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한 사람의 감정을 뒤쫓아 '영혼의 정원'으로

글 입력 2018.05.2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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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배워버린 우리는 한 사람의 출생년도와 사망년도만 봐도 대충 그 사람의 삶을 그려볼 수 있다. 좋든 싫든 역사를 알고 있다면 자연히 그렇게 된다. 물론 그 흐름을 되짚어 본다고 해서 모든 개별적인 삶을 파악할 순 없겠지만, 모든 개인이 큼직한 역사적 사건들에 아주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았음은 분명하기에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역사는 꽤나 유용한 도구가 된다.


1887년 7월 7일~1985년 3월 28일


 전자는 누군가의 생일, 후자는 그 사람의 사망일이다. 태평성대에 1세기를 살았다고 해도 정말 수고 많으셨다고 절로 고개가 수그려질 판에 심지어 20세기다. 역사에 해박하지 않은 나도 20세기가 복잡하고 골치 아픈 시대였다는 것만큼은 안다. 두 번의 세계대전,  그것도 모자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러시아 혁명, 냉전...끝도 없는 혼란과 붉은 피로 점철된 시기를 그 핏기가 다할 때까지 끈질기게 살아야 했던 사람이라니. 여러 모로 쉽지 않았을 시간들을 정면으로 거쳐야 했던 이 사람은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불렸던 마르크 샤갈이다.

 
샤갈_2.jpg
 
 
 어렵고 고달픈 시기에도 배부르고 등 따듯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마르크 샤갈은 어려운 시기를 정말 어렵게 살아냈던 사람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평생을 사랑했던 약혼자 벨라를 일찍 잃었다. 의아했다. 나처럼 샤갈을 잘 몰랐던 모두가 의아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게 샤갈은 아주아주 작은 부분만을 차지한 사람이었으나, 그마저도 모두 '美'와 관계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기억 속에 그는 언제나 아름다운 그림을, 환상적인 작품을 남긴 화가였고 '그의 삶이 어떠했는가'보다 '결국엔 명성과 명예를 얻었다'는 해피엔딩만이 남아 있었다.

 마르크 샤갈이 지금은 사라진 러시아제국에 속했던 벨라루스 태생의 사람이라는 것을, 20세기를 지나왔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의 그림들이 단순히 유명한 화가의 유명한 작품으로만 다가오지는 않았을 터였다. 책을 집필한 저자의 생애를, 그림을 남긴 작가의 일생을 훑어보는 게 의미를 갖는 이유다.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정원(0818 최종).jpg
 

 크게 네 가지 섹션으로 이루어진 <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展 > 은 마르크 샤갈의 생애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시간적 흐름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샤갈의 삶 곳곳에 남아 있는 감정을 뒤쫓는 일이 된다.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이어왔음에도 특정 예술사조에 얽매이기 보다는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온 그를 따라가는 것은 물론 역사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전시는 마르크 샤갈의 내면으로 통하는 길을 표방하며 스스로를 '영혼의 정원'이라 칭한다.




 제1부 꿈, 우화, 종교 
러시아 혁명 이후 파리로 돌아온 20대부터
미국을 거쳐 프랑스로 돌아간 50대까지

'색色으로 이야기를 전하다'


 제2부 전쟁과 피난 
두 번의 전쟁과 러시아 10월 혁명

'전쟁, 공포, 그리고 희망'


 제3부 시의 여정 
1950년대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에서의 이야기

'문학을 사랑했던 화가이자 시인, 샤갈에 대하여'


 제4부 사랑 
사랑

'벨라, 바바와의 사랑'


1] 러시아 마을 Russian Village.jpg
Marc Chagall, Russian village (1929)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


 이번 전시에서는 총 260여 점에 이르는 샤갈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 그 중 한국에 최초로 소개되는 샤갈의 작품이 25점 정도라고 한다. 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중, 바스라질 듯이 하얀 눈으로 덮인 비뚤어진 마을에 시선이 가 닿았다. < 러시아 마을 > 정확히는 러시아 서부의 작은 도시 비텝스크의 모습으로 샤갈이 태어나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곳이다. 게다가 그의 영혼의 동반자 벨라 로젠펠트를 만난 곳이니, 샤갈에게는 삶에서 가장 특별한 곳 중 하나였을 것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듯이 샤갈은 유년기를 주로 마을 광장에 있는 새하얀 교회와 유대교 회당에서, 노래를 부르고 바이올리스트르를 꿈꾸며 보냈다고 한다.

 1929년이면 샤갈의 나이는 벌써 40이 넘어간다. 비텝스크가 그림에서처럼 본래 조금은 우중충하고 무거운 회색빛의 마을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유년기 시절 비텝스크에 그가 살아온 지난 40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여, 먼지가 소복히 쌓인 액자처럼 빛이 바래 버린 것일까. 작품마다 화가의 영혼이 조금씩 깃들어 있는 거라면, 내게 이 그림은 샤갈의 영혼, 그 중 커다란 파편 한 조각으로 비쳤다. 한 사람의 영혼의 정원을 거니는 일이 어떤 기분일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2]와인잔을 든 이중 초상화 Double Portrait with a Glass of Wine.jpg
Marc Chagall, Étude pour le double portrait auverre de vin (1976)
colored lithography, Private Collection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

 
전시기간 및 장소
2018. 04. 28 – 2018. 08. 18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관람시간 
11:00am-8:00pm(입장마감 7:00pm)
휴관일 _ 매월 넷째주 월요일
05.28(월요일) / 06.25(월요일) /07.23(월요일)

도슨트 
2:00pm, 5:00pm(평일운영)
주말(공휴일 포함) 없음

입장요금 
성인(만 19세 이상) 13,000원 
학생(중/고/대학생) 10,000원 
어린이(만 3세-12세) 8,000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120
르 메르디앙 서울 1층
 
문의
02.3451.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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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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