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화특별시, 부천의 문화예술 들여다보기② - 삼정동 폐 소각장, ‘공간의 탐닉展’ [문화공간]

산업단지 폐 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39m의 쓰레기 벙커, 예술작품을 담다
글 입력 2015.08.0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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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을 멀리에서가 아닌 가까이에서부터 
직접 경험하고 접하자 결심한 후 시작했던 나만의 프로젝트

‘부천의 문화예술 들여다보기’

오늘 내가 다루고자 하는 두 번째 주제는 바로 < 공간의 탐닉 >이라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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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시 오정구 삼정동에 위치하고 있는 이 폐 소각장은 중동신도시가 건설되면서 1995년 5월에 세워져 하루 200t 가량의 생활쓰레기를 소각 처리하다 15년의 사용 연한을 끝내고 2010년 가동을 멈췄다고 한다. 소각장 골조가 비교적 견고하고 넓은 광장이 있어 그 동안 재활용 방안이 논의되어 왔는데, 부천시는 이 폐 소각장을 문화예술공간으로 바꾸는 방안을 세운 것이다. 이 공간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 산업단지 폐 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어 국비를 받아 추진되고 있고, 이번 전시 ‘공간의 탐닉展’은 문화공간, 즉 부천의 미래문화 플랫폼으로서의 변모가능성을 실험하는 파일럿프로젝트이다.


 푹푹 찌는 듯한 무더위 날씨가 기승을 부렸지만, 과연 폐 소각장이 어떻게 탈바꿈 되었을지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 했고 그리하여 지난 금요일, 삼정동 소각장 사거리로 발길을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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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입구의 현수막과 안쪽의 현수막
 

 사실 버스를 타고 도착하고 나서도 주위가 너무 한적하고 낯설어 전시장을 찾기가 힘들었다. 물론 내가 길치라는 점이 한 몫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과거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공간에 소각장이 설치되었기에 전시장이 눈에 띄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저렇게 소각장 앞과 안쪽에만 현수막을 붙여놓기 보다는 나 같이 길을 잘 못 찾는 사람들을 위해 버스정류장 이라던지 길가에 자그마한 표시를 해뒀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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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를 따라 쭉 걸어 들어가자 보였던 일정표가 적혀있던 조그마한 표지판. 이러한 프로그램과 같이 전시를 관람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미처 제대로 알고 오지 못 했던 것이 아쉬웠다. 날이 무더워서였는지, 아니면 내가 다녀간 날짜 탓이었는지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없었던 것도 그렇고, 전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가 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단 나는 동선에 따라 관리동의 전시부터 관람하기 시작하였다. 관리동 지하1층, 1층과 2층 그리고 반입실 이렇게 총 4군데로 나뉘어 전시가 있었는데, 지하 일층의 작품을 관람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오늘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첫 작품부터 그 분위기에 압도당하였다. 무료전시인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각각의 작품들이 모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멋진 작품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정말 인상 깊었던 작품들이 꽤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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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동 지하1층의 전시실, 발판 아래에는 물이 있고 소리탑 주변엔 연기가 감싸고 있다.

정기엽, 소리탑-성스러운 흐름
생수, 물공급장치, pvc배관자제, 스피커와 음향기기, 가변설치,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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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gment print on smooth fine art paper, 126cm x 100cm, 2015
 
박명래(yeoyeo), DUST 201506

시간의 흐름은 나를 예민(銳敏)하게 만들고 과거의 상(潒)은 나를 무신경(無神經)하게 만든다.
내 시선(視線)은 흐름만을 읽어 상(潒)은 흐릿한 층(層) 너머로 멀어지고 무위(無爲)가 된다.
필연(必然)으로 무한(無限)의 층위(層位)에는 먼지만 부유한다.


 주변에 사람이라고는 나 이외엔 아무도 없었고, 작품이 주는 분위기와 전시실이 지하라는 점 그리고 소각장이라는 공간의 특유의 냄새 등으로 인해 등골이 약간 오싹해지며 마치 공포영화 속에 내가 들어와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무서운 마음에 지하 전시실을 빨리 떠나 다른 곳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발판 아래의 물부터 ‘소리탑’이라는 작품 주변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 같은 것들의 신비감이, 그 으스스한 분위기가 내 발길을 붙잡았고 지하 전시실의 작품들을 더 보고 싶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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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동 2층 전시실, 김원정 '생각의 밭'
 
김원정, 생각의 밭
상추, 시험관, 물_가변설치_2015


 식물 상추를 이용하여, 이렇게 예쁘고 아기자기한 작품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상추라는 이름에 생각 ‘상(想)’에 뽑을 ‘추(抽)’ 라는 의미를 부여한 점, 그 발상이 참 기발하고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작품을 만들어 냄에 있어 그 작품을 훌륭하게 만들어 냄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생각과 삶의 행위의 여러 가지 모습을 그 안에 녹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예술작품을 보는 진짜 이유이자 가장 크게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다. 아름답고 예쁨에 이유가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멋지고 낭만적인가!?

