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고등래퍼2 > 김하온, 하늘빛을 온누리에 펼치는 여행가 [음악]

글 입력 2018.04.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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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같은 옷. 뻐꾸기 둥지같이 부시시한 머리. '진리를 찾아 얻은 것을 바탕으로 저만의 예술을 하고 싶은 만18세' 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하며  명상나라 사절단처럼 등장한 김하온. 흑마법 아우라를 풍기며 심드렁하게 앉아있는 병재의 옆자리에 앉아 헤실대던 그는 병재에게 시덥잖은 질문을 하는 사람에 불과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가면 갈수록 하온바라기 병재의 모습을 볼 수있었다. 아픔이 가득한 병재가 의지하고 믿고 웃을 수 있게 해준 만큼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도 웃을 수 밖에 없는 좋은 기운을 주지 않았을까. 나에겐 특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김하온.jpg
 

안녕 날 소개하지
이름 김하온 traveler

랩 해 털어
너 그리고 날 위해
증오는 빼는 편이야
가사에서 질리는 맛이기에

진리를 묻는다면 시간이 필요해
let me guess
아니면 너의 것을 말해줘 내가 배울 수 있게
난 추악함에서 오히려 더 배우는 편이야 man

뻔한 걸 뻔하지 않게 switch up
뻔하지 않은게 뻔한게 되고 있으니까 ya know

I ain't try to be something
I just trynna be me
그대들은 verse 채우기 위해서 화나있지

물결 거스르지 않고
즐겨 transurfing
원한다면
내 손으로 들어 올테니 um

생이란 이 얼마나 허무하고 아름다운가
왜 우린 우리 자체로 행복할 수 없는가
우린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 중인가
원해 이 모든 걸 하나로 아울러 주는 답

난 커다란 여정의 시작 앞에 서 있어
따라와줘 원한다면
나 외로운 건 싫어서 ya


 사람이 반하는 순간이 3초에 불과하다는 말을 믿지 않지만 3분 안에 반한 건 확실하다. 처음 싸이퍼에서 '증오는 빼는 편이야 가사에서 질리는 맛이기에' 라는 가사를 듣고 이거다 싶었다. 게다가 '그대들은 verse 채우기 위해서 화나있지'라고 하지 않는가. 갑자기 그 가사를 듣고 한국힙합은 이유없이 화나있다던 짤이 떠올라 빵터졌었다. 단골소재라는 돈과 성공, 자신감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비웃고 욕하고 못나다 칭하는 건 불편하다. 돈다발 위에서 뒹굴고 싶지도 않고 뒹굴 일도 특별히 없다. 성공이란 건 신기루 같고, 잠깐 허세로운 듯 기분이 좋긴 한데 오히려 현타가 온다.(우울할 때 들으면 반짝하긴 한다) 공허하다. 음악이 끝나면 난 사실 그리 잘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마구 드니까.

  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외로운 건 싫다며 따라와달라는 가사는 산뜻했다. 여태까지 모든 래퍼가 하지 못했던 생각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가 고등래퍼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쇼미더머니에서도 기대하지 못했으니까. 뭐 알겠지만 그 뒤는 뻔하다. 열심히 아침저녁으로 돌려봐서 가사를 다 외울 지경. 인간으로 나고 자랐다면 벗어날 수 없는, 존재론적인 고민을 함께 하자는 이 친구 앞에서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덕분에 잊고 있던 명상과 자아성찰에 대한 호기심마저 불타올랐다. 명상을 해보게 되었으니 하온이는 자기도 모르는 새 명상 영업까지 성공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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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은 유리벽 너머로 pass하고
영혼은 산으로 향하는 뱃사공
머리 감싸고 쥐어짜도
꼬리를 따라서 다시금 왔던 곳으로
빙 돌아 튕겨서 제자리 반복
소모품이 되어버린 또 하나의 밤도
I don't know  틀렸단 걸 알지만
그의 눈엔 무의미해 보여

구르는 주사위 숫자는 무의미
미니마니모 가위바위보 따위로
정해두지 않아 얻는 건 딱

what I wanted? ya ooh ooh
I ain't trynna prove my groove
붕 떠 구름 rarris goes vroom, vroom vroom


