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학기말 11월, 졸업전시에 다녀왔다. [문화전반]

주인 없는 졸업전시
글 입력 2016.11.2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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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졸업전시 시즌이다. 대학교 벽에는 각종 포스터들이 붙고, 꽃집에는 손님들이 불티나게 모인다. 몇 년간의 노고를 쏟아냈을 학생들은 제각기 예쁘게 차려입고 나선다. 나 역시 타 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작업하고 있는지 궁금해 매년 몇몇 전시에 들러왔고, 올해는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졸업전시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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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수, 무이의 인큐베이터, 2016, 3D animation, 1920*10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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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정, 화조, 2016, 이젤, 팔레터, 뼈, 40*55*1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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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영, 도시, 별자리, 2016, 아크릴, 전구, 가변설치 


 약 60명 이상의 학생들이 한국화, 조소, 서양화로 나뉘어 나름의 세계관을 뽐내고 있었다. 경희대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각 층 구석에 천과 다락으로 마련된 분리 공간이였다. 1층은 정은수 작가의 무이의 인큐베이터가 상영되고 있었고 3층에는 직접적인 텍스트가 관람객을 겨냥하고 있었다. 모든 작품이 어색하지 않고 그 공간에 물들어 있었다. 또 다른 특징은 지하 전시장 이였다. 투박한 페인트칠과 쾌쾌한 공기는 지상 전시장과 확실히 달랐다. 아니, 지상의 전시장 뿐만 아니라 기존의 미술관 선입견을 확실히 부수는 공간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곳에는 아크릴과 전구를 사용한 이다영 작가의 <도시>라는 작품과 손 때 묻은 팔레트를 이용한 신우정 작가의 <화조>를 포함한 4작품의 설치되어 있었고 이 곳 역시 동떨어진 느낌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조화(調和)력은 경희대 졸업전시의 가장 큰 강점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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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페이스북
 

14년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3학년 재학생 프리젠테이션전 사진을 참고로 가져왔다. 작품의 흐름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16년 졸업전시가 보는 맛이 더 있다. 디스플레이까지 작품의 과정에 포함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단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유독 케미(Chemistry)가 좋았던 이번 경희대 졸전은 다시 한번 그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이번엔 내 모교 동덕여대 전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동덕여대는 학부제로 운영되어 1,2학년 동안 동서양화 전반을 공부한 후 3학년에 전공이 나뉘고 졸업전시 역시 동양화는 동양화끼리 서양화는 서양화끼리 섹션을 나눠 진행된다. 난 이 부분에서 항상 아쉬움을 느꼈고 이번 해에도 역시 아쉬웠다. 장르 적 구분보다 주제를 중심으로 조소와 회화가 버무려져 딱 맞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앞선 전시와 달리 동덕여대 졸업전시는 매년 눈에 익숙한 장소에 익숙한 크기로 배치 돼 있다. 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협소한 전시 공간 이였다. 인사동이라는 지리적 위치가 많은 자기 어필기회를 제공하는 건 사실이지만, 고작 191m2의 공간을 거의 50명 정도의 학생들이 나눠 몇 년의 노고를 쏟아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니 자유로움 대신 암묵적인 ‘규칙’이 들어서고 학생들은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보다는 관례적인 <졸.업.전.>단계를 거쳐 간다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 문제는 대다수의 졸업 전시들이 전자처럼 자유롭게 창작을 하기보다 졸업전시라는 타이틀만 얻고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졸업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게 내 작품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작업 해야 해.”라는 말도 생겼다. 이래저래 말 많은 졸업전시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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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EuDgsA_wAQ


문제의 원인은 비용에서 부터 시작된다. 대관료부터 도록 제작비, 졸전 심사비. 교수님 선물, 사은 회비 등등. 일단은 단체 전시이다 보니 아무리 아껴도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 이상까지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 중 작품에만 150만원에서 250만원을 지출하는 것이 보통이다. 여기에 학비와 생활비는 별도. 이런 상황이다 보니 4학년 진급 직전 돈을 벌기 위해 휴학을 결심하는 학생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학생들에 대한 학교의 지원이나 교수진의 배려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그렇게 겨우 돈을 모아 시작한 졸업준비 교육과정은 구상기간을 거치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탓에 교수의 입맛을 맞추는 심사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물론 교수라는 직위가 적절한 퀄리티의 작품을 선정해야 하는 위치다. 하지만 한국에 물들어있는 권위주의적 습성 속에서 약자인 학생은 강자인 교수의 취향에 맞춰 “심사통과”라는 미션을 성공시키는 것에만 급급하게 된다. 결국 더 이상 예술대학들은 ‘작가’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몇 년을 열심히 공부하고 학비에 버금가는 몇 백의 돈을 마련했지만, 실질적 이득 없이 형식적인 타이틀로서만 남은 졸업전시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졸업을 앞 둔 당사자로서 갖은 생각들에 혼란스럽다.





참조  
FINE ART, FIND LIFE
제48회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졸업전
2016 The 48th graduation exhibition Kyunghee university college of fine arts
161109(수)~1123(수)
출처: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페이스북





[김경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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