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군가의 고통으로 인한 우리의 행복,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문학]

세계적으로 호평 받는 작가, 어슐러 르 귄
글 입력 2015.12.0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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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샌드킹(Sandkings)>에 이은 두 번째 단편소설 소개입니다.
장르문학 작가들 중에는 걸출한 작품들을 쏟아내는 여러 훌륭한 작가들이 있는데요,
오늘은 세계적으로 호평 받는 작가인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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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캐스트)


어슐러 르 귄은 장르소설 작가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1929년 미국 출생으로 동화작가인 어머니와 인류학자인 아버지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르 귄은 무려 11살에 <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에 첫 작품을 투고했다는데요. 이후 1962년 소설 『파리의 4월』로 데뷔를 했습니다. 1979년에는 소설로 간달프상을 수상했고 2003년 그랜드 마스터상과 네뷸러상/휴고상 다섯 번 수상 등, 좋은 작품들을 쏟아내며 여러 차례 상을 받았습니다.

어슐러 르 귄은 훌륭한 문체와 도교, 그리고 무정부주의자와 여성주의자, 또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주제의식으로 매우 주목받는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들 중에는 노자의 『도덕경』을 바탕으로 한 『환영의 도시』등 수작이라고 평가받는 작품들이 많은데, 특히 그녀의 대표작 『어스시』 시리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꼽히고 있고,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로 불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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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바람의 열두 방향』에 수록된 단편소설로 비교적 짧은 편에 속합니다. 소설 내내 어느 등장인물의 대사 하나 없고 무덤덤하게 진행되지만, 소설 속 ‘아이’를 등장시킴으로써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입니다. 
 
오멜라스는 평화롭고 축복받은 도시입니다. 오멜라스 사람들은 축제를 즐기고,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마 독자들이 소설을 읽는다면 오멜라스 같은 도시에서 살아보길 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름다움과 행복은 추함과 고통이 있기에 존재합니다. 만약 우리 자신이 누리는 행복이 누군가의 고통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할까요? 오멜라스 사람들 역시 그렇습니다. 오멜라스 사람들이 평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것은 한 아이의 불행 덕분이었습니다. 물론 아이의 불행은 오멜라스 사람들이 원했던 것이 아니었고, 따라서 그들의 잘못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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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amooid.tistory.com)


하지만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다른 이의 고통을 묵인해야만 할까요. 어슐러 르 귄은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집니다. 내 행복을 위해 남의 불행이 필요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말이죠. 오멜라스는 비단 소설에서만 존재하는 세상이 아닙니다.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안락한 생활을 누리는 동안 어딘가에는 불행한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 오멜라스 사람들처럼, 그들이 가난하고 고통 받는다는 것을 알고 가슴 아파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가난과 불행 때문에 우리의 물질적인 안정이 유지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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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일러스트레이터 이정현)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그런 우리의 세계를 명료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다수의 행복을 얻을 수 없는 걸까요? 오멜라스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오멜라스 사람들에게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오멜라스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 또한 마찬가지지요. 비록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큰 힘이 없더라도, 남들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것과 문제적 의식을 계속 갖고 사는 것은 다릅니다. 저는 무력한 수긍은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상황을 양산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부정적인 전망만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현실을 바꾸기 힘든 걸 알면서도 어둠으로 들어가 부딪혀보려는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혹은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이 소설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해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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