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철이 움직인 세계사를 살피다, 전시 < 쇠 철 강 - 철의 문화사 >

글 입력 2017.10.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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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를 통해 < 쇠, 철, 강 - 철의 문화사 > 전시를 관람하고 왔다. 1부에서부터 3부에 이르기까지 철기 문화의 양상을 일관되게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특히 1부에서 철의 제조법에 대해 익숙하지 않을 관람객들을 위하여 배경 설명이 되어 있어 심리적인 진입장벽도 다소 낮추었다는 특징이 돋보였다.


< 전시구성 >

1부. 철, 인류와 만나다.

2부. 철, 권력을 낳다.

3부. 철, 삶 속으로 들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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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먼저 광물 자원으로서 철이 갖는 물리적 특성과 인류가 이를 이해하고 도구화하기 시작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놀랍게도 인류가 처음 철을 사용한 것은 철광석 제련을 통해서가 아니라 운철(철로 된 운석)을 이용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이러한 철기문화의 전파과정은 고대 서아시아 지역의 강국이었던 히타이트 제국이 철기를 아주 유용하게 사용함으로써 그 문화가 점차 동아시아로 전파되는 구조를 띤다. 특히 동아시아에 이르러서는 중국이 이미 보유하고 있었던 청동 주조 기술에 철문화가 결합되어 주조 철기를 대량생산하는 저력을 발휘하게 된다.


철심이 있는 청동검.jpg
 

위의 사진은 아시리아 지역에서 발견된 철심이 있는 청동검이다. 이미 이 오래전에 현재의 철강생산 공정에 준하는 일련의 공정을 갖추었기에 생산할 수 있었던 놀라운 유물인 것이다.

현대의 철강생산 공정은 크게 제선-제강-연주-압연-기타 공정(산세, 냉간 압연, 도금, 열처리 등)으로 나온다.

1부에서는 한쪽 벽면에 고대의 제철과정을 묘사하고 있었다. 고대에서는 첫째로, 현대에서 사용하는 '고로'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제련로에서 먼저 주철을 생산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어서 두번째로는 제강로에서 송풍과 가열을 통해 철강을 생산했다. 마지막으로는 철강재를 모루에 놓고 망치로 두드려 덩이쇠로 만든 후 단야로에 넣고 달군 다음 달아오른 덩이쇠를 두드려 철강을 만들었다. 요컨대 제선-제강-연주 및 약간의 압연(현대의 압연과는 차이가 있지만)으로 철을 생산한 셈이다.

그 과거에, 이미 인류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광물을 자신의 구미에 맞게 가공하여 사용했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현대에서는 각종 기계설비를 통해 이루어지는 그 어마어마한 일련의 과정들을, 옛날에는 사람이 직접 몸으로 다 감당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수준이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그 모든 기술들을 알아낸 것도 놀랍고. 게다가 철이 이렇게나 인간의 삶에 오랫동안 관여해왔다는 것도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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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철기의 발달은, 국사시간에 배웠듯이, 잉여 생산물의 증가를 일으켰고 이는 곧 계급의 분화를 초래했다. 누가 잉여 생산물을 더 많이 가지고 또 이를 보호할 수 있느냐가 곧 권력의 유무를 담보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철기의 발달은 곧바로 무기의 발달로 이어졌다. 물론 농경사회였던 만큼 농기구가 철기화되는 현상도 있었다. 고대에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이 연로한 신하에게 치하하는 의미로 궤장을 하사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때 지급한 궤장의 끝을 살펴보면 살포(농기구)임을 알 수 있다. 농경 사회에서 권력자가 어떻게 철을 소유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 것이다.
철을 얼마나 소유하느냐가 곧 권력의 지표가 되던 시절이었기에 2부에서는 철기가 어떻게 권력을 예표하는지를 보여주는 유물들이 주를 이루었다. 앞서 말했던 살포와 같은 상징적인 농기구도 있지만 주로 부장품과 무기가 다수였다. 특히 신라시대 황남대총에서는 무기, 농기구 및 어마어마한 양의 덩이쇠가 발견되어 이것이 2부 한 쪽에 전시되어 있었다. 권력자의 특권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아울러 조선시대 어도, 대한제국 황실의 칼인 예도, 사인검 등 아름답고 웅장한 칼들 역시 자리하고 있어 검이 갖는 상징성을 되새겨볼 수 있었다.
특히 2부에서는 조선시대 화승총, 일본식 총과 검도 볼 수 있는 등 비교적 현대에 수렴하는 시기의 유물들도 볼 수 있었지만 삼국시대의 유물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삼국시대에 영토 확장을 위한 정복전쟁이 격렬했기 때문에 철제 갑옷과 방어 무기, 공격용 무기의 제조 기술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남북국시대 이후 전쟁이 잦아들면서 무기발달이 정체되고, 이로 인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서 조선군이 고전했다는 해설은 뭔가 가슴 깊게 박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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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철은 무기로만 쓰였던 것은 아니다. 3부에서는 철기가 일상 도구, 건축 부재, 종교적 상징물 등으로 인류의 삶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의식주에 사용되는 여러 도구들이 실제로 배치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에 그려져 있는 철제 도구들을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현해 놓았다. 또한 위의 사진과 같이, 철을 안료로 하여 만든 철화 청자나 분청사기, 백자 등과 은입사 기법을 통해 화려함을 더한 물건들도 볼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관람하고 나니, 새삼 철의 양면성이 피부로 와닿았다. 철만큼 인류와 가깝게 맞닿아 있으면서 변화무쌍한 광물이 또 있을까. 강하지만 쉽게 부식되고, 가공함에 따라 연신율과 강도 모두 천차만별이 된다. 그렇기에 철은 유연하기도 하고 까다롭기도 하다. 그러한 성질의 이중성만큼이나 용도 역시 이중적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는 자리였다. 사람에게 더 없이 유용한 수많은 이기들을 만들 수 있는 재료인 동시에 사람을 더 없이 많이 살상할 수도 있는 원재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류와 삶 그 자체에 대하여 여러모로 생각이 많이 드는 전시였다. 다만 전시의 구성이 좀 더 연대기적으로 되어 있다면 더 좋은 전시가 되었을 것 같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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