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가는 나에게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했네 [문화 전반]

2주차 요가를 시작한 풍월을 읊어볼까
글 입력 2017.09.1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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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넘게 하던 필라테스 대신 요가를 시작했다. <효리네 민박>을 보고 많이 요가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사실 영향을 받긴 했다. 하지만 되려 하지 말까 하는 고민스러운 영향이었다. 워낙 어려워 보이는 동작이 많아서 자신이 생기지 않던 터였다.(나중에 요가 상담하면서 들어보니 그 요가는 고난도의 동작이 많다고 했다) 운동을 바꾼 건 거창한 건 아니고 편해지고 싶어서였다. 돈이 부담이었다고 부정할 수 없다. 일을 하면서 운동을 놓을 수 없다는 일념으로 좋지 않은 노선에서 아침운동을 한다고 1년 반을 버텼다. 야근이나 회식이라도 걸리면 운동은 날아갈게 뻔하니 어스름한 새벽에 일어나 첫 차를 타고 지하철역에 내리고 다시 버스를 갈아타서 갔다. TV며 역 근처에서 나눠주는 다양한 요가나 기구 필라테스를 해보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다. 초년생인 나에게 매달 꼬박꼬박 10만 원대 이상의 금액이 고정적으로 나간다면 생각보다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운동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 매일 운동을 하고 여러 종류의 운동을 접하거나 개인수업을 듣는  사람도 많아졌다. 큰 마음먹고 처음 물색해본 곳에서는 하루에 아침저녁 혹은 저녁에 두 타임을 하는 게 어떠냐고도 했다. 상담하는 선생님은 운동은 좀 해보셨어요, 했고 나는 왠지 5년을 했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워져 조금 했다고 답했다. 어디서 운동을 했냐기에 문화센터에서 했다고 하니 그런 곳이랑 여기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맞다. 분명 다른 걸 알고 찾아왔으니까. 자격지심일지도 모르지만 갑자기 운동에서도 나는 계급 차이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래 마인드가 이래서야 언제 어디서나 부르주아가 되긴 글렀구나'하면서 상담을 마쳤다. 그래도 쉬지 않고 꾸준히 해온 운동이었는데 뭔가 비루해진 느낌. 결국 그곳은 교통편은 좋았지만 다니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운동이란 탄탄한 몸보다도 아프지 않게 쌓아두는 자잘한 체력을 위해서였다. 날씬하고 마른 몸은 운동도 운동이지만 식이로 하는 것이니 결과적으로는 날씬하진 않고 튼실한 몸의 소유자가 되었다. 덕분에 사계절에 한 번씩 걸리던 감기가 사라진 것은 계절마다 감사히 여기고 있다.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존경하는 분께서 수능이 끝난 내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나중에 큰 자산이 될 거다, 라는 한마디로 시작한 게 필라테스였다. 그때는 살을 뺄 수 있으리란 허망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대학 갔다고 술도 마시고 하니 오히려 근육돼지만 돼도 감지덕지했다. 알게 모르게 라인은 잡히는 것 같아 그걸로 만족했다.

  게을러서인지 매일, 두세 시간 이상 하는 운동은 아직도 내키지 않는다. 사람들도 만나고 싶고, 맛집도 구경 가고 싶고, 드라마도 보고 싶고, 강아지랑 나 잡아봐라 하거나 산책도 하고 싶고, 무엇보다 퇴근 후엔 뒹굴거리고도 싶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몸을 이끌고 오면 운동을 하게 되었으니 그걸로 만족하는 정도다. 운동이 싫은 건 아니지만 중독처럼 너무 좋지도 않다. 약간은 애증의 존재. 습관이 되어 눈이 떠지고 아침마다 고민은 반복된다. 쉴까 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칠 때도 많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늦은 새벽에 잠든 날엔 특히. 그냥 일상처럼 몸을 일으키면 그 뒤는 쉽다. 복잡한 생각이 많을 때 운동은 그런 생각을 잠시 잊을 수 있게 해준다. '어떻게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을 해요?' 자주 질문을 받곤 하지만 '그냥 하면 된다'는 게 답이다. 안 하는 데는 이유가 많아도 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 물론 나도 다른 운동을 안 하는 데는 이유가 많은 셈이다. 해보고 싶은 운동도 많지만 하나를 또 고정적으로 늘린다는 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대충 시작했다가 끝내고 싶지는 또 않으니까.

  오래 했으면 정말 유연하겠다, 잘하겠네! 하겠지만 민망하게도 내 경우는 오래 했다고 아주 유연한 것도, 능숙한 것도 아니다. 전문강사도 아닌 터에 그냥 예전보다 조금 더 잘하게 되면 만족할 뿐 여전히 마음 같지 않은 몸을 탓하지는 않으려 한다. 아마 운동은 목욕탕 같은 게 아닐까. 시간 내서 갈 때는 왠지 가기 싫고 귀찮다. 가서도 좀 힘들다. 그래도 끝나면 개운해서 이 맛에 하나보다 하니까. 운동을 하고 나서의 기분은 목욕이 끝나고 마시는 바나나우유나 식혜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다 제쳐두고 일단 운동하다 안 하면 몸이 아프니까. 안 하고 있다가 나중에 체력이 달리는 순간이 오면 하게 되니까. 안 아프려고 하는 거다. 어떤 자산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하철 출구의 수많은 계단을 올라갈 때 그다지 숨이 안차면 나는 묘하게 내심 이런 게 자산인가 하면서 소심한 쾌재를 부를 때는 있다.

