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대한민국은 지금 연예 공화국 [문화 전반]

우리는 연예인의 나라에 살고 있다.
글 입력 2019.01.09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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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었다. 바로 가수 아이유의 과천 땅 투기 의혹이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단 기사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비난 여론이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처럼 타오르더니 반나절 만에 오보임이 밝혀졌다. 처음 투기 기사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맹렬한 여론을 따라 아이유를 비난했다. "정말 그랬대?” 하던 생각은 온라인에 배출된 날것의 분노들을 만나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실망이야!”로 변질되기 십상이고 정말 그러했다. 아이유 측의 해명 기사로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 같던 이번 일은 결국 실사용을 증명하는 사진과 가수 본인의 커리어를 건 맹세로 잠잠해졌다. 이 논란으로 한국의 병들어가는 속내가 드러났다.


오보를 통한 연예인의 명예훼손은 드문 일이 아니다. 아이유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 연예인이 잘못된 기사를 통해 이미지 훼손을 당하고 부당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기사(記事)라는 매체는 사실을 알리는 글이라는 뜻을 지녔지만, 매번 그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는다. 기사를 읽을 때는 비판적인 사고로 사실과 거짓을 분별해야 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그 속의 내용을 의심 없이 믿는 것이 보통이다. 만약 근거라도 있으면 그것이 완벽히 객관적인 증거인 양 철석같이 믿게 된다. 이것은 흔한 일이다. 바쁜 현대인은 기사의 헤드라인만을 보거나 내용을 꼼꼼히 읽지 않고, 주장의 근거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직접 찾기보다 하단의 베스트 댓글과 여론에 편향되는 편이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어떤 것이 사실이고 거짓인지를 일일이 판단하기 힘들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유가 받아야 했던 비난의 강도였다. (이쯤에서 언급하지만, 필자는 아이유의 팬이 아니며 사적인 감정을 반영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녀가 국내에서 가장 핫한 스타이자 평소 바르고 여린 이미지의 연예인이기 때문에 그와 상반되는 의혹에 있어 더욱 논란이 일었던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단지 그 뿐이기엔 비리를 저지른 여타 경제 사범보다 더 강도 높은 비난을 받았다는 것은 매우 의아하다.

연예인의 논란이 생길 때마다 온라인에서는 사냥감을 발견한 꾼처럼 그의 과거부터 인성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려 재단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객관적인 이성을 잃은 채, 그의 행실과 논란을 나열하며 모순을 찾는 모습에서 이 사회가 기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지금 어떤 의미로든,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과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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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채용 사이트 광고


한국의 모든 대중매체는 연예인 위주로 소비된다. 그중 연예인의 사생활을 담은 이야기는 가장 잘 '팔린'다. 마침 20대 중반의 일반인인 필자는 알바를 하던 중 연예인의 자녀들이 여행 다니는 모습을 관찰하는 예능을 보게 되었다. 일반인이었다면 취업난을 겪을 시기에, 대리석 바닥 위에서 돈 걱정 없이 여행계획을 짜는 모습은 공감대를 전혀 형성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제야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연예인의 육아프로그램을 보며 어째서 일반 부모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는지 공감했다. 이밖에도 무작정 초인종을 누르며 "내가 누군지 아시나요?" "안다면 식사를 대접해달라"고 찾아가는 한 예능은 연예인의 특권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채널을 돌린다고 보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너무 많은 미디어에서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추앙하기 때문이다. 분명 알기론 광고 속 연예인이 영어를 못하는 걸로 아는데, 토익 광고에 나와 “너도 영어 잘할 수 있어!” 하고 외치거나 수억을 버는 연예인이 ‘알바XX’ 광고를 하는 등 상품과 모델이 동떨어져 있다. 집에서 TV로 그 모습을 보는 대중에겐 그 자체가 괴리이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연예 공화국이다.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연예인끼리 상 받는 모습을 TV로 시청해야 하고 새해가 되어서도 온갖 프로그램에서 당시의 모습을 방영한다. 정작 한 해를 마무리하고 수고를 위로하는, 국민 모두를 위한 축제는 어디에도 송출되지 않는다. 물론 일년동안 즐거움을 준 프로그램 및 연예인을 치하한다는 취지는 알겠다만, 스태프와 시청자가 소외된 축제의 이면은 그들끼리 자화자찬하는 뒤풀이의 연장 선상이라는 감상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 잠깐 필자의 친구 이야기를 하자면, 그녀는 5년간 여러 연예인의 스타일리스트였다. 경력으로 따지면 주요직책을 맡을 수 있었지만 5년차가 되는 해에 일을 그만두었다. 연차에 비해 도통 오르지 않는 월급 때문이었다. 믿기 어렵게도 그녀는 4년 동안 한 달에 100만원이 안되는 돈을 받아왔다. 똑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 일했지만, 연예인이냐 스태프이냐에 따라 통장에 찍힌 0의 개수가 달랐다. 이렇듯 불균등하게 돌아가는 기이한 연예계 수익구조 때문에 스타는 건물주가 되고 스태프는 100만원도 벌지 못한다. 이 구조만을 보면 한국은 현재 新계급사회이고 그 최상에는 연예인도 있는 게 분명하다. 똑똑한 대중들은 이런 수익구조에 의문을 품고 이의를 제기하지만 현실적인 방도가 없어 찝찝한 마음을 뒤로하고 계속해서 연예인을 소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앞서 말한 아이유의 46억 투기 의혹에서 대중의 분노로 작용했다. 1억을 벌기도 어려운 일반인에겐 46억이란 자극적인 헤드라인은 박탈감으로 다가와 감정의 동요를 만들기 충분했다. 이렇게 기형적인 수익 구조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져도 아직도 한 연예인에게 조공하는 선물은 몇백을 호가하고 한 연예인의 등장에 길거리가 마비되기도 한다.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될까?

