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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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그래도, 쓰는 마음 [도서/문학]
나는 왜 소설을 쓰는가
최근에 교수님께 소설 합평을 받았다. 이면에 가려진 ‘그림자 노동’이라는 개념과 아이돌 산업에 대한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룬 소설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내가 써 왔던 소설은 순문학과 장르 문학에 걸쳐져 있는, 사랑하는 이유리 작가님과 이기호 작가님 풍의 느낌이었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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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선물은 주는 것보다 받는 게 중요하다 [도서]
냉소적이었던 내가 이승우 작가의 <사랑의 생애>를 읽은 후 든 생각
“나한테 정말 문제가 있나 봐.”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의 주인공 테드가 문득 충격적인 얼굴로 하는 말이다. 그는 ‘hopeless romantic’이다. 우리말로 하면 ‘못 말리는 낭만주의자’ 정도 되겠다.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낭만적인 사랑을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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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가 한데 어우러질 날을 꿈꾼다 - 어른이 되면 [도서/문학]
장애인의 일상성과 평범성이 회복되는 세상이란?
책 <어른이 되면>은 18년동안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살아온 동생과 다시 함께 살아가게 되는 둘째 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 함께한 시간을 일기 쓰듯 담담하게 적은 그는 모든 장애인의 '일상성의 회복'을 꿈꾼다. 책 속 묘사된 혜정 씨는 탈시설 장애인으로서, 다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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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녹천에는 똥이 많다 [도서]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이창동이 소설가인지 몰랐다. 어딘가 먹먹하고 생각이 많아지는 이창동의 영화들이 문학적이라 느끼긴 했지만, 처음부터 소설을 쓰는 사람이었다는 건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鹿川에는 똥이 많다」는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가 추천해 주었다. 네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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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올곧고 숭고한 붉음을 향해 - 이유리의 둥둥 [도서/문학]
이유리 작가의 둥둥을 읽고
이유리 작가의 <브로콜리 펀치>에 수록되어 있는 소설 「둥둥」은 주인공 ‘은탁’이 좋아하는 아이돌 ‘형규’를 위해 구한 대마초가 든 트렁크와 함께 호수에 빠진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소설 「둥둥」이 담고 있는 외적인 부분과 내적인 부분을 함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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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불완전한 동그라미의 행복한 노래 [도서/문학]
행복은, 켜켜이 쌓이는 기쁨의 순간!
이제껏 꽤 많은 책을 접했지만, 그 중에서도 나에게 평생 잊히지 않을 책을 하나 꼽으라면 아마 오늘 소개할 이 책일 것 같다. 어린 시절에도 인상 깊게 읽어 좋아하는 책이었지만, 대학 입시 논술 시험에 실제 지문으로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21살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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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슬픔과 사랑이 주는 힘 [도서/문학]
켈리 반힐, <달빛 마신 소녀>
슬픔은 위험할까? 슬플 때 슬퍼하는 것이 위험할까, 슬픔을 억누르는 것이 위험할까? 켈리 반힐 작가의 『달빛 마신 소녀』에는 슬픈 상황에도 슬퍼하지 않으려 하는 마녀와 사람들이 등장한다. 작품 속 주요 배경은 ‘보호령’으로, 이곳에는 슬픈 상황에도 울지 않는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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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마침내, 눈이 멀어버린 자들이 도래해버린 시대 [도서/문학]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는 ‘어느 날 사람들의 눈이 모두 멀게 된다면?’ 이란 로그라인을 주제로 시작되는 소설이다. 독서하며 놀랐던 점은 촘촘하고 섬세한 문체와 ‘모든 사람의 눈이 먼’ 사건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표현하는 작가의 역량이었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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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느좋 시로 마무리하는 일주일 [도서/문학]
오늘 내가 왜 지쳤을까 생각하는 것보다 오늘 내가 지쳤다는 걸 스스로 알아주고 이 시들과 함께 몸과 마음을 이완해주는 건 어떨까.
