푹신하고 따뜻한 기분이 들지 않는가? 만화 '피너츠(Peanuts)를 보면 라이너스라는 캐릭터가 항상 지니고 다니는 파란색 담요가 있다. 라이너스의 담요는 피너츠에서 라이너스를 늘 편안하게 해주는 담요처럼, 자신들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선물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라이너스의 담요는 활동을 시작한지 무려 10년 만에 첫 정규 앨범을 내놓았다. 그 동안 많은 EP앨범들이 있었지만 라이너스의 담요의 1집 앨범은 라이너스의 담요 특유의 사랑스러운 멜로디, 비누방울이 톡톡 터지는 듯 한 단순한 리듬의 노래의 끝판왕 같은, 동화 같은 앨범의 등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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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너스의 담요는 보컬 연진 외에도 여러 멤버들이 있었다. 하지만 2001년 결성 이후에 꽤 많은 시간이 지나 각자의 사정으로 멤버들이 나가게 되어, 현재는 연진 홀로 원맨 밴드로서 활동하고 있다. 결성한지 15년이 지난 밴드가, 구성원에도 변함이 생겼건만, 그의 음악은 변함이 없다. 변함이 없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그들 특유의 음색과 선율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이지 다행인 일로 여겨질 것이다. 실로 라이너스의 담요는 언제 찾아와도 환히 맞아주는 마음 속 고향과 같은 노래를 한다.

  라이너스의 담요는 튀는 음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부담스럽지 않은 기타반주와 어린 아이 같은, 속삭이는 듯 한 하이톤의 여리고 사랑스러운 목소리 등을 통해서 햇빛이 스미는 오후에 담요에 둘둘 말려 낮잠을 자고 있는 것 같은 아늑함을 느끼게 한다. 밝고 귀여운 느낌의 높은 음들로 주로 멜로디를 만들지만, 이러한 멜로디를 연주할 때에는 베이스 기타처럼 나직하게 둥하고 울리는 사운드도 있어 마냥 날아가는 듯 가벼운 느낌의 노래들은 아니다. 라이너스의 담요의 노래에는 공통적으로 비누방울이 터지는 듯 한 소리의 신디사이저 반주가 함께 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느낌 덕분에 마냥 올드한 느낌은 나지 않고 그 사이의 균형을 잡고 있는 듯 하며, 이 때문에 더욱 귀엽고 발랄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라이너스의 담요는 2003년 앨범 'Semester'의 첫 곡 'Signal Song'을 만들 때 명곡은 '라라라', '뚜루루', '빱빠빠'등의 가사로 만들어진다는 신념을 가지고 곡을 썼다고 한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라이너스의 담요의 노래에서 통통 튀는 박자와 함께 ‘두루두룻두’하는 입소리가 많이 들리기 때문에 옛적이고 복고적인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또한 같은 멜로디라인의 반복이 많아 노래 자체에 큰 변화가 없는 편인데, 이는 마치 어린 시절 듣던 자장가 같고, 조곤조곤 말 하는 것 같아 편안함이 느껴진다.

  라이너스의 담요의 통통 튀는 박자와 밝은 분위기의 조금은 빠른 멜로디를 대표적으로 담은 곡이 있다면 ‘Picnic'일 것이다. 이 곡은 CF를 통해서 사람들의 귀에 익은 노래가 되었는데 제목 그대로 소풍을 떠날 때의 경쾌함과 신나는 감정, 설렘을 스타카토의 리듬과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로 (함께 노래를 부르는 기분이 든다) 잘 표현하였다.

  내가 라이너스의 담요를 처음 접하게 된 노래는 바로 ‘고백’이다. 라이너스의 담요는 주로 템포가 조금 빠르고 한낮에 듣기 좋은 노래들을 많이 내놓는데, 이 곡은 조금 느린 템포의 음악이다. 때문에 마치 새벽에 하는 산책처럼 차분하고, 그러면서도 딱딱하게 끊어지는 발음이 아닌 입 속에서 한 번 굴려진 후에 터져 나오는 듯 한 발음과 앞서 이야기한 비누방울 같은 신디사이저의 반주로 인해 따뜻한 느낌, 설렘이 그대로 전해지는 곡이다.

  ‘고백’에서 느낀 것과 같은 감정은 ‘Stop Liking, Start Loving’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음악은 신디사이저와 기타의 반주, 목소리만으로 노래를 시작하고 이어가는데 그 시작이 시끄럽거나 높지 않고 낮고 조용한 음이기 때문에 어떠한 반감이나 (귀에) 불편함 없이 들을 수 있다. 중간 중간 들리는 코러스라인은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것 같이 한 층 노이즈가 낀 듯 한 목소리이기 때문에 멜로디 라인과 구분되지만, 또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동일한 멜로디를 반복하며 노래의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코러스가 없었다면 이 노래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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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너스의 담요의 활동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지만, 지금까지도 여러 아티스트들의 작업에 참여하며 종종 활동하고 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들의 음악을 우연찮게 듣게 되면 (특히나 대중에게 그들을 알린 곡이라고 할 수 있는 'Picnic'은 TV프로그램에서 BGM으로 이따금씩 들려온다) 반가운 마음이 들고 생각지도 못했던 솜사탕 같은 기분에 휩싸여 평온한 마음이 찾아온다. 그의 음악적인 목표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내 생각에 라이너스의 담요는 이를 이미 이룬 것 같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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