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단 한곡만으로 봉착하게 된 고민 - 곤지암 플루트 페스티벌 [공연]

글 입력 2018.03.03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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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곡이 연주되고. 플루티스트와 악장, 지휘자가 인사를 하고. 악기가 교체되고. 이건이 반복되던 중 독특한 악기 구성이 등장했다. 타악기 연주자 2명과 플루티스트 한명. 무슨 곡이 나올까? 아직 프로그램을 챙기지 못했던 때라 곡에 대한 정보는 전혀 모르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황했다.
 
 음악이란 일단 들었을 때 불쾌하지는 않아야 하지 않을까? 하다못해 처음부터 끝까지 그 누구도 연주하지 않는 교향곡도 소리가 없지 불쾌하지 않다. 진짜 헤비한 락이라면 불쾌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것은 구성의 문제로 야기된 문제이지 음악 그 자체로 인한 불쾌함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곡의 첫 인상은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소음’이었다. 불분명한 플롯의 음과 박자. 전개가 되지 않고 정체된 음악 구성. 무엇을 연주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는 당혹스러움. 물론 이 곡도 소리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나온 곡이겠지만, 이것을 단순히 소음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무지식한 것을 넘어 개념 없는 사고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곡은 불쾌했다.
 
 몇 분 동안 연주되었는지 모른다. 심리적인 영향인지 아니면 실제로 길었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길게 느껴졌다. 그 시간동안 곡은 특별히 전개되지 않았다. 비슷한 느낌이 지속되었고, 변화할까 싶으면 다시 본래의 느낌으로 돌아왔다. 들으면서 가만히 생각했다. 분명 이것이 플롯이라는 악기를 이용해 새로운 표현을 하고자 한 노력의 결과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단지 그 이유로 나는 이것을 감상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일까?


9.로버트 딕 Robert Dick.jpg
- Robert Dick -


 이렇게 사람을 고민하게 만든 곡은 바로 Robert Dick의 ‘Dick Concerto 2nd mov.’였다. Robert Dick은 Multiphonics 등의 새로운 주법을 만들고 이를 이용한 곡들을 작곡한 중요한 현대 플루트 음악 작곡가라고 한다. 공연의 1막 중후반에 떡하니 자리 잡은 이 곡은 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관객들이 당황하게 만들었다. 곡이 끝나고 나온 웅성거림은 박수소리에 불구하고 분명하게 들렸다. 하지만 유난히 이 곡의 인상은 강했다. 다른 수많은 좋은 연주에도 이 곡이 가장 강렬했던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 또 듣고 싶었지만 링크를 찾지 못해 아쉬웠다.
 
 지식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현대미술을 좋아한다. 아는게 없기에 작품을 봐도 무엇이 포인트인지, 어떤 기법이 쓰였는지 등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것은 작품들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작품들은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고, 그래서 어느 부분이 어떻게 표현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작품에 무엇이 담기게 되었는지 등의 스토리텔링을 작가가 직접 제공한다. 또 몇몇 작품들은 제목이나 모티브 등의 부분은 제공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은 없고, 또 몇몇 작품은 그 어떤 스토리텔링 없니 작품만이 제공된다. 하지만 그 어떤 쪽이든지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작가가 남겨준 부분들로 시작할 수 있고, 작품 하나를 붙잡고 처음부터 만들어나갈 수도 있다. 이런 스토리텔링의 과정이 현대미술을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됨과 동시에 수많은 고정관념을 깨게 되는 통로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음악 역시 만족했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곡에서 그 어떤 스토리텔링도 찾지 못했다. 음악이라는 도구의 한계일까? 아니면 내 태도의 한계일까? 분명 음악은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 비록 대부분이 문자나 이미지, 영상같이 다른 매체들과 결합되어 스토리텔링을 수행하지만 그런 매체 없이도 스토리텔링을 해내는 수많은 곡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왜 이 곡은 전혀 앞으로 가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을까?
 
 이렇게 생각해 보아도 결국 곡을 들을 때 가졌던 질문들은 해결되지 않는다. 이 곡이 이렇게 작곡되었다고 해서 곡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감상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스토리텔링이라는 재창조의 과정을 수행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음악이 지금까지 가져온 틀에 들어갈 것을 요구해야 하는 것일까?
 
 
2018 곤지암 공연포스터.jpg
 

[김찬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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