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복귀작,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리뷰

글 입력 2015.02.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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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부터 전쟁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전쟁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우리는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을까?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바로 전쟁에 의해 삶이 송두리째 뒤바뀐, 수학자 앨런 튜링의 삶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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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교수로 일하고 있던 앨런 튜링은 해독이 불가능한 나치의 암호 ‘애니그마’의 해독자로 지원하게 된다. 당국에서는 각 분야의 수재들을 모아 기밀 프로젝트 암호 해독팀을 가동한다. 앨런 튜링이 ‘애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크리스토퍼’라는 기계를 발명하게 되는 과정이 펼쳐지며, 그리고 발명 후의 앨런 튜링의 삶이 그려진다. 이러한 내용들이 시간이 교차되면서 설명된다. 앨런 튜링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그가 삶을 마감하기까지의 시간이 모두 담겨있다고 보면 된다.

 이 영화를 접하기 전에 예고편조차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암호를 푸는 암호 해독가의 삶을 그린 영화인 줄로만 알았고, 영화를 보면서도 초반에는 ‘크리스토퍼’의 성공 여부에만 관심을 두고 보았다. 하지만 영화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암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며, 전쟁에 의해 운명이 바뀐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고, 또 그 남자에 의해 혜택을 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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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임무를 마친 후 그의 공허함이 걱정되었다. 하나의 목표에 자신의 모든 걸 바쳤을 때는, 언제나 공허함이 그 뒤를 따른 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목표를 성취하든, 성취하지 않았든 간에. 때때로 목표를 성취했을 경우에 그 공허함이 더 빠르고 크게 찾아오기도 한다. 그는 다시 시작된 삶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동성 매춘을 했다는 혐의로 조사까지 받게 된다. 조사실에서 그는 지난 날의 이야기들을 털어 놓는다. 그리고 수사관에게 하소연하듯이 묻는다.

“Who am I?”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에게 해야 할 질문을 타인에게 던져야 할 정도면, 그때의 자신에 대한 답답함과 삶에 대한 막막함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그는 계속해서 묻는다.

“나는 기계인가요? 인간인가요? 전쟁영웅인가요? 범죄자인가요?”

 전쟁은 한 개인을 이렇게 만들어 버렸다. 가해자가 분명한 사건에서 피해자는 그 가해자를 원망하면서라도 살 수 있다지만, 앨런 튜링의 말년은 어땠을까. 전쟁이라는 위압적인 단어 앞에, 그 거대한 힘에 의해 무너진 그의 삶은 어땠을까. 기댈 곳은 둘째 치고 원망할 대상조차 없던 그가 느끼는 무력감은 도대체 어느 정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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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런 튜링의 삶은 이러했다.

 “1912년 6월 23일 영국에서 태어난 튜링은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에서 수학을 전공했으며, 24살에 현대 컴퓨터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보편 튜링기계'에 대한 이론체계를 만들어 냈다.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폭탄(bombe)'이라는 암호해독기를 만들어 독일군의 암호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했는데, 이 암호해독기 시스템이 바로 현대 컴퓨터 과학의 시초가 되었다. 하지만 동성애자였던 튜링은 당시 동성애를 범죄로 취급했던 영국 정부에 의해 화학적 거세를 당했으며 여성 호르몬까지 주입받는 수모를 겪었다. 수치심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튜링은 1954년 6월 7일 42세의 나이에 자살하였다.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베어물고 자살한 이 사건은 애플사의 한 입 베어 먹은 사과 로고가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하였다. 영국 정부는 2009년에 와서야 '그에 대한 정부의 처사는 부당하였으며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였다. ” [네이버 지식백과] 앨런 튜링

 그는 실제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영국 정부는 50여 년간 앨런 튜링에 대해 함구하였으며 2013년이 되어서야 세상을 떠난 지 60여년이 된 그를 특별 사면한다.

 영화 자체의 작품성이나 몰입도는 아마 기대보다 떨어질 수 있다. 아무런 기대없이 영화를 봤는데도 몰입도에서 아쉬운 점을 느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우리나라 배우가 연기를 했다면 눈물까지 나올만한 영화일테지만, 아무래도 ‘외국’의 ‘전쟁’과 관련된 영화이다보니 우리나라 전쟁 영화에 비해 공감의 수준이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교차되는 부분이 꽤 자주 반복되다보니, 그것도 현재-과거 2중의 교차가 아닌 현재-과거-대과거의 3중의 교차라 구성이 조금 복잡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타이핑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할 수 있도록 해 준, 1400만 명 뿐만이 아닌 전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 준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존재를 우리에게 각인시켜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영화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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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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