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라면 먹고 갈까요? [공연]

글 입력 2018.02.14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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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쉽게 잠을 못드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단순히 커피를 마셔서 잠이 안온다? 아니다. 그 날이 뭔가 내 하루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을 내 몸이 알고, 그것을 만회하고자 잠들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 역시 새벽 4시까지도 이유없이 잠들지 못할 때가 있다. 특별히 무엇을 하는 것은 아닌데,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럴 때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다름아닌 급하게 끓인 라면 한 그릇이었다.

여기에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인생이 잘 안풀리는 가장,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는 학생, 화려하지만 어두운 내면을 가진 남연예인까지. 각자 다른 삶을 타고 났지만, 그들이 위로를 받는 것은 한 할머니와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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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코미디라는 이름에 걸맞게 밝은 분위기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처음에 처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었을 때 제주도의 한 라면 가게가 남자 주인공의 이목을 끌었다. 사실 우리도 살다보면 이런 때를 마주치기 마련이다. 아무것도 되지 않고, 무작정 떠나버리고 싶을 때. 다 관두고 싶을 때. 그런데 도착한 제주도의 기회의 가게는 알 수 없는 할머니의 가게였다.

하지만 자신이 매물을 올린 것을 까맣게 잊은 듯한 치매 노인을 만난 주인공은 절망스러웠다. 이렇게 또 내 인생이 안풀리는 걸까? 짜증과 분노,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측은함까지. 만감이 교차하는 그가 어떻게 이 라면가게에서 힐링을 겪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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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힐링이 필요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눈코뜰새 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잡을 수가 없어서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조차 까먹은 채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사실 이와중에 뮤지컬을 보겠다는 것 자체도 조금은 사치였다. 그래도 2월이 가기 전에 문화생활을 하자 싶어서 부랴부랴 신청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것은 나를 내모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대인이 갖는 고질적인 병이 아닐까? 쉬는 것마저도 열심히해야한다는 강박. 그냥 쉬면 될 것을... 아무튼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대학로까지 가서 앉았을 때까지만 해도 매우 피곤하고 힘든 상태였다.

연극 속 나와 비슷하게 각자의 상처를 안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배우들을 보면서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 나만 이렇게 뒤쳐지는게 아니구나, 모두가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는 거구나.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는 구나. 뮤지컬을 보고 나서 내 인생이 바뀐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바쁘고, 내일 또 일찍 일어나서 원치않는 길을 나서야 한다. 그러나 뮤지컬로 인해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나와 같이 하루를 살아가는 동지들을 생각하면서 잠이 들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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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극 내내 라면에 너무너무 먹고싶어져서 배가 고파지니 주변의 라면 맛집을 꼭! 찾아두도록 합시다.


[송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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