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아와 매디 지글러의 광기 어린 만남 [다원예술]

Sia X Maddie Ziegler
글 입력 2017.01.1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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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도 해외의 싱어송라이터 시아(Sia)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4년 '샹들리에(Chandelier)'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통해서였다. 특히 그 뮤직비디오를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2차 성징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어린 여자 아이가 어색한 백발 단발 머리를 하고 기괴한 춤을 추던 장면들. 그 음산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몸짓과 표정 연기가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어린 아이의 놀라운 표현력과 재능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았다. 댄서의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다. 2002년생, 10대 초반의 나이에 댄서, 연기자,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매디 지글러(Maddie Ziegler)라는 소녀였다.




그리고 어느샌가 나는 매디 지글러가 거침없는 몸짓으로 표현했던 이 노래, 어쩌면 울음과 고함처럼 들리는 시아의 목소리에도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노래와 가사 속에 스며든 그 불안함, 공허함, 두려움과 같은 정서가 너무도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 영상을 몇 번이나 더 돌려보았다.

다행히 시아와 매디 지글러의 콜라보레이션은 이후로도 꾸준히 계속되었다. 시아의 후속곡 'Elastic Heart', 'Big Girls Cry', 'Cheap Thrills'와 같은 노래의 뮤직비디오, 앨범 자켓, 라이브 공연 등에서 매디 지글러는 비슷한 컨셉, 그러나 다채로운 표현력으로 함께했다. 시아의 또 하나의 분신처럼 느껴진다. 이 둘의 조합은 대중음악이라기보다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보일 정도이다. 음악과 춤, 그리고 시각적 효과의 환상적인 융합이다. 그러나 'Chandelier'를 넘을 후속곡은 없다고 생각하던 도중에, 2016년 'The Greatest'라는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2년 전보다 더한 전율을 느꼈다. 매디 지글러도 성숙했고 뮤직비디오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도 성숙했다. 2년 전 'Chandelier'가 한 인간의 고통과 공포를 표현한 것이라면 'The Greatest'는 집단의 아픈 기억을 기리는 내용이었다. 얼굴의 무지개색 물감, 49명의 댄서들이 나타내듯 이 뮤직비디오는 2016년 올랜도의 나이트클럽에서 일어난 성소수자 혐오 총기 난사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매디 지글러가 표현하는 분노와 광기는 이전보다 더 깊어졌고, 더 많은 댄서들이 함께하는 뮤직비디오의 완성도는 더 큰 위압감을 준다. 시아의 노래 또한 이전만큼의 울분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추는 춤과 매우 절묘하게 어울린다. 나는 이 영상 또한 수 십 번을 돌려보게 되었다.





나는 이들의 조합에 왜 이렇게 끌리는 것일까. 30년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는 가수 시아와 댄서 매디 지글러가 꾸준히, 공통적으로 내뿜는 아우라, '광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가끔 내 감정의 폭이 매우 좁다는 생각을 한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감정 기복을 통제해왔고, 그것이 내면화된 것 같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미쳤다는 소리부터 들을 것이다. 시아와 매디 지글러는 인간의 가장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음악으로, 몸짓과 연기로 표현해냈고, 그것이 내게 결핍된 어떤 부분을 건드린 것 같다. 그리고 나뿐 아니라 전세계 많은 대중들의 마음을 건드린 것 같다. 시아와 매디 지글러 조합은 하나의 대중 예술로서 본인들만의 색과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의 활동이 매우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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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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