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라이징 스타다운 연주, 라이징스타 김계희 Violin

글 입력 2018.03.01 07:2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Review]
라이징 스타다운 연주
라이징스타 김계희 Viloin


 바이올린은 물처럼 흐르는 오선지에서 음률이 쏟아지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사실 현장에서 소리를 내는 모든 악기가 그렇지만, 바이올린은 유독 부드럽게 쏟아지는 물살과 같은 음을 낸다. 그 소리에 귀를 맡기고 있으면 그 물결은 금방 심장에 녹아 들어, 두근두근 하게도 애는듯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바이올린을 좋아하는 이유고, 바이올린에 갖고 있는 이미지다. 하지만 반대로 나에겐 그것이 바이올린에 대한 편견이었다. 부드럽고 심장을 애는 듯 하지만 피아노와 같이 복잡함과 의외성을 덜 나타낸다고 해야할까? 나에게 피아노는 무한한 재료를 가진 음악계의 정석과 같았고, 바이올린은 피아노가 낼 수 없는 외전과 같은 악기라고 생각했다. 악기에 우열을 두는 것이 아니라, 나는 피아노가 좀 더 여러가지 실험을 하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변명을 좀 하자면, 나는 본격적으로 연주회에 가서 바이올린을 들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거니와, 나에게 클래식을 접하게 한 어머니가 피아노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분이셨다. 그런 배경에서 태어났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피아노 훌리건'으로 살아온 것 같다.


14.jpg
 

 그리고 글을 쓰며 부끄럽게 고백하건대, 내가 가지고 있는 바이올린에 대한 이미지는 클래식 연주회에 갖고 있는 편협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나는 연주회장에 들어 가면서 '좋은 소리'만을 들으리라 생각했다. 연주를 들으며 서정에 빠질 것을 기대했지만, 그 음악에서 놀라움을 느끼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계희의 연주는 나에게 새로운 충격을 줬다. 그녀는 라이징 스타답게, 바이올린의 도전적인 곡들을 가감없이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그녀의 연주회를 나오면서 든 생각은 그녀의 연주가 몹시 젊다는 것이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연주자가 뿜어내는 바이올린 음악에는 무한한 열정과 젊은이다운 감수성으로 가득차 있었다. 아직도 인상 깊었던 장면은, (베토벤 곡의 첫 번째 악장이었을 것이다) 격렬한 연주로 바이올린의 활털이 일어 났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연주를 마치던 것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음악에 푹 빠져있다는 인상을 줬다. 나는 지금까지 클래식과 연주자들을 너무 빨리 정의해왔다는 생각을 하면서 밤길을 걸었다.

 정말, 첫번째 곡을 파울 힌데미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 위한 소나타 E-flat장조, Op.11/1로 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음악에 별다른 지식이 없는 감상자로서, 파울 힌데미트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는데, 그녀의 연주로 새로운 빛을 찾게 되었다. 연주가 끝나고 알아보니 1910년대에 작곡한 곡이었다. 그것도 나에겐 충격이었다. 나는 이 곡이 일종의 뉴클래식(?), 그러니까 현대에 작곡된 클래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곡은 독특하게도 음정이 엇나가는 듯하는 소리로 시작하고, 반복되는데, 그 미묘한 불협화음이 바이올린의 높고 날카로운 소리와 맞물려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피곤에 쩔어있던 나를 한번에 끌어당긴 음악이기도 했다.

 두번째 곡은 그녀가 사전 인터뷰에서 몇번이고 애정을 표혔던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E-flat장조 Op.11/1 이었다. 이 음악은 세 악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곡도 나는 처음 들어봤는데, 조금 충격적이었다. 베토벤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달랐기 때문이다. 그녀가 미묘한 감정선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2악장이 특히 그랬다. 나는 그 악장이 베토벤 같다기보다는 하이든 같다는 생각을 했다. 베토벤에는 뭔가 웅장한 서사가 존재하는 느낌이었는데, 이 악장에서는 몹시 부드럽고 미묘했다. 해석하기 어렵다는 말에 따라 나도 오묘한 표정으로 곡을 들었다.

 세번째 곡은 인터미션 이후로 연주 되었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 1번 f단조, Op.80이라는 곡이었다. 이 음악은 정말 웅장했다. 내가 서문에서 바이올린이 끊임없이 물을 흘려보내는 물병자리와 같다고 말을 했었다면 이 지점에서 그 말을 철회하고 싶다. 바이올리는 거대한 역사를 증언하는 거대한 비석이 되었다. 역사의 희노애락을 표현하듯 바람소리가 비석을 부딫히고 다시 흘러가는 듯한 음악이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나의 언어가 그 감동을 따라가지 못한 것에 유감을 표현다.

 마지막 곡, 카미유 생상스의 바이올린 오케스트라를 위한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a단조, Op.28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이올린 곡 중 하나였으므로 발까지 까닥까닥 하면서 들었다. 부끄럽지만 이 곡을 직접 듣고 싶어서 찾은 연주회기도 했다. 앞에 있었던 3개의 곡이 의외성으로 가득 찼다면, 피날레에 해당하는 서주와 론도는 기대했던 것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날 직접 연주를 들으면서 왜 실력있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꼭 한번씩 이 곡을 연주하는지를 납득할 수 있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기도 하지만, 치밀하고 화려한 기교를 펼치기에도, 화려한 피날레 곡으로도 적합했다. 가장 많은 갈채를 받은 곡이었고, 나도 열심히 박수를 쳤다.

 길을 돌아 나오는 내내 귀에 맴도는 음악이 너무 많았다. 클래식 연주회는 보통 연주자를 부각시켜서 홍보하곤 한다. 사실 지금까지는 연주자가 아니라 연주를 들으러 갔기에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오늘 연주를 들어보니 연주는 결국 연주자를 닮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판 보지 못한 사람이지만, 김계희 다운 연주를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들려준 것에 감사를 느끼고 그녀가 더 찬란하게 빛나길 기대해본다.


2018-02-02 23;02;53.jpg
 

< PROGRAM >


파울 힌데미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E-flat장조, Op.11/1
PAUL HINDEMITH
Sonata for Violin and Piano
in E-flat Major, Op.11/1


루트비히 판 베토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3번 E-flat장조, Op.12/3
Ludwig van Beethoven
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3 in E-flat Major, Op.12/3


INTERMISSION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1번 f단조, Op.80
SERGEY PROKOFIEV
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1 in f minor, Op.80


카미유 생상스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a단조 Op.28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
CAMILLE SAINT-SAËNS
Introduction and Rondo Capriccioso
for Violin and Orchestra in a minor, Op.28
(performed on Violin and Piano)



1511616985004.jpg
 

[손진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