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 2018 청음 에디터 세 명의 취향고백

이렇게나 다른 사람들이, 하나같은 열정으로 모여서 취향을 고백합니다
글 입력 2018.12.3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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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이 끝나갑니다. 올해도 저희 청음 에디터들은 참 많은 음악을 들었고, 참 많은 음악을 소개했고 리뷰했습니다. 하지만 해도 해도 부족한 것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죠. 현재 청음을 연재하고 있는 세 에디터가 모여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올해 BEST 3 노래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던 곡, 혹은 올해 가장 많이 들었던 곡 등등! 각자의 솔직한 취향고백 겸 연말결산입니다. 슬쩍 모두의 목록을 보니, 이렇게나 다른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취향을 이야기하고 있었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자각이 드네요. 각 에디터들의 말투마저 다른 음악 소개. 여러분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에디터_차소정


 

1. Surl – The Lights Behind You

 




눈을 떠도 감은 듯해

공허함만 있는 난

벽만 보고 있어


 

Surl(설)은 설호승(기타/보컬), 김도연(기타), 이한빈(베이스), 오명석(드럼)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로, 설의 음악색은 매우 다채롭습니다. 올해 9월 초에 첫 곡을 발표한 Surl은 요즘 인디 신에서 가장 주목하고있는 밴드 중 하나인데요. 민트페이퍼 bright #7의 4번 트랙 ‘여기에 있자’를 통해 처음 Surl의 곡을 접하면서, 첫 소절의 시작부터 보컬의 음색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러던 중, 기다리던 Surl의 첫 EP [Aren’t You?]가 이번 달에 발매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브리티시 록, 블루스를 기반으로 하는 Surl의 음악은 보컬 설호승의 매력적인 보이스와 곡의 분위기를 감싸는 밴드의 두텁고도 짙은 사운드가 어우러져 곡을 듣는 순간 완전히 압도되고 마는데요.


[Aren’t You?] 앨범의 5곡을 모두 좋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2번 트랙 ‘The Lights Behind You’를 가장 좋아합니다. 몽환적이면서도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5분이 조금 넘는 곡을 빈틈 없이 밴드의 다채로운 연주가 가득 채워주는 이 곡은[Aren’t You] 앨범에서 밴드로써 Surl의 매력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힘을 주지 않고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보컬 설호승의 창법과 후반부에서 터져 나오는 일렉 기타의 솔로 부분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Surl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의 밴드 명처럼 이야기가 있는 음악, 設(설) 이 있는 음악을 전하고픈 그들의 노래가 이번 [Aren’t You?] 앨범에 그대로 담겨있는 것 같아서 진정성 있는 그들의 음악 이야기에 공감하며 들을 수 있었습니다.

 

 

2. 뒤에있던 공작새들 – 동그라미

 




애매하게 커버린 우리는

정말 웃기게도 예전같진 않고

그 순간은 날 아프게 할지도 몰라

누구의 탓도 아니겠지만


 

뒤에있던 공작새들(이하 뒤공)은 이승호(보컬), 박윤식(기타), 조지미(기타)로 구성된 3인조 밴드로, ‘동그라미’ 곡은 뒤공이 올해 6월에 발매한 [장안동 317-23] EP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곡은 제가 올해 여름에 가장 많이 들었던 곡 중에 하나이기도 한데요. 같은 앨범에 수록된 ‘Be okay’라는 곡과 함께 평소에도 자주 즐겨 듣는 이 곡은 시간이 조금 지난 요즘에 다시 들으니, 곡의 또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뒤공의 음악은 곡의 잔잔한 분위기와 나지막히 흐르는 보컬 이승호의 차분한 목소리가 단순하고 솔직한 가사에 더해져 많은 위로를 건네주는 듯합니다. 특히 곡의 가사에서 애매하게 커버린 우리들의 이야기는 비단 사랑의 감정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기에 지난 시절의 우리를 떠올리며, 많은 생각들을 스치게 하는 것 같습니다.

 

 

3. 선우정아 – 남

 




사라지는 우리라는 말

사라지는 우리라는 말


 

선우정아의 ‘남’은 올해 3월에 발매되었던 EP 앨범의 수록곡입니다. 이 곡은 우리였던 서로가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이별의 아픔을 선우정아식 표현으로 풀어낸 곡인데요. 저는 이 곡을 들으면서 선우정아의 음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인 ‘구애’라는 곡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이가 가장 멀어지는 ‘남’이 되었을 때, 사라지는 우리에 대해 표현한 이 곡은 이렇게나 노골적으로 사랑을 표현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솔직했던 ‘구애’라는 곡과 비교하여 들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선우정아의 사랑과 이별의 표현은 갈수록 깊어지는 그녀의 감성과 짙어지는 감정선을 통해 스스럼없이 나타나는데요. 그녀의 노래를 듣고 나면, 곡의 여운과 감동이 꽤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서, 저는 선우정아식의 표현을 참 좋아합니다.