 딴 건 다 몰라도 모두의 기억에 남을 'vroom vroom vroom' 둥글게 둥글게 그리며 신난 배연서, 흥에 빠진 치타와 산이의 격한 춤사위짤을 만들어낸 무대였다. 그냥 부릉부릉부릉이 아니고 힘들어간 발음이라 더 멋있었던 것 같다. 싸이퍼때, 그리고 이번에 랩으로 처음 제대로 칭찬받고 작은 거인이란 칭호를 들어서 울먹울먹하던 모습이 기억이 남는다. 하온은 병재와의 대화에서 해 뜨기 전이 제일 어둡다는 말을 했었는데 밝아보이는 사람이야 말로 어두운 기억까지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가사. 가사를 저네 마네 하는 염려가 많았는데 하온이를 포함해서 이번 시즌 참가자들은 생각보다 가사를 전 경우가 많지 않아서 더 대단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빙 돌아 튕겨서 제자리 반복, 소모품이 되어버린 또하나의 밤' 이라는 가사가 무척 와닿았다. 만약 저게 과거의 하온의 모습이라거나, 혹은 지금 나의 모습이라면 이해가 간다. 수많은 생각이 사공처럼 배를 산으로 보내버리고 해결하지 못하고 벗어나지 못하는 고민이 엉킨 실타래, 어려운 미로처럼 늘 결국 발목을 잡아 제자리 구렁텅이로 돌아오게 한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어려운 결정을 할 때면 뽑기를 하고 확률에 걸 때가 있다. 다크나이트에 나온 하비 스펙터처럼. 확률은 공정하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으니까. 그러나 우리의 인생을 그런 확률에 걸 수는 없는 일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그렇게 휘몰아치는 내 마음을 잠재우고 자신감있게 멋있게 자신을 펼칠 거라는 포부가 드러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게 하온이 말한 내면의 평화가 이끄는 물결일지도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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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이 되어버린 너와 나의 삶
기다림이 설레임으로 바뀌어버린 time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것을 줄 수 있을까
뿌린 대로 거둔다면 여기 둘 테니까
아무 때나 좋으니까 네 맘이랑 바꿔가

눈꺼풀에게 한 수를 져주었을 때에
비로소 흔들거리는 눈부신 어둠에 취해
말해보자
마음으로 보아야만 보이는 것들에 대해

따라와줘 나의 째깐한 별에 어른들은
나의 모든 것에 대한 주석이 필요해
Now let me hit quan 직관으로 봐
암 것도 몰랐지만 깨어있던 그때로 날 Rewind

-<어린왕자> 중


 <어린왕자>는 어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너와 만난다는 이유만으로도 한참 전부터 너를 기다릴 거라는 여우. 강하지도 않으면서 자존심을 내세우며 소중한 어린왕자를 그리워하던 장미. 여러 행성을 떠돌며 이상한 어른들을 경험한 어린왕자.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 상자 안에 숨겨진 보이지 않은 양을 그린 과거의 화가 지망생, 현재는 사막에 떨어진 비행조종사 나.

 어른이 된 게 어떤 면으론 나아졌다기보단 퇴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초중고등학교 때의 나보다 나는 더 불안하며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있으니까. 어린왕자에서 말한 '중요한 건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메세지를 잘 풀어낸 느낌. 어른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한 때는 어린이였던 어른들은 이제 진심으로, 직관으로 보는 게 너무나 어색하고 불안하다. 어른에겐 눈으로 보이는 것들이 익숙하다. 숫자가, 빛나는 무언가가, 수많은 배경과 설명이. 마음만으로는 안된다고 하니까.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닌데 세상이 자꾸 보는 것만 중시하다보니 물들게 되었을 것이다. 준호가 무척 빛나기도 한 무대였지만 비교는 무슨 의미인가. 파란 옷을 입은 멋진 어린 왕자들이었다. 비교란, 이 또한 어른의 습관일 뿐이다. 어린왕자는 so what 안무가 세상 귀여웠던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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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어디에도 없으며
동시에 어디에나 있구나
우린 앞만 보고 살도록 배웠으니까
주위에 남아있던 행복을 놓쳐 빛나지 못하는 거야

비틀비틀 거리다가 떠난 이들의 뒤를 따를 수도
굳이 피를 안 봐도 되는 현실에 감사를
뒤를 잇는 것이 아닌 그저 잊는 힘을 기른
나는 기를 쓰지 않고 만들어 믿음뿐인 길을

