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빅피쉬',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1.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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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inion] 영화 '빅피쉬',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늦은 밤에 해주던 TV 명화 극장을 기억한다. 아마도 KBS에서 해줬던 특별 명화였다. 다른 가족들이 다 잠에
  들고 혼자서 그 영화를 마저 다보고 나서 '아버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팀 버튼 감독의 영화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
  하게 된 영화였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라면 '크리스마스의 악몽',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가위손'과 같이 약간은
  기괴하고 섬뜩한 영화들이 주로 떠오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달랐다. 이 영화의 큰 주제라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시작할 것이다.

 
빅피쉬.jpg
 
 
  아들은 매일 장난처럼 농담을 지어내는 아버지가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시도때도 없이 농담 섞인 말만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버지는 자신한테 한 번도 진실을 말해준 적이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를 멀리 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아버지의 몸 상태가 위독해지자 오랜만에 아버지를 찾은 아들은 집정리를 하다
  과거 아버지의 허풍이 가득 담긴 이야기 속에서 등장했던 편지를 발견한다.
  그 때서야 아버지의 모험담이 마냥 거짓과 허풍만으로 버무려져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빅피쉬6.jpg
 
 
  이 영화의 시작 역시 주인공 아버지의 허풍에서 시작된다. 호수에서 '빅 피쉬'를 잡았다는 이야기 그 때문에 아들이
  태어날 당시에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수십번 들어온 아들은 그 아버지의 말에 지겨워 한다.
  다 큰 어른의 아들은 아버지가 더 이상 그런 얘기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가벼운 농담만이 아버지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기에 그게 아들에게는 부끄러울수도 있는 약점이 되어버린 것이다. 거짓말쟁이 아버지라는 그런 마음일 들었기에.
  아무도 믿지 않는 그런 농담이 아버지의 일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에 아들은 아버지를 실제로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지 모른다.
 
  우연히 몸이 아픈 아버지의 집을 정리하다 젊은 날의 아버지의 대단한 무용담 속에 등장하는 증거를 찾게 된 아들은
  혹시 과거 아버지의 이야기가 진실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후에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주었던 모험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하였다는 이야기, 거인과
 싸워 이겼다는 이야기, 신발을 신고 다니지 않는 마을에서의 이야기, 서커스단에서의 이야기, 마녀를 만났다는 이야기,
 샴쌍둥이 무용가를 만난 이야기 등 정상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그 이야기 속에서 아버지는
 최강이었고 뭐든지 다 해내는 사람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이야기를 아들은 모든 것이 거짓이고 꾸며낸 이야기라고
 치부했다. 그러다 아버지가 출장을 간 곳이자 아버지의 이야기 속 신발을 신고 다니지 않는 마을을 아들을 가게 되고
 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된다.

 
빅피쉬5.jpg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위독한
 상태가 되어 병원에 누워 있을 때, 아버지의 친구는 아들에게 아들이 태어날 당시의 진짜 이야기를 해준다. 아들이
 예상보다 일찍 태어나게 되었고 아버지는 출장을 가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 병실에 있을 수가 없었다라는 진짜 이야기,
 그리고 친구는 덧붙인다. 자신은 큰 물고기니 결혼반지니 하는 허풍이 섞인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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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아버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자신이 정말로 사랑하는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야기 해주는 것을 즐겼다. 자신의 환상적인 모험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가끔은 섬뜩한 경험담
  까지.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 어린 아들의 눈은 반짝였다. 아버지가 허풍이 가득한 농담을 하게 된 이유는 아들의 눈빛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장례식 날, 아버지의 이야기 속에 나오던 등장인물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었다. 거인은 그렇게 큰 거구는
  아니었지만 평범한 사람들보다 컸고, 서커스단장, 샴쌍둥이는 아니지만 모든 동작을 같이 하는 쌍둥이 자매, 그리고
  신발을 신지 않는 마을에서 온 사람들까지. 모두 아버지의 이야기 속에서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모든
  이야기가 거짓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 모든 이야기가 추억이란 아름다운 시각에서 비쳐져 더 환상적인
  이야기로 전해졌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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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가족들의 슬픔을 정말 감성적으로 그린 영화였다.
   정확한 기억보다는 나만의 추억이라는 이야기가 더 아름다운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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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진 자신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자신이 곧 이야기 그 자체가 되셨죠.
  그렇게 아버진 이야기 속에서 영원히 살게 되신 거죠." - 영화 <빅 피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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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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