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이 낯선 당신을 위한 뮤지컬 넘버 추천 ① [공연예술]

글 입력 2015.05.15 03:0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가요가 지겨워서 다른 장르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으시다고요? 뮤지컬 노래를 들어보고 싶은데, 잘 몰라서 무슨 노래를 들어야할지 모르겠다고요? 너무너무 유명한 넘버 보다는 숨겨져있는 특별한 넘버를 찾고 있다고요? 뮤지컬을 사랑하는 여대생이 힘들게 엄선한 14개 뮤지컬의 14개 넘버! 감상해보실래요? :)  





1. 오페라의 유령 - Point of No Return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그만큼 주옥같은 명곡들이 많지만, 사람들이 흔히 아는 노래는 딴~ 딴딴딴딴딴! 하는 ‘Phantom of the Opera’나, 크리스틴과 라울이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 ‘All I ask of you’ 정도인 경우가 많아요. 참 안타까운 일이죠.
 ‘Point of No Return’은 퇴폐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꼭 마음에 들 거라고 확신해요. 극 안의 극에서 불리는 이 넘버는 크리스틴과 그녀의 상대역인 남자 주인공으로 위장한 팬텀이 함께 부르는 곡이랍니다. 남녀 결합의 황홀함을 표현한 가사도 그렇지만, 그보다 훨씬 에로틱한 건 바로 팬텀의 동작 하나하나에요. 크리스틴에게 닿는 그의 떨리는 손길에서 진한 사랑의 욕망을 그대로 엿볼 수 있죠. 또 크리스틴의 표정, 행동, 목소리에서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가 있어요. 마지막, 서로에 대한 불꽃같은 감정이 만들어내는 격정적인 하모니까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마성의 넘버랍니다. 오랫동안 공연된 만큼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버전은 라민 카림루(팬텀 역)와 시에라 보게스(크리스틴 역)가 연기한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버전입니다.



Past the point of no return 
돌이갈 수 있는 지점은 지났어
the final threshold 
마지막 문턱
the bridge is crossed, so stand and watch it burn
이미 건너버린 다리, 그저 서서 불타는 것을 지켜봐 
We've passed the point of no return
우린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어



2. 레베카 -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

 레베카는 아름다운 넘버 못지않게 파격적인 반전과 섬세한 무대 연출이 돋보이는 뮤지컬입니다. 줄거리를 다 알고 가면 재미없으니 꼭 직접 관람하시는 걸 추천해드릴게요! 정말인지 숨죽이며 꼼짝 않고 본 뮤지컬 중 하나였어요.
 이 곡은 주인공인 '나(I)'가 초반에 부르는 넘버에요. ‘나’는 부인과 사별하고 여행 중이던 부유한 신사 막심 드 윈터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떠날 날은 다가오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초라한 ‘나’는 그의 곁에 있을 생각조차 못하죠. ‘그와 함께 했던 행복이 있으니, 헤어져도 나는 괜찮아’하며 위로하는 게 바로 이 넘버입니다. 영원한 추억을 갖는 것, 행복을 병 속에 담는 것, 누구나 한번 쯤은 바라본 일이고, 그래서 더 공감가고 마음이 아린 노래에요. 


난 정말 꼭 알고 싶어
행복을 병속에 담는 법
순간의 마법을
내 꿈의 진실을
사랑의 추억을
지나가지 않게
시간을 잡아둘 순 없나
영원히 깨지 않는 꿈
그 속에서 살 수 있게



3. 파리넬리 - 내일이 오면

 지난번 파리넬리 리뷰에 쓰지 못해(분량이 너무 길어서) 안타까웠던 넘버, ‘내일이 오면’ 입니다! 도박장에서 전재산을 날린 리카르도는 안젤로가 있는 로얄오페라단의 라이벌 노블레스 오페라단의 흥행사 래리펀치와 동생 파리넬리를 가지고 계약을 합니다. 그리고 동생에게 영국으로 가자고 말하죠. 매일 악몽을 꾸며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는 파리넬리 카를로는 형의 그 말을 그의 소중한 친구인 안젤로 롯시니를 만나러 가자는 얘기로 알아듣고 흔쾌히 승낙합니다. 그리고, 리카르도는 다시 돈을 벌고 명성을 쌓을 생각에, 카를로는 친구 안젤로를 만날 생각에, 안젤로는 더 이상 성별을 속이고 카스트라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헨델은 자신의 오페라를 완벽하게 완성시킬 생각에, 그리고 래리펀치는 오페라 대결에 이겨 떼돈을 벌 생각에 모두 ‘내일이 오면’을 노래합니다. 모든 메인 캐릭터들이 각자의 염원을 담아 외치는 ‘내일이 오면’은 희망차면서도 처절한 아이러니를 아주 잘 느끼게 해준답니다. 카스트라토를 그대로 재연한 듯 화려한 목소리를 원한다면 루이스 초이 배우의 버전을,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저음의 시원시원함을 원한다면 고유진 배우의 버전을 들으면 돼요!