그리고 지금 나의 비밀을 아는 너는
웃지도 울지도 아리송한 표정을 하고 있군
검은 줄들의 모양은 다 다르긴 해도
삑소리 나면 우리 모두를 빛으로 비추겠지

난 늪에 빠진 기분이 어떤진 모르겠으나
넌 갈 수 있어 지평선 너머의 미지의 곳으로
삶이란 흐르는 오케스트라 우리는 마에스트로

남겨줘 난 내게 사랑만 남겨둬
우리 사일 선으로 그으면 모양은 마름모
하나도 놔두지 않아 나쁜 건
영감이 될 수 있건 인정해 야 나도 but
Boy you need meditation
흐르는 건 피 아닌 perspiration
We gotta be new generation
Now be patient
우린 새로운 변화의 때에 있어
방향을 모르겠다면 믿고 나를 따라와줘

Depression은 내 tension에 도움 안돼
우울에 빠져 자빠져 난 시간이 아까워
바코드가 붙었다면 I’m on a conveyor
외부와 내부의 의도를 동시에 쥐고 달려

-<바코드> 중


 <바코드>. 바코드란 내게 기계의 언어에 불과했다. 빛을 비추면 나에 대한 모든게 나온다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게다가 상품처럼 팔린다면 더더욱. 그러나 병재와 하온이 만든 바코드 안에는 사람이 들어 있어 색다른 느낌이었다. 행복이란게 사람들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된 게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중요는 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부와 명예를 얻으면 행복하다는게 지난 몇 십년 간의 생각이었다면 요즘은 '소확행'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돈이 많지 않더라도, 명예롭지 않더라도 가족들과, 나 자신을 돌아보며 사는 삶이 각광받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소소한 행복이란 것조차 쉽지는 않다. 어느 순간이 가장 행복했냐고 하면 아주 많지는 않다.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확실히 믿을 수 있을 때, 강아지, 소중한 사람들과 눈을 마주하며 함께 했을 때. 원하던 것을 아쉽지 않을 만큼 전념하고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글로, 말로, 다양하게 표현했을 때. 조명이 날 비추지 않더라도 조명 없이도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하온은 과하게 애를 쓰며 자신을 기름처럼 소모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실제로 no pain, no gain이란 말이 상당히 잔인하다고 말한바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는 에너지가 넘치고 늘 밝아보인다고 하지만 겉과 속이 늘 비례한 건 아니니까. 병재와의 대화에서 하온의 옛 고민들이 어렴풋이 나타났다. 얼굴도, 키도, 자신감도, 랩에 대한 확신 역시 없었던 날들. 아마 그는 병재처럼 늪에 빠져보진 않았더라도 아픔과 고통에 빠진 병재가 남처럼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둘의 음악적인 방향성도, 삶을 바라보는 자세도 무척 다르지만 강요는 할 수 없는 일. 병재에게 너는 이미 훌륭한 마에스트로라고 말한다. 스스로 상처를 내 피 흘리며 우울에 빠져 있기보다, 자존심 때문에 삶의 수많은 기억이 남긴 영수증을 버리기 보다, 마음을 들여다 보고 땀을 흘리며 앞으로 나아가서, 그 소중한 기억 모두를 잊지 말고 품어달라고도. 훈훈하게도 하온과 병재, 둘 사이의 영수증을 병재는 차곡차곡 챙겨둔 것 같다.

 '외부와 내부의 의도를 동시에 쥐고 달려' 라는 가사가 무척 좋았다. 컨베이어에 바코드가 찍혀 다니는 건 처음엔 분명 나의 의도가 아닌 외부의 의도였을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나의 조건들이 쓰여진 바코드가 찍힌 채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것도. 그러나 그렇게 모든 게 정해진 듯하더라도 내가 하고자 하는 것, 가고자 하는 곳의 의도를 안고 움직일 수 있을 거라는 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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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운명이 운명은 욕망이
아님 욕망이 만들어낸 운명 위에 Swerving
삶이란 영화의 감독이 되어버린
오래된 어린 녀석의 큐, 큐사인 마치 Kubrick
키워버린 것도 나니 치워버릴 것도 나인 것이
맞는 거야 애초에 애증의 관계였던 거지
영감을 주는 동시에 대부분을 가져갔으니
등가교환이라 칭하기엔 저울은 많이 기울었지

