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실력과 태도 사이에서 [문화전반]

글 입력 2015.11.12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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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실력과 태도 사이에서 [문화전반]


지난 10월 30일, 예술의 전당은 안타까움을 넘어 실망과 불만을 표하는 관객들로 가득 찼습니다. 바로 윤디 리와 시드니 심포니가 펼친 ‘졸연’ 때문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윤디 리’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시드니 심포니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협연을 펼치며, 1악장 초반부터 음을 빼먹는 실수를 비롯해 완전히 다른 부분을 연주하는 실수를 했습니다. 이내 오케스트라가 그의 연주를 따라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연주는 중단됐고, 그는 한손을 들어 지휘자에게 불만을 표시하며 다시금 연주를 이어갔습니다.  


20150724110030705(S).jpg▲ 출처 : www.sacticket.co.kr
 <역대급 졸연으로 혹평을 받는 윤디 리의 공연>


연주가 끝나고 그는 별다른 사과나 앙코르 없이 예정된 사인회와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곧장 호텔로 돌아갔습니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는 역대 내한공연 역사상 최악의 졸연이었다는 혹평이 쏟아졌습니다.

윤디 리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직후 본인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우스꽝스러운 할로윈 복장을 입고 “I’m gonna freak you out tomorrow!” (내일 내가 너를 놀라게 할거야!) 라는 글을 올리며 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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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회 직후 윤디리의 공식 SNS 계정>


쇼팽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이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프로 연주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태도입니다. 

그런데 수많은 이들이 이번 윤디 리의 ‘대형사고’에 대해 가차 없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비단 ‘기술적인 부분에의 실수’, 즉 그가 보여준 실망스러운 ‘실력’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실수에 대처하는 그의 ‘태도’에 실망하는 관객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gala-tchaikovsky-piano-concerto-extravaganza-li-yundi-no-1-sso-482x298.jpg▲ 출처 : www.themoscownews.com
 <쇼팽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자 윤디 리>


값비싼 표는 물론이고 소중한 시간까지 할애해서 자신의 연주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찾은 관객들을 향한 그의 태도는 프로 연주자라는 타이틀이 아까운 정도였습니다. 연주자 역시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날 그가 보여준 태도는 역대급 졸연 그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그날의 윤디는 세계적인 프로 연주자 혹은 바른 인품을 가진 30대 청년, 그 어떤 면에서도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img_20121004125659_3b9c78c9.jpg▲ 출처 : www.resmusica.com
<윤디 리>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10월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펼친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의 태도입니다. 


20130205193002_la-1337491-et-bronfman-1-lkh.jpg▲ 출처 : www.detroitperforms.org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


그는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와의 공연에서 바르톡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연주회 당일 아침 손가락을 베어 치료를 받았습니다. 


VG_13(S).jpg▲ 출처 : www.operanews.ru
 <지휘자 게르기예프>


깊은 상처로 인해 연주를 취소하려 했지만, 그는 관객을 실망시킬 수 없다며 무대에 올랐습니다. 

연주 도중 상처가 벌어져 피가 났지만, 브론프만은 포기하지 않고 연주를 이어나갔고 앙코르까지 멋지게 소화했습니다. 자신을 보러 온 관객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는 그가 연주했던 피아노의 하얀 건반은 공연이 끝나고 그의 피로 붉게 물들여 있었습니다. 


20151019-1.jpg출처 : London Symphony Orchestra Facebook
 

브론프만의 ‘피 묻은 피아노’는 관객과 예술에 대한 그의 태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1-Bronfman_c_lf(S).jpg▲ 출처 : www.artspreview.net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


어쩌면 누군가는 실력만 있으면 그를 좋은 연주자라고 평가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태도를 갖추지 않은 연주자는 결코 진정한 예술가가 될 수 없습니다.   

실력과 태도 사이, 당신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im-a-real-artist(S).jpg▲ 출처 : artstheword.com
 

[김성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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