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과 고통을 수치로 나타낸다면? 연극 '구두닦이와 어니'

제16회 한국 국제2인극페스티벌 공식참가작을 만나다
글 입력 2016.11.2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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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고통을 수치로 나타낸다면?

창작집단 꼴의 신작, <구두닦이와 어니>

스튜디오 76
11. 15 ~ 11. 17
연출 손현규
작 서종현
출연 장용철,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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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76에 마련된 무대 사진>


     객석으로 입장한 뒤 조금 놀랐다. 관객의 신발을 벗어 무대 위의 소품으로 쓰고 있던 것.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극중 인물인 구두닦이가 신발을 보고 신발주인의 감정을 판단하는 것. 90, 65, 40….…과 같이 신발마다 그 쾌락의 정도에 숫자를 매겨 현재 느끼고 있을 감정을 수치화하여 보여준다. 숫자라는 객관적이고 명료한 언어는 금새 우리가 그의 말을 믿게 한다. 우리가 문자로써 표현하고 설명해내기 힘든 감정들을 몇 마디 말로 정리해버리기 때문이다.
 

     극중 구두닦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말을 남긴다. “다들 신이라고 부릅니다. 신, 신….왜 나를 그렇게 부를까요?” 인간의 속마음까지 알 수 있는 ‘신’과 신발을 일컫는 ‘신’의 중의적 뜻을 갖는 말장난이지만, 극중 구두닦이의 역할과 꼭 맞아 떨어진다고 느껴졌다. 신발의 생김새를 보며 그가 꿰뚫어보는 인간의 쾌락과 고통은 언뜻 듣기에는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오래 신어 다 닳아빠진 검정 가죽구두에서는 돈을 버느라 여기저기를 바삐 다닌 아버지의 모습이, 온전하지만 빛이 바랜 분홍신에서는 엄마 잃은 아이의 모습이 구두닦이의 입을 통해 그려지고, 그의 말을 듣는 관객 또한 정말로 그렇게 믿게 되기 때문이다.
 

     자폐아인 어니는 이러한 신발을 통한 쾌락과 고통의 수치 아래 자유로운 인물이다. 쾌락을 총합한 수치가 고통의 수치보다 커야 한다는 구두닦이의 의견과는 달리, 어니는 이러한 원칙적인 말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구둣방에 앉아 쾌락과 행복을 계산하며 수치화된 감정만 논할 수 있는 구두닦이와 달리 어니는 자유롭게 쾌락과 고통의 감정을 받아들인다. 상자에 투사된 애니매이션 영상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가 하면, 군화를 신고 전쟁을 체험하며 고통 속으로 들어갔다 이내 군화를 벗어 던진다. 직접 느끼기 전에 수치로 환산되어 눈앞에 보여주는 세상, 내가 겪어보지 않아도 이미 답이 나와있는 것들. 과연 나의 가치판단을 대신 해버리는 구두닦이를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예측이 불가한 이 세상에서, 직접 남의 신발을 신어본 어니처럼 스스로가 직접 나서서 경험하는 것이 더욱 진실된 가치판단을 이끌어내지 않을까? 그것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극단 '창작집단 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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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극단, 창작집단 꼴은
창작활동을 기반으로
연극 예술을 지향하는 단체이다.

단체의 성격은 과거의 것을 가져와
현재의 것으로 재창조해내는
포스트모더니즘을 기반으로 발전하였고,
단체의 명칭은 브리꼴레르라는 본연의 뜻에서
“꼴”이라는 한국 양식의 중의적인 표현을
채택하여 탄생하였다.

(말 그대로 이들의 꼴은 꼴값이 아니라,
'꼴 보기 좋은 것'이라 한다)


< 주요 작품 >
「좀비가 된 사람들( 2015)」, 「형장의 이슬( 2015)」,
「고양이; 텍스트를 읽어주는 사람( 2015)」,「피그와 홀스( 2015)」


창작집단 꼴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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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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