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겨울왕국과 주토피아의 빅마마 - 라푼젤 [시각예술]

유치하다. 그러나 모두가 원하는 마지막이다.
글 입력 2016.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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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개봉한 디즈니 영화 ‘주토피아’가 겨울왕국의 기록을 깼다. 저번 디즈니의 작품 겨울왕국은 우리나라에서만 천만관객을 넘겼고, 세계적으로도 에니메이션 흥행순위 1위의 기록을 남겼다. 더 이상 디즈니는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 디즈니는 어른들을 위한, 좀 더 현대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출발 신호탄을 알린 것은 2010년 개봉한 영화 ‘라푼젤’이다. 이 영화는 ‘공주와 개구리’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디즈니가 살아있음을 보여준 영화이다. 2D만 고수해오던 디즈니가 처음으로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고, 고전 동화들을 현대에 맞춰 새롭게 각색해서 내놓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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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라푼젤 이야기는 그림 형제가 모은 동화집에 수록된 독일동화이다. 원작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 아이가 없던 부부가 있었다. 어느 날 아이를 임신한 아내는 이웃에 사는 마녀가 키우는 라푼젤(독일 양배추)을 몹시 먹고 싶어했다. 그런 아내를 위해 남편은 마녀의 밭에서 몰래 라푼젤(독일 양배추)을 훔치다가 마녀에게 들키고 말았다. 이에 대한 대가로 마녀는 부부의 곧 태어날 아이를 데려갔다. 마녀는 이 아이에게 '라푼젤'이라는 이름이 붙이고 깊은 숲 속에 있는 높은 탑에 아이를 가둬 길렀다. 그 탑에는 출입구가 없었고, 마녀는 라푼젤의 긴 황금빛 머리카락을 사다리 삼아 탑을 드나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숲을 지나가던 왕자는 라푼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이끌려 탑을 찾아오게 되었고, 둘은 사랑에 빠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녀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 화가 난 마녀는 라푼젤의 머리를 잘라 들판으로 내쫓고, 이 사실을 모른 채 탑에 찾아온 왕자는 마녀에 의해 가시덤불 위로 떨어져 시력을 잃었다. 7년 후, 여기저기를 떠돌던 왕자는 쌍둥이 아이를 낳아 살고 있던 라푼젤과 재회한다. 라푼젤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왕자의 시력을 회복시켜 왕자와 라푼젤, 그리고 두 아이는 왕자의 나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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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읽어보니 어떤가? 아이들을 위한 동화치고는 좀 섬뜩한 부분도 있다. 이 이야기를 디즈니는 희망차고 동화스럽게 너무나 디즈니답게 새롭게 해석했다. 영화의 개략적인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옛날의 마법의 꽃이 있었다. 마녀 고델은 그 꽃을 꽁꽁 숨기고 수백년동안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왕국의 임신 중인 왕비가 병에 걸리자, 사람들은 그 꽃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은 결국 그 보물을 찾았고 왕비는 마법의 꽃을 먹고 건강을 되찾아 아기를 낳는다. 그 아기가 바로 라푼젤이다. 왕비가 먹은 마법의 꽃 덕분에 라푼젤은 머리카락에 신비한 힘이 깃든 채 태어난다. 특정한 노래를 불러주면 그 머리카락으로 아프거나 다친 곳을 치료할 수 있었다.(다시 젋어지는 것도 가능했다.) 마녀 고델은 왕궁에 침입해 라푼젤을 훔쳐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외딴 탑에서 자신의 딸로 라푼젤을 기른다. 그리고 밖은 위험한 세상이라며 라푼젤을 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그 무렵 아이를 잃고 슬픔에 빠진 왕과 왕비는 공주가 돌아올 것을 기원하면서 매년 공주의 생일에 등불을 올려 보낸다. 어린 라푼젤은 탑의 창을 통해 떠오르는 등불을 보면서 등불을 밖에서 보고 싶다는 소망을 기른다. 라푼젤은 18살까지 탑에 갇혀 살다가 왕관을 훔치고 탑으로 숨어 들어온 도둑 유진과 만나게 되고, 그녀는 오랜 소망을 이루기 위해 유진과 밖으로 나가게 된다. 물론 나가서도 라푼젤을 찾아나선 마녀 고델의 음모에 빠지지만, 라푼젤의 재치와 능력으로 이겨내고 유진과 사랑에 빠지고 진짜 가족도 찾게 되면서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영화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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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푼젤 이야기를 한마디로 줄이자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평소 등장했던 수동적인 프린세스들과는 달리 자신의 힘으로 인생을 개척해가는 라푼젤을 보면 사랑스럽고 절로 웃음이 나온다. 게다가 사랑에 있어서도 진취적인 여성이라니!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고, 신여성이 각광받는 지금시대에 꼭 맞는 공주다. 라푼젤은  18년 동안 탑에 갇혀 살았던 사람답지 않게 에너지 넘친다.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모습들은 그녀의 사랑스러움을 더 증폭시켜준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고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물론 현실은 라푼젤 속 이야기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떻게 조그만 여자아이가 깡패 집단에서 노래를 불러 그들과 동화될 수 있겠는가? 어떻게 후라이팬이 칼과 싸워 이길 수 있겠는가? 이런 점을 다 제쳐두고라도 라푼젤의 어딘가 허술해 보이지만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힐링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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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푼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짜 엄마 고델도 눈여겨 볼만하다.  비록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였지만, 딸을 18년 동안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항상 강압적인 태도를 취한다. 자신의 명령에 복종할 것을 요구하고 그것을 사랑으로 포장하려 한다. 하지만 고델은 또 어떤 면에서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라푼젤과 말다툼 후 라푼젤이 좋아하는 수프를 저녁으로 만들어주고, 라푼젤의 생일 선물을 위해 3일이나 걸리는 여정을 떠나기도 한다. 이렇게 자식에 대해 사랑과 집착적인 면을 보여주는 고델은  충분히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고델은 과잉보호 엄마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라푼젤 중 'I SEE THE LIGHT' 부분>


또 많은 요소들 중에도 라푼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영상미와 음향’이다. 캐릭터들의 미세한 표정변화나 움직임도 재미 요소 중 하나지만, 뮤지컬 같은 장면에서 영상미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이다. 영화의 환상적인 영상미와 음향이 가장 빛났던 장면은 'I SEE THE LIGHT'이다. 내가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천천히 하늘로 떠오르는 등불과, 그 속에서 듀엣을 부르는 유진과 라푼젤에게 넋이 나갔었다. 내가 상상했던 동화의 한 장면을 생생하게 기대이상으로 잘 재현했기 때문이다.  라푼젤과 유진은 라푼젤의 평생 꿈이었던 '떠오르는 등불'을 배 위에서 보게 된다. 이 장면에서 라푼젤은 평소 자신의 꿈을 이룸과 동시에 '유진'이라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되고 유진도 '라푼젤'이라는 꿈을 갖게 된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이 장면은 디즈니의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동화스러움으로 두 인물의 감정변화를 관객들에게 너무나 잘 전달해주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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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누군가에겐 뻔하디 뻔한 결말을 가진 아동용 애니메이션일 수 있다. 그러나 스토리를 풀어가는 과정이나, 매력적인 캐릭터,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들이 기존의 애니메이션과 다른 점이다.  ‘라푼젤’은 어른들의 동심의 성역을 지켜주는 동화같은 이야기로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디즈니는 현대적인 모습과 동화스러움을 적절하게 섞어 아이에서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어찌보면 유치하다. 그러나 모두가 원하는 마지막이다.


[안은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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