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래픽노블로 주체적인 자아를 건설해 나가는 작가, 오사 게렌발 [문학]

글 입력 2017.10.1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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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소설만큼 깊은 텍스트와 기존의 만화보다 더 예술적인 그림이라는 의미의 ‘그래픽노블’은 만화이긴 하지만 문학적인 성격이 짙어 어른들을 위한 만화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많은 만화가 깊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보면 만화와 그래픽노블의 차이를 강렬히 느끼기는 어려운 듯 하다. 흑백 혹은 색을 적게 사용하는 작품이 많다는 점, 그림의 선이 투박하거나 일러스트보다는 스토리에 더욱 치중한 점, 자전적 성격의 작품이 많다는 점 정도가 개인적으로 느낀 그래픽노블의 특징이다. < 마블 코믹스 >, < DC 코믹스 >의 작품들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그래픽노블 작품들이며, google에 ‘그래픽노블’을 검색했을 때는 다음과 같은 이미지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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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그래픽노블’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곳은 만화 카페였다. 만화 카페에 가면 가장 먼저 웹툰 코너를 구경하곤 했는데, 웹툰과 소설 코너 사이에 늘 따로 자리잡은 ‘그래픽노블’ 코너의 특징이 궁금했다. 비치된 작품은 적었지만 주로 현실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그래픽노블에 흥미가 생겨 지금까지도 만화 카페에 가면 그래픽노블 코너를 가장 먼저 돌곤 한다.

 

오사 게렌발



‘오사 게렌발’은 스웨덴에서 여성 만화 작가 붐을 일으키기도 한 스웨덴의 조명 받는 작가로, 자신의 경험을 의미 있게 재구성하고 상처받은 내면을 재건하며 자아를 주체적으로 건설해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는 < 가족의 초상 >과 <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 그리고 < 7층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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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의 초상 >은 5명의 가족구성원들이 각자 겪는 문제를 바탕으로 의사소통의 불능이라는 문제에 봉착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는 물리적인 학대나 사회적인 문제가 없는,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지만 인간관계에 서툴고 자기 파괴적인 제니가 어린 시절을 성찰하면서 퍼즐을 맞추듯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품이다.



< 7층 >



그리고 필자가 처음 접한 그래픽노블 작품이자 ‘그래픽노블’이라는 장르의 성격과 ‘오사 게렌발’이라는 작가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바로 작가가 경험한 ‘데이트 폭력’을 다루고 있는 작품인 < 7층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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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들어간 학교에서 열린 파티에서 만난 ‘닉’과 연인이 된 주인공 ‘오사’는 평범한 캠퍼스 커플의 행복을 즐긴다. 그러던 중 오사가 키스를 할 때 눈을 감았다는 이유에 욕설을 퍼붓는 등 과민 반응을 보이는 걸 시작으로, 닉은 점차 육체적 폭력을 가하고 오사를 종속한다. 반복되는 폭력을 통해서 오사의 자아는 망가지고 불균형한 형체로 그려지는 작화는 감정을 강렬하고 극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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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질투가 하도 심해
캠퍼스에서도 더 이상 생활할 수 없게 되었지.
그는 내가 다른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만 봐도 못 견뎌 했어.

내가 누군가에게 말을 걸거나
자기 말고 다른 남자를 쳐다볼까 봐
항상 경계를 했지.

그건 그를 미치도록 화나게 만드는 일이었으니까.

이젠 슬슬 이런 생각도 들어.
내가 어떻게 그렇게까지 어리석을 수 있었는지.
바보같이 보인다는 거 알아.

하지만 모든 게 해결되고 더 나아질 거라 생각했어.
함께 지내다 보면 그도 결국 나에 대한
믿음을 갖고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어.

그가 행복하다면 나 또한 그렇게 될 거라고!”

< 7층 > 中 오사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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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층 >은 단순한 과거의 경험 나열이 아니라 주인공이자 작가의 자아가 주체적으로 형성되어 나가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 주체적인 발화 과정은 독자에게도 용기를 건넨다. 오사가 평범한 캠퍼스 커플이었던 것처럼 데이트 폭력은 일상에 만연할지도 모른다. 오사 게렌발이 남성 중심적인 작품 세계에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풀어나갔다는 점으로부터 많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자아 재건을 향한 용기를 얻었을 것이고, 스웨덴에는 많은 여성 만화 작가들이 조명 받았고, 꾸준히 사랑받는 작가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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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이라는 이름을 붙여 예술성에서 차별점을 두면서 만화의 격을 낮추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지만, 강렬한 스토리와 그림체로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꼬집어내는 그래픽노블에는 블랙코미디로서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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