  벌써 2주 차가 되었다. 요가를 전문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 걱정하던 터였는데 새로 찾은 곳은 좀 더 아늑한 느낌이었다. 이 곳에서는 처음 들은 얘기가 잘 못하셔도 괜찮으니 꾸준히만 나와달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바로 이 곳이다, 결정했던 것 같다. 혹여 너무 성급한 결정은 아니었을까 싶었지만 아직까지는 기우인 듯싶다. 두 번째 기억난 건 이곳에서의 첫 수업 때 일이었다. 수업 시작 때 강사님이 해주신 말씀이 기억난다.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상처받게 되는 것은 1차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준 상처도 있지만 거기에 자꾸 의미를 부여하고 곱씹어보면서 내가 나에게 주는 2차적인 상처가 더 크다고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그 말을 예전보다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와 닿는 말이었다.

  물론 아직도 체념 아니냐, 정신승리 아니냐, 그럼 남들이 상처를 줄 때 그냥 허허 그럴 수도 있지 하라는 거냐, 불쑥 올라오는 감정도 성질머리도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내 경우엔 그랬다. 상처를 주는 데 특별한 이유가 없다. 우리가 결국 상처를 주고받는 건 모두 내 마음과 같을 순 없어서일 뿐이다. 굳이 이해가지 않는 걸 이해하려고도, 자존심 지키려고 상처받지 않은 척할 필요도 없다. 그냥 저 사람은 그렇지, 그리고 나는 지금 상처받았지. 모두와 잘 지내는 건 역시나 불가능하다는 게 반드시 내 성격이나 인간성의 문제인 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면 되는 거였다. 사이좋게 지내라는 어릴 때 어른들 말씀이 사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말이었다는 걸, 그걸 받아들이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노력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 말을 조금 일찍 깨달았다면 좋았을 걸, 첫 수업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시큰해졌다. 하긴. 그렇게 백날 들어도 제대로 못 겪어봤으면 그 말이 마음에 바로 와 닿는 날도 없었을 것이다.

  허둥지둥 요가 동작을 따라 하면서 다른 운동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 있었다. 잘 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견주어 볼 필요도 없다고 했다. 오래 필라테스를 하면서 은연중에 그래도 내가 이 동작만큼은 다른 사람보다 나은 것 같다며 속으로 으쓱해하거나, 아니면 나보다 동작을 잘 하는 사람을 보면서 부러워하던 순간도 많았다. 지금 요가를 함께 하는 분 중에서도 유독 태가 난다고 해야 하나, 부러운 분들이 있다. 그러나 언제나 초점은 나에게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예전엔 조금만 더, 한 동작만 더, 애써서 하는 동작들도 많았다. 하지만 요가 수업에서 내 몸이 내 마음 같지 않다고 해서 무리하게 해서 동작을 어그러뜨리는 것보다 조금 덜 되더라도, 내 몸에 맞춰서 하란 이야기였다. 동작을 따라서 하다 보면 처음엔 어색하게도 나의 템포, 플로우대로 해보세요 해서 어리둥절했던 적도 있다. 운동을 할 때도 그냥 따라만 하던 터라 시간을 줄 테니 나에게 맞춰보라는 말에 벙찌고 만 것이다. 다른 사람을 초점을 두고 경쟁하듯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왜 그렇게 어색했을까. 경쟁에 지쳤다면서도 이미 나는 너무 익숙해지고 만 것이 아닌가.

  어제는 무리하지 말고 힘을 푸는 데 집중하라는 말을 들었다. 부들부들 떨면서 몇 센치 더 앞으로 숙여봐야 몸은 더 굳기 마련이라 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거기서 힘만 툭 풀어 할 수 있는 몸을 풀 수 있는 최대한을 이끌어 내라는 것이었다. 아침 시간이라 몸이 더 굳고 숨이 들고 나는 게 더 힘들다고 하지만 그래도 힘을 풀어버릇, 숨을 쉬어 버릇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그게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숨도 말썽이고 힘도 말썽이다. 요가가 끝나고 카운터에 있던 분이 운동은 하기 어떠냐고 물어왔다. 아직은 따라가느라 바쁘죠, 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는데 정말 맞는 말이었다. 운동을 여기서 꽤 오래 했다는 그분은 그게 다른 잘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와도 그 사람들 맞춰가지 말고, 힘을 풀어야 된다고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그런데 그게 참 쉽지 않더라고도.

  잘 하려고 할 필요 없다고, 힘을 풀고, 나에게 집중해서 흐름을 찾고, 나의 상처를 내가 더 깊게 만드는 장본인이 되지 않는 것. 그게 지금 2주간 내가 잠깐 맛보기로 만난 요가였다. 한 가지 장점은 요가 시작할 때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운동이 끝나고 누워있는 시간이 참 고즈넉하니 좋다는 것. 그래서 그런지 아침운동이 끝나면 힘 빠져서 피곤하게 오던 전에 비하면 요즘은 좀 몸도 마음도 조금 가뿐하고 편안해진 기분도 든다. 물론 전에 하던 필라테스도 가끔 그리울 것 같다. 그 운동도 역시 좋았던 데다가 5년 넘은 정인데. 그래도 한동안은 요가로 한 우물 팔 예정이다. 아직 초짜가 뭘 안다고 풍월을 읊어대나 싶지만, 궁금하다. 앞으로 요가를 하면서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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