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염쟁이 유씨

글 입력 2015.05.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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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쟁이 유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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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염쟁이 아저씨를 만나러 대학로 소극장을 향했다. 
마로니에공원에 도착하니 비가 그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대학로 거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벌써부터 가슴 설레기 시작한다.
공원과 멀지 않은 곳에서 이랑씨어터 극장을 찾을 수 있었다. 
입장 후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무대에 많이 놀랐다.
맨 뒷자리라 걱정도 되었지만, 전체적인 무대 모습부터 배우의 표정연기까지 
모든 것들을 집중하고 볼 수 있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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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조명이 어두워지고 극이 시작했다. 
무대 속에 등장하는 한 남자, 누가봐도 유씨 아저씨다. 
모노드라마인 것에서 이미 나이 지긋해 보이는 백발의 노인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무대 주변 설치된 소품들을 보아 이곳은 염하는 장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싹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실 염쟁이라는 제목부터가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은 주인공이 등장하고 대사를 내뱉는 순간 모두 깨지게 된다.
오히려 주름진 얼굴과 소탈한 웃음소리에서 친근한 이웃집 할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미 프리뷰에서 언급했듯이 이 연극은
마지막 염을 하게된 유씨가 오래전에 만난 기자를 불러 염의 절차와 의미를 취재하게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지난 자신의 경험과 가정사를 풀어놓는 이야기이다.
 현장에서 수시, 반함, 소렴, 대렴이라는 절차를 직접 지켜보면서 
염이라는 것이 정성과 예로 가득한 우리의 장례문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염을 하고 입관까지 마친 유씨는 죽는다는 건 생명이 끝나는 거지 인연이 끝나는게 아니라고 한다.
몇해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입관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순간 어렸을 때 배탈이나서 할머니가 "네 배는 똥배, 내 손은 약손" 하시며 배를 만져주시던 모습과
 그 누구보다 곱던 할머니의 미소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죽음 앞에서 사람들의 모습은 제각기다.
어떤 사람은 죽기 싫어서 바둥바둥 거리고, 또 어떤 사람은 죽고 싶어서 삶을 바둥바둥 된다. 
그러나 변치 않는 사실은
 염쟁이의 말처럼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장벽에도 결코 끝나지 않는 인연이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추억으로 영원히 남는다.
그러한 점에서 누군가의 마음속에 어떠한 모습으로 기억되는가에 주목하게 된다.

사실 유씨는 대대로 내려오는 가업을 물려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와 약속한 3년이 되던 해 
유씨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씨는 염을 평생의 업으로 삼게 된다. 
처음과 끝을 가족의 염으로 마무리하게 되는 그의 염쟁이 팔자를 보게 될 때
 결국, 죽음이란 유한성을 지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은 삶의 한 조각, 그 일부일 뿐 무서워하지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정성을 쏟는거야"
"죽는 거 무서워들 말아, 잘 사는게 더 어렵고 힘들어" 
그의 마지막 말처럼
지금 이 순간, 살아가는 순간순간에 감사하고 집중해야 함을 새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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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쟁이 유씨의 매력은 일인극과 소통이다.
모노드라마인 염쟁이 유씨는 주인공 혼자서 여러 명의 배역을 소화해야 하다 보니 
자칫하면 배우도 지치고, 보는 사람도 지루해질 수가 있다.
그러나 적절히 배역을 관객의 참여로 대체하였으며, 
배우의 탄탄 연기력으로 그 사실을 잊게 만든다.
특히, 장사치가 등장하였을 때는 전혀 다른 사람이 등장해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능숙하게 다른 성격의 역할들을 소화해내는 신현종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했다.

소통,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관객은 구경꾼이 아니다. 
모두가 이미 극중에 등장하는 하나의 인물이 되어있다.
처음에 앞자리에 앉은 관객을 기자로 설정하고, 
나머지 관객들은 모두 기자를 따라 염을 보러 온 전통문화체험단이 된다. 
그 순간부터 관객들은 무대에 흡수되어 집중하게 된다. 
관객들은 주인공의 질문에 대답하며, 재미난 농담에 함께 웃으며, 
무대에 올라 연기하는 다른 관객들의 모습을 보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또 염쟁이 유씨는 관객들에게 직접 말을 걸며, 술 한잔을 건네기도 한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 아닌, 관객과의 호흡을 보여줬기 때문에 
염쟁이 유씨라는 작품이 지닌 가치가 배가되어 빛나는 것 같다.


[김소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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