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 연극 메피스토 [공연예술]

연극 메피스토를 보다
글 입력 2017.10.2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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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친구에게 건네 받은 연극 티켓으로 ‘메피스토’ 라는 연극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 연극에 대한 포스터를 보니 너무나도 강렬하고 매서운 표정을 한 배우가 메피스토를 표현하고 있어 공포, 무서움 그 자체로도 인상 깊게 느껴졌다. 책으로 읽은 파우스트 내용을 떠올리며, 극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자 노력하였다. 연극으로 보는 메피스토는 책에서 표현한 것보다 더 악랄하고 무서운 존재로 느껴졌으며 극적인 요소보다는 배우의 대사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다 보니 더욱 집중하며 관람하게 되었다.

메피스토는 괴테가 그의 인생에서 6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써낸 ‘파우스트’라는 작품에서 나오는 악마이다. 파우스트는 자신의 삶의 대부분을 학문을 탐구하고 고민하면서 자신이 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그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깊은 회의감에 빠지게 된다. 그 때 그런 그에게 나타나 메피스토는 지금의 고립타분한 삶에서 벗어나 쾌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유혹하며 그와 대화를 나눈다.

메피스토는 파우스트를 점점 타락하는 삶으로 안내하며, 인간이 가진 이성적 삶에 대한 욕망과 쾌락을 자연스럽게 불러 일으켰다. 파우스트는 자신도 모르게 집착, 욕망 등을 쫓아서 타락한 삶 속으로 빠져 들어가지만 메피스토라는 악마가 존재하여 자신을 그곳으로 이끌어 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파우스트는 메피스토 또한 자신의 내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 일수도 있다는 것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피하려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을 만나 두려움과 고통을 느끼며 혼란의 시간을 겪는다.

파우스트가 훌륭한 고전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가 신(神)에 의해 구원받게 되는 것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나 또한 완전하게 작품을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철학적이고 심오한 내용도 담고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괴테가 파우스트 작품을 남기면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인간의 구원을 선과 악을 구분 짓는 잣대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사는 동안 악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 얼마나 이를 극복하려 노력했느냐는 의지 문제로 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들은 욕망과 집착,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지만 자신들의 내면에 그런 생각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과 만나게 되었을 때는 그러한 타락된 삶 속에서 방황하고 혼란스러워 하며, 자신을 힘들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악’이라는 존재로 만들어 그것들이 자신을 괴롭히고 힘들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괴테는 그 악을 ‘메피스토’로 표현하여 가장 잘못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며 그러한 이기적인 인간들이 반성하도록 경고의 메시지를 말해주려 했던 것 같다. 우리는 메피스토를 탓하며 신에게 구원하는 삶을 바라고 무한한 자기 체념을 한 파우스트가 되지 않아야 하며,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이성적인 판단과 자신의 가치관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올바르게 살아가야 한다. 또한 그러한 메피스토를 마주치게 되더라도 피하거나 혼란스러워 하지 않고, 인간은 누구나 내면에 존재하는 악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체념하지 않고 지혜롭게 넘겨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

 
[차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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