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바다를 보고싶다고 하셨지요.
낮과는 너무도 다른 칠흑같음을 보고
저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수평선 너머 저 먼 곳까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함,
처음 마주한 그 낯설음과 두려움을
아마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날의 바다는 퍽 아늑했습니다.
모든걸 받아줄 것만 같은
그 넓고 넓은 어둠.
그 캄캄함 속에
당신이 묻어두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모래사장에 앉아 당신을 생각합니다.
끝도 없는 어둠과,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모래들과,
아른거리는 간판 불빛들을 보며
당신이 짊어 지고 있을 무게와,
치유받지 못한 상처와,
차마 말 하지못했던 고민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비록 그 어떤 것도 대신해 줄 순 없겠지만,
이 작은 위로가 가 닿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