나는 시를 좋아한다. 시를 읽는 것도, 시집에 수록된 시 중 단 하나만을 마음에 담는 것도 좋아한다. 시를 읽는다고 해서 시인이 의도한 것을 그대로 간파하는 실력은 없다. 그래도 그 시에 담긴 언어가 주는 분위기와 이미지는 고된 하루를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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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고독한 도시에서 예술가들이 살아가는 방법 [도서/문학]
중요한 것은 다정함을 잃지 않는 것
외로운 도시는 뉴욕에서 활동한 예술가 일곱 명의 삶과 그들의 예술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고독을 다룬 책이다. 저자인 올리비아 랭은 운명이라고 생각한 남자와의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영국 생활을 과감히 청산하고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행복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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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인생 첫 희곡집: 공연에도 일시 정지 버튼이 있다면 [도서/문학]
이오진 희곡집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 리뷰
기다란 책장이 분홍색 책등으로 가득 차 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이 출판한 희곡집들이다. 국내 서점 중 지만지희곡 전집을 모두 들여놓은 서점은 딱 두 군데다. 교보문고, 희곡 전문 서점 인스크립트.¹ 올해 연희동에서 대학로로 자리를 옮긴 인스크립트는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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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삶이 내게 암시하는 사소한 사랑 [도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사소한 것들에 대한 묘사로 시공간이 인물에게 주는 암시를 오감으로 경험하게 하는 소설이다.
바람 한 점, 강물이 굽이치는 소리, 장식품 가게에 진열된 인형 하나, 잠들기 전후의 고요한 숨소리, 아주 사소하여도 많은 걸 암시하지 않는 게 하나 없다. 모든 암시를 의식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면, 그 이야기를 오롯이 이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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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민중적 시선으로 재해석된 영웅 서사 [도서]
<적벽가>는 중국 『삼국지연의』 영웅 서사를 민중적 시선으로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판소리다. 이름 없는 군사들의 고통과 설움을 부각하고, 조조를 희화화하며 당대 권력을 풍자한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기법으로 전쟁의 비극성을 완화하고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적벽가>¹ 는 중국의 고전 『삼국지연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한국적 정서와 민중의 시각을 녹여내 단순 ‘복원극’이 아닌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적벽대전’이라는 유명한 전쟁을 두고 중국 영웅들의 거대한 서사를 빌려왔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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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좋은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도서]
위트와 기획력이 돋보이는 화제의 책, <좋은 사람 도감>
닮고 싶은 사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 닮고 싶은 사람의 모습은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이십 대 초반엔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 사람', '솔직하고 당당한 사람', '제 몫을 잘 해내는 사람'을 닮고 싶었다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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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연인에게 전하는 편지 -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도서]
이브 생 로랑의 연인, 피에르 베르제가 전하는 편지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 피에르 베르제, 김유진 / ⓒ 프란츠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자기 전에 하나씩 읽으면 마치 누군가에게 매일 편지를 받는 느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한 연유에 읽게 되었던 책이다. 이브 생 로랑의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피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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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이방인이 여기에 있다 - 젊은 W의 새로운 슬픔 [도서]
나와 당신의 수많은 이방인들을 껴안는 방법
배려와 오지랖 사이의 거대한 공백 봄을 맞아 새 옷을 장만하려 패션 콘텐츠를 뒤적거릴 때 가장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조언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어떤 계절감의, 어떤 디자인의 옷을 입는지 살펴보세요.” 이것만큼 내게 어려운 일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남들의 옷가지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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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삶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 소설 급류 [도서/문학]
물과 인생
우리의 삶은 종종 물살에 비유된다. 모든 인간이 물에서 온 것처럼, 물이란 인간의 인생에서 땔래야 땔 수 없는 보조관념이다. 소설 급류는 물의 속성을 주인공의 삶에 적극적으로 투사한다. 저수지와 계곡으로 유명한 지방도시 ‘진평’을 배경으로 두 주인공의 인생이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