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 미술관, 3D PRINTING & ART: 예술가의 새로운 창작도구 (2014.5.15.~7.6)

글 입력 2014.07.0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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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 미술관, 3D PRINTING & ART: 예술가의 새로운 창작도구 (2014.5.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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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있었던 사비나 미술관의 3D 프린팅 , 전시 종료를 하루 남겨두고 드디어 방문하였다. 현대예술에 혁명적인 가능성을 제시한 3D 프린터는 동시대 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필자 본인과 같이 제작능력의 부족으로 많은 예술적 영감을 일기장 속에만 꿍쳐두어야 했던 일반인들의 아픔을 해소해 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단지 이러한 새로운 예술상을 목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기술과 예술의 접목과 관련된 많은 생각들을 곱씹어 볼 수 있었다.

 

대중이 현대예술을 어렵게 받아들이는 데에 일조하고 있는 여러 요인들 중에는, 흔히들 예술 제작의 도구라고 여기는 것들 이외의 지극히 과학적인 수단들이 작품을 만드는 데에 직, 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있을 것이다. 3D 프린팅이라는 과학기술 또한, 예술의 경계가 무한히 확장된 이러한 현상의 하나로서 간주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두려움이 섞인 호기심, 궁금함이 제기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박기진 작가의 “Who this am”의 경우 종이컵과 똑같이 생긴 무언가를 만들어 낸 이 3D 프린팅이 단지 과학기술, 즉 방대한 양의 숫자놀음일 뿐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거부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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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진, Who this am

 

뭐 그리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우선 3D 프린팅은 예술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정명국 작가의 경우 슈퍼카(Supercar)”에서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어낸 작은 자동차 모형으로 그가 원한 프로타주 작업을 해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이러한 3D 프린팅 기술은 작가들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직접적이고도 결정적인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구현하고자 하는 물체의 정확한 수치까지 계산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인간의 힘으로는 만들어내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작가가 원하는 그대로 (꽤 손쉽게) 만들어질 수 있게 되었다. 전시장 1층의 넓은 공간에서 전시되었던 올리버 그림의 “ABS”에 등장하는 수많은 레고 모형들과 톱니들, 그 외 많은 부속들이 모두 이 3D 프린터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기술적 혁신이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에 얼마나 큰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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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그림, ABS


만들기 어렵기만 했던 조형적 형태 또한 구현해낼 수 있게 되었으며, 특히 자연물을 차용한 작품의 경우 좀 더 정교하고 실제와 비슷하게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3D 프린팅의 매우 큰 장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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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한개의 레이어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김웅현 작가의 작품이었다. 그는 불발구조에서 수많은 사회적 사건 및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데이터베이스로 두어, 이들을 컴퓨터 및 3D 프린터를 통해 재가공했다. 지극히 과학적인 수단을 가지고 만들어 낸 작품이지만 그 결과물은 지극히 인간적이며 감성이었다. 마치 인간의 감정의 영역, 몽상 혹은 꿈을 물질적 형태로 빚어낸 듯 했다. 의식이라는 것이 전혀 개입하지 않은 순수한 임의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이 갖는 역설적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의식적인 것이야 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의 극치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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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현, 불발구조

      

이 시점에서 3D 프린팅을 활용할 수 있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철저히 보존되어야 하는 탓에 정작 사람들에게는 닿지 못하는 전통 문화재를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복제하여 전시, 교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관람객들이 문화재의 원본을 보러 직접 찾아가더라도 말로만 듣던 그 문화재가 저기 있는 그것이 맞는지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먼 거리에서, 심지어는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서야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3D 프린팅을 통해서라면 그러한 선조들의 찬란한 유물들을 누구든지, 어디에서든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해외에서의 전시 또한 가능하며 현대미술과의 접목 가능성도 열리기 때문에 이 기술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사실, 이처럼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3D 프린팅으로 복제하는 기술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복제가 비도덕적으로 오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애초에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며, 더 나아가 복제품들의 만연이 결과적으로 ‘originality,’ 즉 독창성이나 원본성이라는 가치 자체를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내포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이주리 작가는 “Dark Fantasy”에서 복제가 만연하는 현 시대에 대한 신랄하고도 비관적인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앞서 제시한 전통문화재 복제의 경우처럼, 원본이 갖는 접근불가능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3D 프린팅이 만들어 낸 막대한 복제 가능성도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러한 기술이 올바른 주체에 의해, 올바른 목적을 전제로 하여 사용될 경우에만 말이다.

그리고 사실, 원본과 복제품이 갖는 질적 차이는 사실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인간의 기술이 훼손하기에는 역부족이 아닌가 하는 인식 또한 제기되고 있었다. 노세환 작가의 작품들은 원본과 형태상 거의 완벽히 일치하는 3D 프린팅의 결과물들이 과연 실제 과일들, 그리고 그 과즙마저 대신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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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환작가의 사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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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접목된 현대예술에 대한 전시이기 때문에, 사비나 미술관에서는 3D 프린팅 기술에 대한 이론적 설명과 그 제작에 사용되는 원료 및 다양한 결과물들을 관람객들이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있었다. 나름 신기술로서 예술분야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 3D 프린팅에 대해 관람객들이 이해하고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훌륭한 측면이었다.


[최다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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