 나 개인의 삶에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수많은 욕심을 어떻게 정리하고 버리느냐, 놓아주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언제나 생각해왔다.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그리고 다양하면서도 쓸 데 없는 생각도 많은 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 더 애착이 많이 갔다. ‘비운다’라는 건 정말 과거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자 이루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상추를 키워 정말 나의 이 무수한 생각들을 뽑을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상추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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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잉크프린트 1,500 x 1,000mm /
라이브스캐닝 설치물 10,000 x 20,000cm_ 사진협업 : 김은영
 
김치앤칩스, Lunar Surface, The incinerator 2015

Lunar Surface는 김치앤칩스의 지속적인 연구,
‘Drawing in the air’의 연장선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Drawing in the air 존재와 부재, 실재와 가상,
물질과 비물질의 접점을 새로운 유형의 캔버스로 재탄생시키며, 
그곳에 환영적 오브젝트를 그려내고자 하는 실험적 탐구이다.
김치앤칩스가 접근하려는 실재와 가상의 모호성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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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각장 3번 입구에 걸려 있는 거대한 천막, 그 위에 달을 형상화하는 모습
 

마지막으로 살펴본 작품은
김치앤칩스의 ‘Lunar Surface, The incinerator 2015’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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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을 보면 숫자가 적혀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각각 원래 이전의 소각장에서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실어 몰고 오면 그것들을 버리는 입구였다고 한다. 그 중 3번 입구만을 열어 그 곳에 거대한 천막을 걸었고, 그 위로 달을 형상화하는 모습을 빔으로 나타내 전시하고 있었다. 실제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버렸던 곳을 비우고 그 공간에 작품을 전시하다니…! 어찌 보면 이 전시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공간의 재생’이라는 것을 대표적으로 나타내주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고, 이 전시회의 절정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달의 환영적 오브젝트를 보여주는 저 사진들보다도 3번입구, 그 벙커의 깊고도 넓은 공간이 참으로 놀라웠고, 그 곳에 수많은 쓰레기들이 버려졌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신기했다. 차가 그대로 들어와 그 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해보았다. 아무리 폐 소각장이 된지 꽤 시간이 지났다고는 하나, 그래도 쓰레기를 버린 곳이고 냄새나 오물이 존재했을 수도 있는데 이 공간을 단순히 버리는 곳으로 만들지 않고 깨끗이 비워 사람들에게 감명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놓을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이 전시를 기획한 사람들도, 그리고 이 작품을 이 벙커 안에 전시하도록 허락한 작가마저도 정말 멋진 예술가들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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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인 유료전시만큼 작품 수가 많지도, 전시장의 공간이 쾌적하고 시원하지도 않았지만 웬만한 유료전시들보다도 정말 값지고 보람 있는 시간을 선사해 준 전시였다. 오히려 이러한 작품들을 무료로 관람하는 것이 미안해질 정도였으니, 좀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더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하였다.
 
 다음 주에는 부천에 국제만화축제(2015.08.12 ~ 08.16)가 열린다. 만약 당신이 부천국제만화축제에 관심이 있어 그 행사에 참여하러 오게 된다면, 잠깐 발길을 돌려 이 전시를 관람하는 것도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 공간의 탐닉


주관기관 :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김용수)
기획총괄 : 손경년
전시기획 : 류자영 (삼정동소각장문화재생TF팀장) / 이훈희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디렉터)
전시진행 : 김기혜, 김보슬, 최엄윤 (삼정동소각장문화재생TF팀)
전시보조 : 박유림

□ 전시기간 
    2015. 7. 15 (Wed) - 8. 17 (Mon)

□ 관람시간
    10:30 ~ 18:00 (월요일 휴무 / 관람료 무료)

□ 문의
    032) 320 - 6366~7
    부천문화재단 삼정동소각장문화재생TF팀

□ 교통편
    지하철 7호선 부천시청역 (1번출구) 이용
    지하철 1호선 송내역 (2번출구) 이용
    7-1번 버스 이용
    부천쌍용테크노 파크 3차 하차

    *지하철 이용시 7-1번 버스 환승 후 부천쌍용테크노 파크 3차 정류장 하차_도보 3분거리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세요:)

□ 부천시 오정구 삼작로 53





   
출처 : 부천문화재단, 부천시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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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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