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묘한 삼각관계_1 양아치(한국)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1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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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삼각관계_양아치, 쉬 전, 고이즈미 메이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2015.03.1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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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립미술관에서 3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 한국, 중국, 일본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미묘한 삼각관계'라는 제목 하에 전시하고 있다. 전시 포스터를 보면 세 나라의 언어로 '미묘한 삼각관계'가 씌여있는데 세 나라 모두 한자를 언어의 기본으로 하기에 글자가 비슷해 보이고 발음도 실제로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나 확실히 다른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이다. 언어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이 한중일은 가까우면서도 먼, 친숙하면서도 견제하는 미묘하고도 복잡한 관계이다. 이런 세 나라가 서로간의 문화교류와 우의 증진을 위해 2007년부터 한국국제교류제단이 매년 개최하는 '한중일 문화 셔틀 사업'의 일환으로 <미묘한 삼각관계>가 기획되었다. 올해의 <미묘한 삼각관계>전은 한중일이 공유하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에서 시작하여 미래를 얘기하는 세 작가, 한국의 양아치, 중국의 쉬 전, 일본의 고이즈미 메이로, 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 세작가 모두 1970년대 출생으로 급변하는 21세기를 경험함과 동시에, 이를 작품으로 표현했기에 삼국의 근대화를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함이 주요점이라 볼 수 있겠다. 이번 전시는 작품 뿐만 아니라 작가의 삶과 그 나라의 사회, 역사, 문화적으로 복합적으로 이해해야 하기에 자세히 쓰고자 한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한국의 양아치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해 보고, 다음 글에서 중국의 쉬 전과 일본의 고이즈미 메이로에 대해 이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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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아치(부산 출생, B.1970)는 수수께끼처럼 숨겨진 힌트와 상황적 인식에 따른 공감각적 경험에 집중한다. 기존 체제에 대한 일탈적이고 모순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그는 웹을 기반으로 활동을 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소개되었던 시절부터 '가상세계', '가상성'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일련의 작품을 통해 가상의 공간을 갈망하고 안식처로 삼는 현실 속에서 '개인'은 마지막 남은 현실적 영토이자 지켜야 할 대상이었기 때문에 결국 자기 자신으로 관심이 돌아가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미묘한 삼각관계 도록에서-

 <미묘한 삼각관계>전시는 2층과 3층에서 이루어지는데, 2층 첫 전시실에 들어가면 양아치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날 수 있다. 작가 이름에서 눈치챘을 수도 있는데, 양아치는 가명이다. 작가가 작품에서 추구하는 일탈과 모순적인 면을 잘 드러내고자 그렇게 작명한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디어 아티스트로 불렸던 것만큼 이번 전시도 사진,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고, 조소, 설치미술, 그리고 더 나아가 일본 작가 고이즈미 메이로 작품의 소리를 자신의 작품에 끌어와 영상으로 표현하는 작품 등 작품의 스펙트럼이 넓었다. 그래서 전시장에 들어간 순간, 이런 다양한 작품들에 약간 정신이 혼미하기도 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당황스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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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아치, 뼈와 살이 타는 밤, 사진, 2014.

 이 작품은 2층에는 사진으로, 3층에는 '바다소금극장'에 영상 설치로 전시되어 있다. '뼈와 살이 타는 밤' 시리즈 작은 가상의 공간을 다룬 '구운몽'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작가는 우리 개인이 가상의 공간을 갈망하고 그 곳을 안식처로 삼고자 하지만, 결국 현실에 지켜야 할 대상이 있기에 자기자신으로 돌아가게 되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한다. 이 사진에서는 인물이 늑대인간 같은 가면을 쓰고 있는데, 이는 즉 사진 속 인물이 늑대인간이라는 가상을 꿈꾸지만, 결국 가면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같은 제목의 다른 작품에서는 어두운 산속에서 머리를 푼 채 서있는 인물도 있고, 새의 탈을 쓴 인물도 등장한다. 다양하게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이 든다. 그리고 '뼈와 살이 타는 밤'은 1985년에 개봉한 한국 에로영화라고 한다. 작품 제목의 의미를 알기 전에는 으스스하고 무섭게 느껴졌는데, 작가가 어떤 의미에서 가상 공간을 표현한 작품에 이 제목을 붙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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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이즈미 메이로, MNEMONIC (FATHER), 영상설치, 2015.

 앞서 서론에서 말했던 일본 작가의 작품을 양아치 작가의 작품으로 끌어들인 작품은 소리를 영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본 고이즈미 메이로의 MNEMONIC (FATHER) 영상작품의 소리가 나오는 스피커의 파동을 이미지화하여 TV 스크린에 나타내는 방식이다. 일본 작가의 작품은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작가는 작가의 아버지가 겪은 전쟁의 기억을 콩테로 그리는 장면을 영상으로 담았다. 양아치 작가는 그 콩테에 마이크를 설치해서 그릴 때마다 나는 소리를 녹음해 이를 자신의 작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각각의 작가가 나타내고자하는 의미와 방식은 다르지만 두 작가가 서로 이어져있다는 느낌은 강렬하게 준 것 같다. 양아치 작가의 작품 뒤로 넓은 평상이 있어 누으면 바로 일본 작가의 작품을 영상으로 맞을 수 있다. 전시가 매끄럽게 이어가도록 기획을 잘했다고 생각했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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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아치, 바다소금극장, 영상 설치 2015.

 전시장 3층에 가면 '바다소금극장'이라는 영상 설치가 한 전시실 전체에 마련되어 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가의 아버지는 부산항의 선장이었고, 작가는 아버지로부터 느낀 소금, 바다, 기름 냄새와 그가 항상 바른 스킨 냄새에 대한 강렬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작가는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작품으로 되새기고, 이는 미래의 관객을 위해 준비했다. 그리고 작품으로 나타냄에 있어서 미래의 관객이 예상치 못하는 기묘하고 비현실적인 방법을 시도함으로써 우리의 즉각적인 해석을 막고자 의도했다고 한다. 일반 관객들이 작가의 깊은 의미까지 파악하기에는 어렵겠지만, 작가가 과거를 어떻게 예측못한 방법으로 다양하게 표현했는지 짚어가며 본다면 작품과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역시 현대 미술 작가답게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어렵고 낯설다. 작가의 예명인 '양아치'에서부터 먼저 그런 낌새는 챘다. 직접 전시를 보러가면 더 느끼겠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등의 생각을 들게하는 당황스러운 작품들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어하는지를 기본적으로 알고, 현대 미술은 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하고 전시를 본다면 작품에 대한 경계심은 조금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작가 홈페이지'http://www.yangachi.org/info.php'에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현대 미술이 친숙하지 않고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계속 새롭고 낯선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자 하기 때문이다. 현대 미술을 무작정 담 쌓기 보다는 낯설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낯섦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필자가 서울에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현대 미술전시였다. 필자도 미술을 배우고 좋아하지만 현대 미술은 항상 친숙해지기 어렵다. 그런데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다양한 현대미술을 계속해서 전시하고, 모든 전시가 무료이기에 누구나 현대 미술을 관람할 수 있다. 가장 쉽게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이 곳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도 미술이 어렵다면 주저말고 미술관에 먼저 가보도록 하자. 어려우면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도 좋고, 도록을 읽어보아도 좋고, 아니면 이해 못하더라도 그냥 보기만 해도 된다. 그렇게 시작한다면 미술이 조금이나마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황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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