Ti tiki ta 와리가리 tik tok
시간 금이니까 Shawty respect my time
참으로 흐릿한 그림만 봐온 게 네 덕이었으니
뿌린 대로 거둬야지 alright?
나는 아이 같지만 한심하게 만든 건
하늘과 빛 대신 그림자를 보게 만든 건
Shawty ( whoo ) 넌 최고의 피난처였어
Now young boy gotta go 이젠 놔줄 때 됐어

내 가시는 널 찌르고 흐른 피는 머릴 적셔
난 장미가 되었고 넌 여전히 원하지 이걸
그저 비슷해지길 바랬던 어린이에게 넌
키를 넘을 정도의 짐을 주었고
But look 해냈어 깨어났네 without you

열 받네 원동력으로 엔진 Be like vrooom
난 꿈에서 깨어난 dreamer 나는 중
지나쳐 이번 역 pass하는 train처럼 슝
한편으론 감사해 덕분에
어떻게 덤덤해 지는 법을 알았기에
앞으로의 행들은 농담에 불과해
웃고 있잖아 지금 완전 멍청하게

물 흐르듯 살아왔고 답하지 못한 물음엔
또 다른 물음이 꼬리를 물며
질문들은 맞물려 허물이 되었고
철들고 물불 안 가리고 살아왔다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되어버린 걸지도

Twilght, 조화로울 수 없는 걸까 우린
Late night meditation I call it, 기분 좋은 depression
연극 신물 나도 역할은 다해야지
Now who’s the man on the mission?

언제 즈음이야 HAON의 Promotion
배우기보단 감독이 되고파
그러나 너의 추악함에서 날 발견하고 배우지 또한
거울 보듯 한 삶이 텅 빈 나를 풍요롭게 하니
오 난 처음 질문에 대한 답을 깨우친 것 같아

- < Adios >중


 무슨 곡이 제일 좋았냐고 하면 < Adios >를 꼽을 것 같다. 살짝 뒤로 밀린 듯한 박자감도 좋았고, 증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과 안녕하겠다는 메세지가 좋았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여서 그랬던 듯 싶다. 확실히 부정적인 감정들은 보통은 낼 수 없는 힘을 주곤 한다. 그러나 사시사철 벼랑끝에 서있는 기분이란 힘겹다.

 흐릿한 그림만 보여주며 눈과 귀를 가리게 만든 건 역설적이게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그 감정들에 몸을 맡겨 영감을 얻긴 했지만 대신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했다. 상처받고 지치고 끊임없이 고통받아야 했고 행복과 사랑 같은 소중한 감정은 마음에 담아둘 여유조차 없었다. 여러모로 좋은 거래는 아니었던 셈. 누굴 탓할 것 없이 결국 내가 스스로를 묶어두었으니 그만 이별하겠다는 담담한 어조가 좋다. 나를 채우기 위해 비워야 한다는 것, 나를 위해 거울보듯 날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 나를 제3자처럼 지켜본다는 건 정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는 나에게 연민에 빠지거나 혹은 가학적이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에겐 정답을 툭툭 쏟아놓으면서도 나에게는 수많은 변명과 이유를 대며 피해다니게 되니까.

 '배우'를 이용한 이중적 의미의 랩은 이미 다른 래퍼에게서도 본 적 있었지만 의미는 다르긴 했다. 그는 주어진 환경에서 연기를 펼치기보다는 그걸 관찰하고 담아내는 거울이나 렌즈같은 역할을 자처하곤 한다. 바닥에 글씨를 끄적이며 답을 깨우친 것 같다며 목소리 톤을 바꾼 하온이 무척 멋졌다. Adios는 '물 라임'이 돋보이는 곡 중 하나다. 흐르는 물, 물음, 허물, 물불 같은 단어들이 빠르게 휘몰아치는 것도 좋은 포인트. 물 라임이 끝나고 하늘을 보는 표정도, Shawty whoo하며 머리를 쓸어올리는 것까지. 멋이란 게 폭발한다.


