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5 베세토 페스티벌 - '불행'

글 입력 2015.09.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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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고 떠오른 하나의 생각 '난감하다'

가공, 포장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리뷰를 써볼까 한다.
공연의 흐름처럼 나도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쓸 것이다.


베세토 페스티벌 포스터.jpg
 

공연장에 입장 할 때부터 두줄로 입장하고, 전시회에 온 것 처럼 세트를 한바퀴 빙 돌았다.
이것부터 여타 공연과는 무언가 다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매캐한 담배연기, 정돈되지 않은 채 어지러이 놓인 각종 소품.
어지럽고 산만했다.
'아, 엄청난 것이 있겠구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자.'
공연장에 입장한 사람들과 줄 지어 한바퀴 돈 후 객석에 앉으려고 했다.
객석 같아 보이는 자리가 있긴 했는데 저게 객석인지 무대인지 긴가민가했다.
다른 사람들이 앉길래 일단 나도 앉았는데
앉는 순간까지 애매모호하고 의심스러웠다.

무대는 막 쌓여진 박스를 기준으로 분할 되어 있었다.
내가 자리잡은 곳은 바로 박스가 보이는 쪽이었다.
이제 곧 공연이 시작하겠거니 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술에 잔뜩 취한 여자가 오른쪽 객석으로 가더니 
컵에 널브러지는거다. 당황스러웠다.
정적속에서 컵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신호탄이었는지
뒤이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배우들이 공연을 하는 것이다.

어지러웠다. 한 곳에 집중 할 수가 없었다. 
이곳 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연성 없이 이루어지는 공연 행위를 보며
퍼즐 맞추듯 장면의 조각들을 연결하고 내 머릿속에서 재구성해야 했다.

공연 시간 80분동안 내가 보고 들은 모든 것이 충돌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것을 볼 수 없다. 각기 다른 것을 보고 말할 뿐이다. 
내가 본 것을 당신이 보았다고 말하지만, 결국 우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라는 공연 소개 문구가 생각이 났다.
그 순간 이 공연이 각기 다른 배우가 각기 다른 상황을 연기하지만 
이것들은 다른 것이 아니고 모두 같은 것이고, 개개인의 상황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으로 퍼즐이 맞춰지고, 보여지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에도 배우들은 모두 불행한 상황을 연기하고 있지만
극 마지막에 모든 배우들이 절뚝거리며 힘겹게 무대 위 빛을 향해
걸어 올라가는 것을 보며 
이 사람들은 불행하지만 불행함에 순응하지 않고
불행함을 극복하기 위해 많이 애쓰는구나 라고 느꼈다.

불행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수많은 나날 중 하루만 일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아도 
사람들은 깊은 좌절감에 빠지고 어두운 동굴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살아가기 참 어렵고 힘들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며칠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크나큰 시련의 연속이었다.
하루를 힘겹게 넘기면 그 다음 하루는 더욱 더 힘겨웠다.
버티기 힘들어 '누가 나를 막 괴롭히는 것 같다' 라는 생각 투성이었다.
그래도 별 수 없지 싶다. 
극의 배우들처럼 극복하고 동굴 속에서 나와
밝은 빛을 맞이해야지.
 



[김형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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