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우리가 아픔을 마주하는 방법, '손 없는 색시' [공연]

글 입력 2018.04.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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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부터 5월 7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주목할 만한 연극이 막을 연다. '손 없는 색시' 설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인형극 <손 없는 색시>다.

모티프가 된 설화는 계모의 모함으로 양손이 잘려 쫓겨난 색시에 관한 이야기다. 세계 전역에 퍼져 있는 설화임에도, '손이 잘린다'는 설정이 섬짓해서인지 많이 들어보지 못한 낯선 이야기다. 인형극 <손 없는 색시>는 이 이야기를 차용하여, 손이 잘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떨어져 나간다는 설정으로 각색하였다.


<시놉시스>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슬픔 때문에 손으로 항상 자신의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는 색시.

어느 날 색시의 손은 더 이상 색시의 아픈 가슴을 만지기 싫다며 스스로 떨어져 나와 떠나 버린다.

역시 색시의 슬픔 때문에 늙은 채로 태어난 아들, 붉은점. 색시는 노인네 아들 붉은점의 수의를 직접 만들어주기 위해 손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데...


본래 설화만큼이나 독특한 설정이다. 처음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무슨 이야기지?' 싶었을 정도였다. 설화를 토대로 한 은유적인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야 작품의 내용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극히 '신화'같은 이 이야기가 사실 현대 사회를 바탕으로 다시 쓰여진 것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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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색시의 손이 누군가에게 잘려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색시로부터 떨어져 나왔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색시의 아픈 가슴을 달래주던 유일한 존재인 손까지 그 아픔을 외면한 것은, 색시가 스스로를 위안할 수조차 없는 절망적인 상태에 놓였다는 뜻일 것이다. 슬픔과 고통으로 인해 자신조차 돌볼 수 없게 된 색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극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상처와 불행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어느 시대에서나 유의미한 것일테지만, 특히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더욱 주목할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아픔을 넘어서 사회적인 아픔이 된 여러 사건들을 마주할 때마다, 너무도 큰 불행을 겪은 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큰 슬픔 앞에서 자주 무력해진다. 그 슬픔을 어떻게 다루어야할 지 몰라 덮어두거나, '치유'라는 이름으로 그 상처를 덧나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태도는 슬픔이 완전히 치유되어야 한다는, 혹은 그럴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 '괜찮아졌다'고 여기는 순간 문득 다시 떠올라 자신을 계속해서 괴롭히는 상처가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상처를 완전히 회복하려는 집착 대신,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상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살아가려는 의지를 되새길 때 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인 경험을 대입해서도, 우리 사회의 경험을 대입해서도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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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공연이 '인형극'이라는 점이다. (성인용) 인형극이라는 공연 자체가 흔치 않아 무대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신선하고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배우가 인물에 이입하여 그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일반 연극과 달리, 인형극은 관객이 직접 인형의 감정을 상상해야 한다. 제대로 된 인형극을 관람해본 적이 없어 상상이 잘 되지 않지만, 탈춤 공연과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나의 표정을 가진 탈이 역설적이게도 얼마나 풍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지 느끼고 깊은 인상을 받았었는데, 이번 인형극에서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도, 형식도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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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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