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매자 "그리고, 다시 봄" 리뷰

글 입력 2014.04.0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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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매자 "그리고, 다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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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수들은 가끔 어떤 연기자보다도 더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곤한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의 몸짓과 표정은 백마디 말보다 더 강한 인상을 주고, 관객들은 그들의 움직임과 동화되어 그들이 무대 위에서 느끼고 있는 감정에 동화되어간다. 이 공연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용수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공연이였다.

 27일 공연은 1부'얼음강'과 2부 '봄날은 간다'로 구성되었다. 
 1부 "얼음강"은 60년 전 전쟁 속에 겪었던 그녀의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행위를 춤으로 승화시켰다. 얼음이 깨지는 찬 소리에 몸을 비틀기도 하고, 움츠러들기도 하는데, 흔히 말하는 "살얼음판을 걷는다."라는 말의 느낌을 받았다. 한발짝 발 디디기도 두려운 것 같은 그들의 표정. 어떤 이는 넘어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위태롭게 몸을 떨기도 하며 정말 무대가 바닥이 아닌 차가운 '얼음'처럼 느껴지도록 열연하는 무용수들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2부 "봄날은 간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초반 새 지저귐소리에 춤추는 무용수들의 모습이였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팔을 흔들기도 하고, 꽃잎이 펴지듯 크게 팔을 젓기도 하는 등 봄의 유려함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데, 잔잔하게 춤을 추다가도 갑자기 우뚝 멈춰서서 정면을 응시하는 그들의 모습은 소리를 내지 않아도 더 없이 강한 긴장감을 주었다.

 끝에 다다르면, 하체를 부풀어보이게 만든 흰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천천히 객석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무대의 벽이 갈라지고, 김매자와 어린 아이들이 흩날리는 꽃잎 아래 손을 잡고 춤을 춘다. 객석에 내려온 무용수들, 그리고 관객들은 또다른 '봄날'을 맞이한 김매자와 어린 아이들을 바라본다.
 내가 본 무용공연 중 가장 여운이 길었던 엔딩이였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김매자, 소리내어 웃는 아이들, 그들의 머리로 날아드는 꽃잎들. 마치 카메라 앵글 안에서 멀어져가는 영화 속 주인공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화려한 '안무'는 없었다. 그러나 손 끝에서, 눈빛에서,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그들의 강한 기운에 완전히 압도되는 공연이였다. 관람했던 무용공연 중 무대장치, 음향, 조명과 같은 것에 구애받지 않고, 무용수들만의 '존재감'으로 이루어진 공연이였다.

 - 늘 느끼고, 리뷰에 항상 말하는거지만 무용공연을 보러 갈 때는 세상에 혼자 남겨진 외톨이가 된 기분이다. (..) 물론 어느 공연이나 관계자나 지인이 있지만(이게 안좋다는건 아니지만) 일반관객이 완전히 소외된 기분을 항상 받아서 늘 기다리는 시간이 힘이 들다.
 - 중간 인터미션 때 관객을 다 밖으로 내보내서 어리둥절 했었다. 왜 굳이 관객을 다 내보내야 했는지? 




[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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