 

#에디터_나예진



1. 권유(gwon.u) – Home sweet home

 




차라리 다른 누군가의 것이라면 그게 낫겠어요

내 것이 아니래도 볼 수만 있다면 나는 좋겠어요

Home sweet home 이젠 돌아갈 순 없지만 눈을 감아도 선명해요

Home sweet home 다시 느낄 순 없겠지만 꿈에서라도 다시 만나요


 

내뱉지 못하는 말이 더 아프고, 이루지 못할 꿈이 더 소중해서 그런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어제를 되풀이하는 가사는 유독 마음이 쓰인다. 주고받았던 대화와 편지는 점점 색을 바라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아직도 나는 우리가 거기에 있을 것만 같거든.

 

신인 아티스트 권유(gwon.u)의 첫 번째 싱글 ‘Home Sweet Home’은 자꾸 끌어안고 확인하고 싶은, 선물같은 곡이다. 앳된 기타 소리는 청아하고, 흩날리는 목소리는 바람처럼 붙잡고 싶다. 마음과는 별개로 기억에서는 흐려지는 야속한 추억들이 하나씩 아스라이 떠오른다. 첫 걸음을 뗀 이 아티스트는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기억을 불러 일으킬까. 알 수 없는 내일이 더욱 기대된다.

 

 

2. 사뮈(samui) – 마음은 언제나 여러 개가 있지

 




나만 알고 싶어요 바보 같던 그 옛날

내가 역겨운 듯 바라보던 네 눈

정말로 그 기억만 남아버린대도

까먹은 척 너에게 상냥할 거야


 

작년 에디터의 취향 고백에서 ‘춘몽’이란 곡으로 사뮈를 소개했었다. 1년 만의 연말 결산이니 좋은 곡만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그러다 보니 역시나 사뮈의 곡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쓸쓸하고 굵직한 목소리는 개인의 취향과 완전히 부합하는 지라. 빈 공간에서 홀로 연주되듯 헛헛한 악기 사운드가 권유의 음악과 닮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 이나 마음, 이라는 단어는 한없이 간결하고 단편적이다. 우리는 그것을 깨닫고 채워가기 위해 얼마나 무수한 기억을 쌓았던가. ‘이해’라는 말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과 부딪치고, 스스로 감정을 헤아릴 수 없는 순간과 마주하면서 끝없이 작아졌던 스스로를 기억한다. 마음은 종잡을 수 없이 단순하다가도, 겉잡을 수 없이 복잡해서 정답을 알 수 없다. 그래서 뜬 눈으로 여러 밤을 보내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은 흔적조차 희미할 지라도 모든 마음이 진심이었다는 거다.

 

 

3. 칸(KHAN) – I’m your girl?

 




네 곁에 stay 이 맘이 딴 사랑 찾아갈지 몰라요

Baby 혼자인 밤 u 널baby

기다리잖아 망설이지 말아요

긴 어둠 속에서 나를 꺼내줘


 

칸(KHAN)은 ‘슈퍼스타 K’,‘언프리티 랩스타’, ‘더 유닛’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유나킴과 ‘K-POP STAR 6’에서 실력을 증명했던 전민주로 구성된 여성 듀오이다. 두 사람은 이전에 그룹 ‘디아크’와 전민주&유나킴이라는 이름으로 ‘비별’이라는 곡을 발매했지만, 재정비의 시간을 거쳐 더욱 완성된 모습으로 컴백했다. 여성 2인조 그룹이 드문 우리나라에서는 단비같은 소식이기도 하다.

 

‘I’m your girl?’은 히트곡 메이커 ‘블랙아이드필승’이 참여한 곡으로,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참 많이 남는 앨범이다. 두 사람은 비주얼은 물론 실력도 훌륭하다. 현실적인 연애를 담고 있는 가사는 귀엽고, 컨셉의 틀에 갇히지 않고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은 한결 편안하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왜 뜨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크지만,KHAN으로는 첫 앨범이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그들을 쭉 응원하기로 했다. 그룹 이름의 의미처럼, 다방면에서 뛰어난 여왕이 될 수 있도록.

