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광저우 발레단 내한공연 - 중국과 발레의 꽤 괜찮은 만남

글 입력 2014.08.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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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발레단'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기대감보다는 낯선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아마 내가 중국의 예술단체나 아티스트들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해서인 거 같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걱정이 많이 들었다. 내가 과연 편견 없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을까, 또 광저우 발레단만의 강점이나 색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하지만 공연을 보기 전에 했던 걱정은 과한 걱정이었던 거 같았다. 왜냐하면,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광저우 발레단만의 콘텐츠에 연신 감탄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광저우 발레단 내한공연을 편견 없이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의 실력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의 실력이 형편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면서 '우와! 아름답다!'라고 외칠 정도로 빼어나진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무용수들의 동작보다 더 감탄했던 것은 바로 중국의 설화들을 발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이었다. 사실 서로 다른 것들을 섞으면 자칫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어설픈 것이 탄생할 수도 있는데, 광저우 발레단은 이도 저도 아닌 것을 내놓기보다는 자신만의 '새로운' 발레 공연을 내놓았다. 그것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 바로 1막의 '피안'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짧은 시간 내에 공연되었지만, 다른 공연들보다 '피안'이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세밀하게는 물살의 흐름을 시시각각 놓치지 않고 표현한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중국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발레라는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기에 그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고, 더 나아가서는 광저우 발레단의 정체성을 확연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공연이라고까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피안'과는 달리 'The Butterfly Lovers'는 분명히 소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공연이 될 수 있었음에도 존재감이 강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특히 연출이나 무용수들의 동작이나 다른 공연과 다를 게 없어서 더욱 아쉬웠다.
 
 공연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발레'라는 단어와 '중국'이라는 단어 간의 이질감이 상당히 느껴졌기에 공연 자체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광저우 발레단 내한공연을 보니 당분간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오히려 자국의 다양한 설화들을 거리낌 없이 발레라는 장르에 녹여내고, 그것을 무대화하는 점이 참 부러웠다. 사실 우리나라도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만의 이야기들이 많은데, 막상 그것들을 잘 활용하기보다는 외면하는 거 같다. 그렇기에 부러우면서도 새삼 반성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광저우 발레단처럼 '춘향전'이나 '심청전'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무대화할 수 있을까? 중국과 발레와의 괜찮은 만남을 보고 한국과 발레와의 더 깊은 만남을 기대하게 된다.
[박은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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