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 : 과거가 범벅이 된 현재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2.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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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에게 무슨 말을 할까.
 
 그 기회가 10번이라면 나는 과거의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공부를 열심히 해 후회하지 말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보내지 말라고. 말을 되돌릴 수 없으니 하지 말라고. 이런 상투적인 말을 할까. 아니면 상투에 극에 이르는 로또 번호라도 알려줄까.
 
 이런 생각은 상상 속에서만 가치를 지닌다. 시간의 연속선상에 사는 우리에게 과거는 후회의 범벅이며 생각을 뚫고 나온 상상은 의미 없어진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듯, 과거를 바꾼다고 현재가 나아질까. 인간은 그저 그런 존재일 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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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를 보면서 감정이 복받쳐 올랐던 이유는 이 때문이다. 머릿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었던 상상이 현실로 나와 과거의 선택을 다시 할 수 있었다. 잠시뿐인 환상이라도 기분 좋고 감정적인 순간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과거에서 어떤 선택을 한다면 지금 자신의 인생을 지탱해온 선택이 사라지지 않을까 경계한다. 사람들과 맺었던 관계와 선택을 통해 성장한 내가 다른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기욤 뮈소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홍지영은 <키친>과 <결혼전야> 등을 연출했던 감독이다. 로맨스 장르를 보여주던 그녀가 인생을 깊게 고찰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든 작품이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다. 영화는 소설과 같게 타임리프 형식을 사용했다. 알약을 먹고 잠든 시간 동안 30년 전 과거로 잠시 돌아갈 수 있는 콘셉트. 어디서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콘셉트다. 관객은 주인공의 말처럼 이상하리만큼 어디서 본 듯한 기분이 든다.
 
 타임 리프의 영화는 소재 자체로 매력적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개념은 현실을 바꿀 힘을 만들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돌파한다. 한계를 돌파하는 일은 매력적이지 않은가.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까지도 자신이 사랑한 여자를 보고자 하는 그의 목표는 성공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과거를 바꾸려고 하는 행동부터 시작된다. 30년 전 과거가 1도라도 바뀌면 30년 후의 현재는 1도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각도로 변한다. 이 사실은 주인공도 알고 있다. 자신의 목적 이상을 달성하고 싶지만 지금 그에게는 현재가 있다. 두 주인공이 충돌하는 장면에서 이 생각이 나타난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어. 지금 이 순간 역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고.” “당신에겐 과거지만 나한텐 미래에요. 그 미랜 내가 정하는 거고!”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온 두 남자가 만나는 이 장면은 이 영화의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영화는 결말이 나오기 전까지 매력적이다. 영화의 타임 리프 소재는 관객이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게 한다. 물론 무엇도 변하지 않지만, 생각 속에서 우리의 인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결말을 보기 전까지는 그렇다.
 
 이 영화의 결말을 보고 나면 주인공의 선택에 대해서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영화에게 배신감마저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을 한 번 보고자 했던 소망을 이루려고 한 주인공이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 한 그녀와 자신의 절친한 친구를 떠난 선택이 어리석어 보인다. 딸 앞에서 자기 죽음을 담담히 말했던 순간의 그의 눈빛도. 돌고래 공연장에서 그녀를 보면서 보여준 그의 애절함도 흐릿해진다. 그의 마지막 타임리프에서 그가 한 말이 다시 생각난다. “꼭 해피엔딩이어야 하나? 중요한 건 이야기 그 자체인데. 남은 인생은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지.”
 
<그대 거기 있어 줄래요?> 결말은 그의 말과 다르게 흐른다. 30년이 지난 현재 그를 추억하는 여인과 친구의 존재는 부럽다. 그러나 3년이 아니고 자그마치 30년이 시간 아닌가. 해피엔딩이라는 강박 속에서 만들어진 결말은 30년의 공백이 아닌 영화 2시간의 공백을 만든다. 인생의 종점 앞에서 주인공이 한 말들은 사라진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 그의 병에 대해서도 그가 말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이 아닐까. 결말로 인해 그의 아련한 노력이 의미 없어진 이 영화. 만약에 이 영화를 보기 전으로 돌아가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나는 나에게 주인공의 마지막 타임 리프에서 영화관을 나가라고 말하지 않을까. 결말을 보지 않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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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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