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파멸의 날, 우리는 여전사가 아니라 '구원'을 보았다 - [레지던트 이블:파멸의 날]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2.02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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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한 장르에 빠지면 그 장르의 영화만 며칠동안 보는 습관이 있었는데 좀비 영화의 레전드라고 불리우는 28일후를 보게 되면서 한동안 좀비영화에 꽂혀있었을 때가 있었다. 그 이후 28주후, 새벽의 질주, 나는 전설이다 등 온갖 좀비영화를 섭렵해 나갔다. 그 중 가장 장편 시리즈인 레지던트 이블의 기나긴 좀비월드가 드디어 막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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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티비 속 영화채널에서 처음 보았는데 워낙 시리즈가 많다보니 채널 돌리면 늘 나오던 영화였던 거 같다. 시원하게 좀비들을 날려버리고 악을 처단하는 앨리스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언니라는 소리가 나왔다. 아마 내가 본 해외영화 중에서 가장 먼저 걸크러쉬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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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은 일본의 게임제작사 캡콤(Capcom)에서 개발해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바이오하자드'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다. 2002년 첫 개봉을 한 후 15년 동안 6편의 속편이 제작되었다. 이번에 개봉한 레지던트 이블7 제작을 맡은 폴 W.S 앤더슨 감독은 이번 영화가 마지막 편임을 공식으로 알렸다.

사실 레지던트 이블의 모든 시리즈가 성공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좀비영화 매니아들에게 이 영화는 애증의 영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좀비 영화와 액션 영화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개연성없는 허무맹랑한 전개, 원작의 스토리에서 점점 더 산으로 가는 스토리. 그러나 꾸준히 시리즈는 개봉해왔다. 번번히 실망을 안겨주는 이 영화와 헤어질수도 있었지만 그 동안 홀로 고군분투해온 앨리스와의 의리로 이 영화를 챙겨보았다.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버린 인연이 드디어 끝이 난다고 하니 그래도 아쉬웠다. 이별은 언제나 서운하고 씁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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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치가 워낙 낮아져 있었던 터라 크게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마지막인만큼 이 시리즈를 모두 보지 않은 사람들이 디테일한 부분까진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그동안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해주는 앨리스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마블의 영화 같은 경우에는 워낙 세계관이 크고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많다보니 꼭 전편들을 집에서 복습하고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레지던트 이블은 그저 앨리스의 독백을 듣는 동시에 기억을 가볍게 상기시킬 수 있어서 좋았다. 같은 주제로 크게 변하지 않는 인물 설정이라 편한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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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영화인만큼 제작진들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액션의 향연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통쾌감을 들게 했다. 점점 더 강력하게 진화해 온 완성된 다양한 좀비들과 나이를 잊을만큼 멋있는 앨리스의 크고 작은 액션이 쉴 틈 없이 몰아친다.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질 틈도 없이 크고 작은 전투가 계속 이어진다. 파멸의 날에 걸맞는 웅장한 스케일이었다.

도깨비의 명대사 중 '보아라, 파국이다.' 라는 말을 여기에 갖다 붙여도 손색이 없었다.  말그대로 정말 파멸 그 자체를 보여주었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시리즈에서 보여주였던 아이템들이 총출동해 어느 부분은 다소 정신없어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편이란걸 감안하면 그 정도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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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레지던트 이블은 과연 완결이 나긴 할까, 좀비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좀비스러운 캐릭터의 진화의 끝은 어디일까, 앨리스는 과연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등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해결되는 것은 하나 없고 의문과 실망만이 가득했던 영화였던거 같다. 매번 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나는 반복해서 이 영화를 보고 있었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상영될 때 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서 가장 명대사는 'My Name Is Alice.' 인것 같다. 앨리스로 시작해서 앨리스로 끝이 나는, 제목이 앨리스라고 해도 수긍이 갈만했으니까.  좀비들 사이로 섹시한 액션을 펼치던 그녀가 앞으로 그리울 것 같다. 마지막편이라고 했으나 또 제작에 들어간다면 욕은 하겠지만 언제나 그러했듯 또 볼 것이다. 그동안 세상의 모든 악을 드디어 파멸로 이끈 나의 여전사 영화 속에선 인류의 '구원' 그 자체였던 앨리스에게 박수를 보낸다.


[강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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