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의 모든 외로운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문학]

저는 시를 좋아합니다.
글 입력 2015.09.21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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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시를 좋아합니다. 로맨스, 소설, 판타지, 역사, 스릴러, 추리 등 다양한 글의 장르 중 왜 시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그냥 ‘시’가 좋아서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그냥 눈으로만 읽어봐도 가슴이 찡해지는 시들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고, 시어를 외우며 억지스러운 감정과 느낌을 강요받는 게 정말 싫었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풀다가 처음 보는 시가 마음에 쏙 들 때면 수첩 한 구석에 시를 옮겨 적곤 했습니다. 지금 읽어도 시어가 잘 이해가 안 가는 시도 있지만 그 때의 복잡했던 여고생의 감성으로는 최고의 시였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그래서 언제나 시를, 제대로 된 시로서 읽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읽히기에는 너무 아름다우니까요.


 정호승 시인의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산 시집입니다. 어디서 들었는지 낯이 익은 제목이라 손이 갔던 모양입니다. 저는 이 시집을 읽으면서 한 번에 세 편 이상의 시를 읽은 적이 없었습니다. 주로 한 편, 많아야 두 편이었습니다. 졸려서? 귀찮아서? 때로는 그랬겠죠.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온전히 한 편의 시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으로 그림을 상상하고, 내 상황을 대입해보고,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어구를 시인이 생각해냈을지 감탄도 하고, 시가 말하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자 하는 방법은 정말 여러 가지가 있더군요. 그래서 딱 한 편의 시를 읽어도 에피타이저에서 후식까지 배부르게 먹은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집이 닳고 닳아도 매번 느끼는 감정이 새롭게 다가오기에 이 시집이 아직까지 제게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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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운 시들로만 채워져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시집의 제목인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와 동일한 제목의 시입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 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 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 번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시를 읽고 나서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와, 내 이야기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외롭다는 건, 애인이 없어서 느끼는 외로움과는 조금 다릅니다. 인간 본연의 고독이죠. 사실 아직 20대인 제가 인생의 진정한 외로움, 쓸쓸함, 고독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모든 사람은 외롭다는 사실만큼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엄마가 남동생 젖 먹이느라 잠깐 관심 밖에 있던 6살 아이도 외로움을 느끼니까요. 나이, 성별, 국적 따질 것 없이 모든 사람은 외롭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입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절대 부끄럽거나 이상한 게 아닙니다. 왜냐구요? 우리를 만들어주신 하나님도, 우리 주변에 있는 산도, 새도 모두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외로움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우리 모두 한 번 쯤은 느꼈을 감정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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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사람이 만남으로 인해 채워질 수 있는 외로움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사람들하고 많이 만나면 만날수록 외로움은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친구들하고 왁자지껄 떠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나 혼자 뚝 떨어져서 그들을 바라보는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한 번쯤은 아니 가능하다면 주기적으로,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온전히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그 동안 힘들었던 건 뭔지, 필요한 건 뭔지,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거죠.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해 생겼던 외로움들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기 위해서요.


 ‘살아가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이 감정이 때로는 짜증나고 힘들고 나를 더 지치게 하는 것 같지만, 나를 위해서 울려주는 알람벨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나를 위해 더 신경 써줘, 라는 나 자신의 질투일까요? 가끔은 ‘외로운 날’을 정해놓고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지 싶습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감정이니까요. 나는 오늘도 외롭고, 앞으로도 외로울테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존재할 수 있다는 걸요!






<사진 출처>
네이버 책



[유다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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