붕붕.jpg
 

Shawty I’m flying 마음이 붕 떠
여긴 밑도 위도 윈도우도 없어
하늘이 파래서 다행이야
너의 눈엔 내가 돌고래처럼 보일 테니까

난 붕 떠 like 풍선 툭 뚝 떨어져도 밑에는 쿠션
아님 Ocean 바람이 날 모셔 상품이 되어버린 나의 emotion ya
속 시원 하게 뱉어버린 한숨들은 추진력이 되었고
슝 하고 뛰쳐나간 날 너는 어떻게 보고 있어?

Finally famous 근데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말이 다시 귀로 돌아와서 입안에 씹혀
만물에 대한 감사 현재 내게 삶이란 건 이런 거지
Shawty I don’t get it 그게 뭐가 됐든지
부모님이 주신 이름처럼 나는 그저 온 김에 하지

어디로 가는 거지 모르지만 just swervin’
가능태를 따라 흐르듯이
let me call it
걸음걸이 팔자고 무한대를 그려 그건 닮아있네
질리게 따른 영혼의 동선
Impossible 사이에 space를 봐 I'm possible
party는 계속돼야지 누가 빠지든

이글이글 기름 부어 피 흘리는 지금
리듬 빙글빙글 하루 이틀 믿은
칠흑 속의 믿음 ya!

-< 붕붕 > 중


 마지막 곡은 < 붕붕 >. 여행가라는 소개 답게 랩에도 일관되게 여행의 테마가 빠지지 않는다. '붕붕 vroom vroom' 이런 표현을 좋아하는 것 같긴 했지만 하온이 말하는 여행은 땅을 벗어나 바다처럼 푸른 하늘로 향하는 여행인 듯. 병재가 유명해졌다고 달라진게 전혀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게 하온도 유명해졌으나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한다. 유명해질수록 사소한 말조차 구설수에 올라 돌아다니고 다른 말로 돌아오기도 하니까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Impossible 사이에 space를 봐 I'm possible'이란 오랜만에 만난 긍정적인 가사를 보면서 말이 재밌단 생각을 했다. 점 하나 찍고 스페이스 바 하나 누르면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 뫼비우스 띠처럼 걸음걸이도, 영혼도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넘은 무한으로 간다니.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자유로운 붕붕보다 이 쪽은 훨씬 스케일이 큰 듯 하다. 플룻 소리인 듯 상쾌하게 울려퍼지는 후렴구가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한다. 흔히 말하는 여행 말고 나를 감싸고 있던 족쇄를 벗어나, 내가 모든 것으로 부터 자유로워지는 그런 여행.


병재하온.jpg
 

 병재의 랩이 우리 안에 도사린 숨기고픈 감정들로 심장을 깊숙하게 건드린다면, 하온의 랩은 잘 쌓인 젠가나 테트리스처럼 짜여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평상시의 대답처럼 화두같이 스리슬쩍 던진 랩을 한 번 들으면 아리송하고, 여러 번 듣다보면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나 하면서 곱씹는맛이 있다. 둘다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는 참 좋은 능력을 가진 친구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이 하온에게 더 많이 관심을 가진 건 그가 1년만에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쇼미더머니 지원 영상에서는 verse를 채우기 위해 화나있던 그가 1년 후에는 욕과 증오를 가사에서 빼고, 긴장에 사로잡혀 가사를 절며 떨어진 <고등래퍼1>에 비해 <고등래퍼2>에서는 청심환과 능력치 부스터를 함께 쏟아부은 것처럼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계속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부정적인 감정들로 나를 채찍질하던 지난 날을 버리고, 나를 믿고, 나의 힘을 기른다면 이 모든 놀라운 모습은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 것들을 부족하지만 자신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가 작은 거인으로 보이고 경외롭다는 이야기도 자주 볼 수 있다. 그건 스스로 자신을 넘어서 성장하는 게 쉽지 않은 걸 알기에, 우리가 피하려고 했던, 그러나 인생에 한번쯤은 피할 수 없게 놓여진 질문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답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날고, 물결에 몸을 맡긴 여행가답게 말이다. 이름처럼 하늘빛을 온누리에 펼친 <고등래퍼2>의 김하온, 욕심 없이, 고통 없이, 붕붕 날아다니는 그와 함께 따라가다보면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말이다.


[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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