 



#에디터_김나연



1. Mariya Takeyuchi – Plastic Love

 




이 곡은 마리아 타케유치라는 일본 가수가 부른 시티팝 곡으로, 1984년에 발매되었습니다. 제게 올해 여름은 시티팝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저는 유튜브에 들어가면 무조건 시티팝 믹스를 틀어놓고 모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언젠가부터 계속 추천 영상에 떠서 우스갯소리로 ‘The Youtube Girl’이라는 댓글이 달릴 만큼 이 곡은 유튜브로 접한 분들이 많을 거에요. 앨범의 커버이자 영상의 썸네일은 무척 예쁜 미소의 소녀가 뒤돌아보듯 웃고 있는 사진입니다. 조회수가 몇 백만에 육박하던 영상은 삭제되었지만 지금은 다른 영상이 다행히도 빈 자리를 채워주고 있네요. (저작권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도 몰랐습니다. 알아들을 수 있는 가사라고는 ‘Don’t hurry’, ‘I’m sorry’ 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6개월동안 단 한 번도 이 가사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전혀 모르는 외국어의 가사가 주는 분위기, 오래된 녹음이 주는 나쁜 음질, 브라스의 울림, 시티팝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면 충분했거든요. 지금 찾아보니, 시티 우먼이 나쁜 남자를 만나 차가운 사랑으로 변해가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으음 다소 인터넷소설스러운 내용... 찾아보지 말 걸 그랬나요… 그래도 올해 제 여름은 이 곡일 겁니다. I know that’s plastic love~



2. 米津玄師 (요네즈 켄시) - Lemon – 김달림과 하마발 cover ver.





그 날의 슬픔마저 그 날의 괴로움마저

그 모든 것을 사랑했던 당신과 함께

가슴에 남아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씁쓸한 레몬의 향기

비가 그칠 때까진 돌아갈 수 없어

지금도 당신은 나의 빛이야



요네즈 켄시의 Lemon은 TBS 금요드라마의 수록곡으로 쓰인 노래로, 요네즈 켄시의 최고 히트곡이자 2018년 일본 최고 히트곡입니다. 일본 내에서 사상 가장 빠른 100만 다운로드 기록 음원이며, 11월 4일에는 유튜브 MV 조회수 2억뷰를 돌파했습니다. 사실 이 많은 수치들은 이 곡에 대한 명시적 증명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곡을 우리나라 뮤직 크리에이터(유튜버) 달마발이 리메이크한 영상이 있습니다. 올 해 제가 가장 사랑했던 영상은 이 영상일 거에요.


달마발은 김달림과 하마발로 이루어진 뮤직 크리에이터 그룹으로 보컬 김달림, 뮤직 프로듀서 하마발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하마발은 가면을 쓰고 뒤에 앉아있고, 김달림이 앞에서 라이브를 들려줍니다. 청아해서 더욱 J-POP과 잘 어울리는 김달림의 보컬이 포인트에요. 죽은, 사라진 사람을 그리워하며 ‘너는 아직도 나의 빛이야’라고 슬프게 고백하는 곡입니다. 커버 영상도 조회수가 3백만. 요네즈 켄시의 짙은 목소리도 좋지만 김달림의 청아한 보컬이 제겐 더 매력적이라서 이 커버 영상을 골라봅니다.



3. Steve Aoki – Waste It on Me (feat. BTS)





So if love is nothing more

Than just a waste of your time

Waste it on me


사랑이 그저

네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면

내게 낭비해 줘



방탄소년단과 스티브 아오키의 만남은 언제나 옳습니다. 스티브 아오키는 미국 DJ/프로듀서로 국내에는 방탄소년단의 Mic Drop 리믹스를 발표하면서 많이 알려졌습니다. 저 또한 그 때 스티브 아오키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고요. ‘MicDrop’ 원곡도 좋아했지만 리믹스 버전 무대 영상을 보고 그의 이름을 처음으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과 진행한 두 번째 협업이 바로 스티브 아오키의 곡에 방탄소년단이 피쳐링한, 'Waste it on Me'입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중 전체 가사가 영어로만 이루어진 곡은 'Waste it on Me'가 유일합니다. 처음에는 방탄소년단의 영어 노래가 잘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결과물을 들어보니 무척 세련되고 매끈하게 잘 어울립니다. 가사도 가슴 절절합니다. 네가 사랑을 믿지 않고, 사랑은 낭비라고 생각하는 걸 알고 있다 – 그렇다면 나에게 낭비해달라는 이야기에요. 너의 사랑을 내게 낭비해줘, 라는 한 편의 소설 같은 가사에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랩, 보컬이 매력적으로 어우러집니다. Wasteit on me, 내게 낭비해줘. 이 제목은 몇 번을 곱씹어도 낭만적이고 슬픕니다.







여러분의 연말은 어떤가요?
여러분도 Top 3 곡 리스트가 있으신가요?
저희의 취향이 여러분과도 조금 겹쳤기를 바라보면서
2018년 마지막 청음을 마무리해봅니다.
새해에는 좀 더 새로워진 2018년 연말 결산 시상식과
 더욱 다양한 콘텐츠, 음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음] 에디터
김나연, 나예진, 차소정 드림


글 차소정, 나예진, 김나연
편집 김나연


[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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