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성을 가두는 코르셋, 그에 대한 생각 [문화 전반]

평가의 대상이 되는 여성의 몸
글 입력 2018.03.1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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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 입학하고 1학기를 마쳤을 때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너는 왜 화장을 안 하고 다녀?’ ‘ 좀 꾸미면 좋을 텐데’ ‘화장 좀 하고 다녀’이다. 나는 화장이 귀찮았고 반지와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들이 걸리적거려 싫었고 치마는 불편했다. 내가 하고 싶을 때 가끔 하는 편이었다. 그뿐인데 어느 날 친구한테는 게으르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것들을 안 하고 다니면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여성스럽다’라는 언어에 많은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여성스럽다’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들, 긴 머리, 청순한 화장, 날씬한 몸매 등이 여성의 이미지를 가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들을 안 하면 꼭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말이다. 사회의 시선에 맞춰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하고,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속옷을 착용하고, 매일 아침 거울에서 수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사회로부터 받는 시선과 맞서 자기 자신을 검열하는 일종의 ‘현대판 코르셋’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많은 문제 제기가 이루어져 왔다. 코르셋이란 본래 여성의 체형을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철사를 넣어 만든 보정 속옷이라고 한다. 개미허리가 유행일 당시 허리를 가늘게 하려고 코르셋을 착용했다. 이로 인해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렸고 장기가 이탈하는 기형적인 신체로 변형한 사례까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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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웅진 북적북적)


 코르셋에 관심이 생기면서 지금까지 당연히 여성은 브라를 입어야 한다는 인식에 의문이 들었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여자라면 당연히’라는 인식이 강했고 불편했음에도 그냥 참고 살았던 것 같다. 한 뉴스 기사에 따르면 실제 속옷은 모양이나 처짐에 대해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였고 노브라는 건강에 무척이나 좋다고 한다. 그런데도 여성들은 브라를 쉽게 벗기 꺼려 한다. 여성의 가슴을 신체의 일부가 아닌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사회적인 시선 때문이다.

 나는 집에 오자마자 속옷을 탈의한다. 답답하기도 하고 무언가 몸을 옥죄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에겐 그저 편안하고 익숙한 것뿐인데 집 밖에 나가게 되면 민망한 것이 되어버린다. 여성들이 코르셋을 벗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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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한 드라마를 봤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라는 드라마였다. 수지역의 이솜은 한 대기업의 대리이다. 그녀는 평소 속옷이 답답해 자주 벗어두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회사 내에 소문이 돌고 남자 직원들의 시선이 수지의 몸에 꽂힌다. 그들은 브라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두고 내기를 하고 뒤에서 성희롱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한다. 상사들의 눈에는 브라를 안 한 가슴을 성적인 것으로 밖에 안 보는 것이다. 그것이 그렇게 큰 죄인가.

 또 설리의 노브라 사진이 그렇게 큰 논란거리가 된 것도 기이했다. 그 당시 왜 그렇게 논란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냥 개인 자유의 영역일 뿐인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게 이상했다. 유독 여성에게 대는 잣대가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설리 노브라 논란’을 제목으로 한 기사가 수도 없이 쏟아졌다. 한 작가는 설리의 노브라가 판타지를 깬다고 말했다. 브라와 남성이 가진 판타지가 무슨 연관이란 말인가. 난 그 작가의 말이 그들의 판타지를 위한 여성의 브라 착용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한 기사에서는 남성에게 '노브라'라는 단어에 연상되는 키워드를 묻자 성관계라는 연관어가 나왔다고 했고 아직도 검색창에 관련 검색어를 치면 선정적이다는 이유로 규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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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메디파나 뉴스)


 여성이 속옷을 하든 말든, 화장을 하든 말든 그 자유는 모두 개인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비난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러운 신체의 일부일 뿐이니 말이다. 무조건 성적인 것으로 규제하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젠 지양될 때라고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행해오던 것들이 한순간에 바뀌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이 코르셋이라는 존재를 알고 조금씩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그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 역시도 그렇기 때문이다. 워낙에 수많은 사회의 시선에 견뎌오던 여성들이었다. 그러나 변화는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여성에게 여자다움을 강요하지 않고 남성에게 남자다움을 강요하지 않는 것, ‘남자답다’ ‘여자답다’라는 작고도 사소한 언어에서부터 탈피할 때 사회는 점점 바뀌어갈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신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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