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이 주는 성찰 - 유시민의 공감필법 [도서]

유시민의 공감필법, 공부를 말하다
글 입력 2024.07.0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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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주는 성찰

『유시민의 공감필법』, 저자 유시민, 2016,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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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매번 나에게 깨우침과 반성을 준다. 공부는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것이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책을 읽어야 한다. <공부의 시대 : 저자가 답하다> 시리즈는 출판사 창비 측에서 ‘공부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기획된 강연에 나선 다섯 명의 강연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각 분야에서 여러 저서를 쓴 작가들의 강연을 책으로 엮는다는 건 동일한 내용이 반복될 수도 있고, 너무나 구어체적으로만 머물 수 있다.

 

하지만 『유시민의 공감필법』에선 강연에서 스쳐 지나갔던 추가적인 내용까지 엿볼 수 있다. 유시민은 출판사 편집사원, 신문사 독일통신원, 칼럼리스트 등 여러 직업을 거쳐 지금은 역사와 문화 관련 에세이를 쓰는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글쓰기 초보들의 입문서가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의 책에선 정겨운 향기가 난다. 그의 필체나 유연한 흐름으로 흘러가는 책의 구성 또한 그렇다. 누구나 친근하게 그의 말을 들을 수 있고, 어렵고 딱딱한 투로 정보 전달만 하는 다른 책들과 반대로 오히려 나른하게 말하는 어조로 읽는 이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특징이 있다.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


 

제목을 보자. 『유시민의 공감필법』이다. 책을 읽다 보면 그는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의 마음을 모두 잘 헤아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의 말을 들으면 책을 읽고 싶어지고,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 그 이유는 왜일까? 저자는 직접적으로 답을 제시하진 않지만, 그가 다른 유명 저서를 읽고 느꼈던 지혜와 이를 삶의 방식으로 이해했던 경험을 제시하면서 독자가 그 답을 스스로 찾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능숙하면서도 유연하다.

 

글을 쓰는 나(필자) 또한 같은 입장에서 이 책을 읽으니, 깨우치는 구절이 많았다. 그동안 나의 글쓰기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 공감하기보다는, 나에게만 치우친 글쓰기가 주를 이뤘다. 글을 쓰는 건 어지러운 머릿속을 비우기 위한 하나의 해결책이었으며, 오직 나만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이었다. 그러나 “타인의 생각과 감정에 젖어보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내가 이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했다. 처음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도 ‘공감’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어서였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공감한다는 것. 사실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충고가 아니었을까.

 

그가 글쟁이로서 겪어온 삶의 이야기는 책과 글이 스며들어 있는 그의 삶으로 이어진다. 글쓰기가 직업이 되고 누군가를 위해서 글을 쓴다는 건 때때로 너무나 편향적이고, 자신이 글을 쓰는 본질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위태로운 방향 속에서도 책으로서 길을 찾았고, 지금의 그가 단상 위에 서서 강연을 하기까지 삶의 지혜를 얻어온 책들은 보는 이들의 공감을 사고, 각자의 부분에서 성찰과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책을 찾던 시점


 

저자의 조언을 듣다보니,‘내가 책을 찾는 시점은 언제였던가?’라는 질문이 맴돈다. 인생에서 잘 풀리지 않는 난관에 마주하거나, 새로운 사건 혹은 삶의 변환점을 맞이했을 때, 그리고 주변에서 해결책을 찾거나 구할 수 없을 때 서점에 가서 이런저런 책을 꺼내 들었던 생각이 난다. “누구나 인생의 문 하나를 통과하면 책장을 정리합니다. 그다음의 삶에 필요한 책을 꽂아야 하니까요.” (53p)라고 말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나또한 인생의 문을 통과했을 때, 삶의 의미를 잠시 잊었던 거 같다. 대학생의 입장에서 거친 사회에 뛰어든 나의 모습은 너무나 초라하고 하찮아 보였다. 그때 처음으로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으며 삶의 고통에도 견딜 수 있는 인내를 배웠고, 김승호의 『돈의 속성』을 읽으며 자본주의 사회에 발을 내밀었다. 이 두 권은 아직도 나의 옆 책상에 꽂혀있는 책이다.

 

세상에 책과 지식은 너무나 많고, 지금은 이를 다 수용하고 AI처럼 주입하기보다, 이를 음미하고 책의 맛을 느끼고자 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인간다운 일은 관조가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공부는 지식을 얻는 걸 넘어서, 지혜를 사랑하는 일이다. 지혜는 지식을 얻고 이를 실천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삶의 지혜를 실천하고, 남의 입장에 공감하며 인간과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깨달음을 얻게 해준 책이다.

 

또한 그의 책은 말하고 있다. “언어는 말과 글인데, 말보다 글이 먼저입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말로 의사소통한 건 수십만 년 되었지만 글로 소통하기 시작한 건 몇천 년밖에 되지 않아요. 누구나 글을 읽고 쓴 것은 몇백 년도 안 되고요.” 이러한 그의 주장은 합리적이다. 말에 가까운 글일 수록 잘 쓴 글이라는 것. 언어로 인해 문명이 발전하는 인지혁명이 일어났고, 소리 내어 글을 읽어봤을 때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잘 읽히면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잘 읽힌다는 걸 알 수 있다. 언어는 휘발되고 변질되는 생각을 붙잡아두는 곳이다. 글에서 언어는 아주 위험하기도 하고, 너무나 온순하기도 하고, 읽는 이의 뼈를 때리는 묵직함을 갖거나 아주 가벼운 깃털처럼 바람에 날아가기도 한다.

 

 

 

유시민의 공감필법, 공부를 말하다


 

사람마다 책을 읽고 보는 부분이 다른 것처럼, 같은 언어를 보고 우리는 다른 감정을 느낀다. ‘공감필법’에 담긴 의미도 그러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는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인생의 의미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가 없다면 살아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 재밌고 자극적인 영상은 넘쳐나지만, 우리에게 강한 울림을 주고 묵직한 한 방을 가진 글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삶의 의미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집 근처 서점에 들어가 책 한 권을 꺼내 들고 펼쳐보길 권한다.

 


[이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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