이제부터 나의 삶이
다시 시작될 것 같아
모든 게 달라질 거야
너와 함께 한다면 
새로운 내일



4. 캣츠 - Prologue : Jellicle songs for Jellicle Cats

 뮤지컬 캣츠의 오프닝 넘버! 이 넘버는 한 배우가 부르는 게 아니라 앙상블이 불러요. 소리 내지 않는 마법사 고양이를 제외하고 모든 고양이들이 함께 노래합니다. 캣츠에서 제일 유명한 곡은 그리자벨라의 ‘Memory’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곡이야말로 캣츠를 가장 잘 보여주는 넘버라고 생각해요. 가사의 내용은 젤리클 고양이에 대한 소개인데, 참신한 발상과 귀엽고 발랄한 분위기는 단연 독보적이며 극에 꼭 어울립니다. 마지막에는 다양한 성격의 고양이들을 소개하는데, 사람처럼 표현돼서 더 유쾌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어요. 귀에 착착 감기는 리듬감은 덤!


Practical cats, Dramatical cats
노련한 고양이, 극적인 고양이
Pragmatical cats, Fanatical cats
참견 잘하는 고양이, 열정적인 고양이
Oratorical cats, Delphicoracle cats
웅변가 고양이, 모호한 고양이
Skeptical cats, Dispeptical cats
의심많은 고양이, 얄미운 고양이



5. 노트르담드파리 - Ave Maria Paien

 프랑스 뮤지컬인 만큼 불어의 아름다움이 제대로 돋보이는 뮤지컬 노트르담드파리. ‘Ave Maria Paien’은 별로 유명하진 않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에요. 불어로 ‘이교도의 아베마리아’라는 뜻입니다. 주인공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가 노트르담 성당 성모 마리아 상 앞에 기도하며 부르는 노래인데, 가사에서 이방인들과 프랑스인들의 갈등으로 혼란했던 당시 시대 상황, 그리고 그녀의 선(善)함이 전해집니다. 조용하고 경건하면서도 이국적인 넘버가 듣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Ave Maria
성모 마리아여
Des etrangers il en vient de partout
도처에서 온 이방인들
Ave Maria
성모마리아여
Ecoute-moi
내 말을 들으소서
Fais tomber les barrieres entre nous Qui sommes tous des freres
모두 형제인 우리 사이의 벽을 허무소서



6. 서편제 - 살다보면

 소설과 영화로 유명한 ‘서편제’는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답니다. 소리꾼들의 삶과 한(恨)이라는, 어떻게 보면 뻔한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했지만 그만큼 한국인인 우리의 마음을 절절하게 울리는 작품입니다. 소리꾼 유봉의 아들 동호, 그의 어머니는 유봉을 뒷바라지하다가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어머니를 잃고 절규하는 동호에게, 이복 누나인 송화가 불러주는 노래가 바로 ‘살다보면’이죠. 차지연 배우 특유의 말하듯 노래하는 기법이 정말 잘 어울리는 넘버이기도 합니다. 노래를 듣다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를 만큼, 삶이 버거운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줍니다.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봐
엄마가 쓰다듬던 손길이야
멀리보고 소리를 질러봐
아픈 내 마음 멀리 날아가네



7. 위키드 - For Good

 브로드웨이 뮤지컬 중에서도 화려한 무대연출로 그 명성을 날리는 위키드, 그렇지만 그렇다고 노래가 별로인건 절대 아니에요! 무대, 스토리, 넘버의 삼박자를 골고루 갖춘 뮤지컬이 바로 위키드죠. 오즈의 마법사의 전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위키드는 그 발상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발해요. 우리가 나쁘다고 알고 있는 초록마녀는 사실 착한 마녀고, 착하다고 알고 있는 금발마녀는 사실 허영과 내숭의 덩어리라니! 이런 생각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For good’은 처음에는 서로를 미워했지만 나중에는 소중한 친구가 된 초록마녀 엘파바와 금발마녀 글린다가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부르는 노래입니다. 자신의 삶에 와 준 친구에게 사랑과 감사를 표하는 가사가.. 정말 너무나 예뻐요. 소중한 친구가 있다면, 이 노래로 마음을 전해도 좋을 것 같아요.


So much of me is made of what I learned from you
내 많은 것들은 네게서 배운 것들로 만들어진거야
You'll be with me like a handprint on my heart
넌 내 심장에 난 손자국처럼 나와 함께 하겠지 
And now whatever way our stories end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든
I know you have re-written mine by being my friend
난 네가 내 친구가 되어 내 삶을 다시 쓴 걸 알아

 
잘 감상하셨나요? 가슴에 확 와닿는 곡을 찾으셨길 바라며,
나머지 일곱 곡도 기대해주세요^^ 

[최민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