혹자는 오늘날 사람들의 취미가 인터넷 서핑뿐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취미로 티비를 보거나 휴대폰 하기 말고 다른 할일이 없다. 밖에 나가서 운동하거나, 새로운 체험을 하거나, 혹은 집에서 화초를 키우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며 머리를 식히는 것이 아니라 온종일 휴대폰에 올라오는 화젯거리를 본다. 이런 사회현상때문에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사라지고, 길을 걸을 때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사람을 좀비로 빗대 '스몸비족'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또는 기본적인 인간의 욕망 때문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언제나 사랑받기 원하는 욕망의 정점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스타에게 투영된다. 그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보이고 사랑받는 것 같은 생각에 관심을 가지고 부러워하며 질투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것들이 지나치면 스타의 사생활까지 알고 싶어진다. 이런 마음이 경계 없이 퍼져 일상에 연예인이 일상을 구성하는 가벼운 소재가 된다. 연예인의 가십은 정치나 경제처럼 머리 아프고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수정됨_외모에 대한 한국과 유럽의 차이[신동엽의 고수외전 11회  - YouTube.jpg


언젠가 독일인 방송인이 한국과 유럽의 문화 차이를 설명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는 한국에서 연예인을 닮은 외모 칭찬을 받은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외모가 중시되지만, 연예인을 닮았다는 것을 칭찬으로 말하거나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말이다. 연예인이 미의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연예인이 어떻게든 일상에 빠지지 않는다. 외모 칭찬에 연예인이 꼭 언급되는 것은 물론이요, 잘 나가는 연예인이 입은 옷이 품절되거나 연예인이 했던 결혼 방식까지 전국적으로 유행한다. 그들의 영향력이 안 좋게 행사될 때는 공정한 절차 없이 대학입학이나 대학원 진학으로 논란이 일기도 한다. 단지 그들이 유명 연예인이기 때문에. 가끔은 정말 연예인이 절대적인 나라에 사는 듯하다.

적어도 자신의 삶에 열정을 쏟고 진정한 여가를 즐기는 사람은 연예인에, 온라인에 목매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살기도 바쁜데 연예인이란 접점도 없는 이들을 물고 뜯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연예인이 사회적인 물의를 저지르지 않은 이상, 행보에 대해 일일이 관심 가지며 논평할 이유는 없다. 가끔은 이런 모습을 마주하는 게 지겹다고 느낀다. 과연 우리 사회가 연예인을 적당히 소비하며 살 수는 없는 걸까? 즐겁기 위해 보고 듣는 취미인데, 나노단위로 품평하고 멋대로 인성을 재단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주객이 한참 전도된 일이지 않은가.
    
이렇게 과열된 사회를 환기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정치 문제를 연예인의 스캔들로 메꾸려 하고 실제로 그 작전이 매번 성공하는 건 대중이 우매하기 때문이 아닌 그렇게 의도한 윗계층의 문제이다. 한순간 국민의 취미생활을 다르게 만들 순 없으니 차선책으로 미디어의 콘텐츠를 좀 더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더 이상 관계없는 연예인 중심이 아니라, 교육적이고 흥미로운 전 세대를 아우르는 그런 프로그램 말이다. 지금은 사라진, 올바른 우리말을 가르쳐주던 <상상플러스>,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의 <느낌표>와 같은 예능들이 그 예시이다. 또한 정부의 차원에서 문화 복지에 힘써야 한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유에 삭막한 사회환경과 경제 탓도 있기에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복지제도가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몸으로 체험하며 넓은 견해를 바탕으로 한 신념을 가지게 앞장서야 한다.

요즘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대부분이 유투버라고 한다. 유투버는 영상을 찍고 올리는 것만 해도 너무 간단하고 쉬워서 이미 많은 아이가 너도나도 유투버가 되고 있다. 그렇다, 이번에는 1인 방송인도 주류이다. 갓난아기 빼고 다 있다는 스마트폰의 화면 속 연예인을 접하던 것이, 이제는 더 자극적인 빨간 창으로 옮겨 갔다. 그리고 그 이면에, 온라인에 한정된 놀이문화가 아이들의 관심과 미래를 획일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씁쓸하다.




[장재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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