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의 일요일들 : 여름의 기억, 빛의 편지 (도서)

글 입력 2017.09.20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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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기억, 빛의 편지"
인생의 일요일들 by. 정혜윤

출판사
로고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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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정혜윤의 신작 에세이

일상과 여행을 오가는 편지로
새롭게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다

삶의 피로와 무기력과 우울을 벗어나는 시간
내 인생의 일요일을 찾는 빛나는 여정의 기록




< Review >


 끝까지 따뜻했다. 이 에세이 말이다. 저자가 자신의 사유를 늘어놓으며 언급하는 멋진 책들을 꼼꼼하게 밑줄 긋고 체크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장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편지 속의 책’이라 하여 책 목록이 한꺼번에 정리된 페이지가 떡하니 있지 않은가. 편지글이면서 일상에세이인 동시에 여행기이기까지 한 <일생의 일요일들>은 이렇게 독자의 마지막 시선에게도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이 여행은 어떠셨나요? 완벽하진 않다 해도 당신에게 조금은 힘이 되는 시간으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거 꼭 챙겨가세요. 여기 편지 속의 책들 쭉 정리해봤어요.’
  
 <일생의 일요일들>을 둘러싸고 있는 띠지를 봤을 때 첫인상은 글쎄. 사실 그렇게까지 큰 기대가 가진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것에 둘러싸이는 셀프 테라피. 아름답다는 말 앞에 붙은 ‘가장’이라는 강조도 진부하고, ‘셀프 테라피’라는 말도 진부하고. 막연한 ‘힐링’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시작하는 그저 ‘희망’적인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살펴보고 있는데, 시선을 끄는 단락이 있다.


"아름다움은 살아가는데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아니고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어요. 그러니 아름다움이 문제들의 해법이 아닌 것은 분명해요. 아름다움은 다른 것이에요. 굳이 말한다면 해법이 아니라 힘일 거예요. 아름다움은 해결할 수 없는 것을 직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힘을 줘요. 버티게 해요." (74쪽)


 프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구간에서 나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음을 저미는 마법 같은 문체도 아니고 신선한 표현도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나는 저자가 언급하는 ‘힘’에 대해서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었다. 네, 맞아요. 그럴 수 있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당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정경은 어떤 모습인가요? 아름다움이 힘이 될 수 있다는 그 말을 나는 더 들어야겠어요. 그렇게 책을 쥐고 자리 잡고 앉아 이틀 만에 훌훌 다 읽어버린 나. 천천히, 더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어가는 독자를 원했을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런 독자가 되지 못했다. 따지듯이, 어서 더 말해주라고 보채는 아이처럼 재빠르게 다음 문장, 그 다음 문장들을 좇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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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 차 주고받는 메일에서부터 시작된 이 편지는 어떤 순간, 즉 인생의 일요일이라 일컬어지는 ‘순간의 자족성’과 ‘순간의 충만함’에 관한 성찰의 글이 되어간다. 그리스 여행에서의 기억과 일상적 단상들을 교차시키며 저자는 자신이 추구하고 그리워하는 ‘영원한 찰나’인 ‘일요일’들로 흘러간다. 느리고, 풍부하고, 같은 듯 다르게 이어지는 생생한 생의 날숨이 느껴지는 시간들! 별이 쏟아지는 하늘, 산토리니 노을보다 가슴에 와 닿았던 교통사고로 쓰러진 당나귀의 모습, 츤데레 식당 주인 헬레네, 하염없이 걸었던 올리브 숲, 처음 만난 사람과 춘 조르바 댄스. 죽음과 삶, 슬픔과 기쁨에 크게 매달리지 않고 그저 보고 느끼고 숨을 크게 들이 쉬어보는 감사한 시간들을 기록한 것이다. 

 그래, 저자가 바라보고 느낀 그곳과 그곳 사람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스 문화와 음식, 그 신화에까지 없던 궁금증을 갖게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끝까지 내겐 좀 어리둥절한 마음들이 남아있긴 하다. 그래서 ‘아름다움’이 힘이 되는 이유는 뭘까. 이 불안정한 생 한 가운데서 아득한 영원을 커다랗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것? 그것 자체로도 힘이 된다는 것일까? 이 책의 끝자락에서 굉장히 강조되었던 오이디푸스 왕의 메세지? 

 소설가 은희경의 대표작 <새의 선물>에 이런 표현이 있다. “사랑은 냉소에 의해 불 붙여지며 그 냉소의 원인이 된 배신에 완성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냉소적인 사람은 삶에 성실하다. 삶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언제나 자기 삶에 불평을 품으며 불성실하다.” 저자도 이 말에 동의할까? 음, 동의하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어쩌면 그녀는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 “맞아요, 저도 과장되게 의미부여 하는 것은 싫어해요.”(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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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으로, 본문에서의 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본다. ‘불멸’이라는 단어를 기어이 소리 내 발음하도록 만든 대화였다.


- 할아버지, 이곳은 폐허예요. 폐허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름이 ‘불멸(임모탈맨)’인 것 재밌죠?

- 그 속에 있는 비밀을 알 것 같구나.

- 저도 알고 싶어요.

- 비밀은 지켜줘야 해. 삶은 한 번이라는 것, 폐허에서는 그 진실이 불멸이야. 세상은 영원히 변화 중이라는 것, 덧없음을 알고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 그 진실은 불멸이야.






< 도서 정보 >

인생의 일요일들
- 여름의 기억 빛의 편지 -

지은이 : 정혜윤
펴낸곳 : 로고폴리스
분야 : 에세이
쪽 수 : 336쪽
출판일 : 2017년 6월 23일
정가 : 13,800원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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